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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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등장했던 플레이스메이킹이 지금, 전 세계 도시 개발의 필수 키워드로 재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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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공간 설계를 넘어,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이 개념이 자산 가치를 높이고 도시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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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김정빈 교수가 안내하는 플레이스메이킹의 세계, 그 흥미로운 여정을 지금 시작합니다.
1편에서는 플레이스메이킹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플레이스메이킹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이 제시한 실행 요소들을 살펴보자.
PPS는 플레이스메이킹의 4가지 핵심 요소와 11가지 실행 원칙을 제시했다. 한편, ULI는 창의적 플레이스메이킹을 위한 10가지 실행 요소를 정리했다. 이들의 실행 요소를 검토해보면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선언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좀 더 명확한 플레이스메이킹 실행 요소를 찾기 위해 PPS의 플레이스메이킹 위크(Placemaking Week)를 유럽에 도입하며 2009년부터 유럽 도시들에 변화를 이끌어온 지역 개발자 한스(Hans Karssenberg)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눈높이 도시(The City at Eye Level)’와 스위스의 커뮤니티 ‘플레이스메이킹 스위스(Placemaking Switzerland)’의 접근법을 살펴보자. 이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영 조직이라는 세 가지 차원의 상호작용을 제안했다. 이 접근법은 플레이스메이킹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원칙을 제공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공간의 활성화와 성공을 위한 필수 원칙으로 간주되지만, 창의적이고 상호적인 협의를 통해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러한 원칙은 플레이스메이킹의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개념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도시 개발이나 도시 계획이 주로 물리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물리적 환경에 더해 추가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야만 공간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 번째 요소인 하드웨어(Hardware)는 공간의 물리적 설계와 디자인을 뜻한다. 잘 설계된 공간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는 기본 요소로, 플레이스메이킹의 출발점이 된다. 런던의 여러 도시건축 사무소들이 플레이스메이킹 전문가를 자처하며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좋은 디자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으로 성공적인 공간은 건축물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며, 하드웨어는 플레이스메이킹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요소인 소프트웨어(Software)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활동, 이벤트, 그리고 공간의 MD(Merchandising) 구성을 포함한다. 단순히 건축물 자체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조성된 이후 그 안에 어떤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담길 것인지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공간의 특성에 맞는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넘어, 사람들이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세 번째 요소인 오그웨어(Orgware)는 다소 낯선 개념으로, 조직(Organization)과 관련된 운영 체계, 거버넌스, 그리고 관리 구조를 의미한다. 오그웨어는 물리적 공간(하드웨어)과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소프트웨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플레이스메이킹처럼 복합적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에서 오그웨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 원칙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오그웨어를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대규모 개발 사업이 분양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 소프트웨어와 오그웨어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플레이스메이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복합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 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플레이스메이킹의 핵심이다.
왜 우리는 플레이스메이킹에 열광하는가?
플레이스메이킹(Placemaking)은 왜 최근 주요 도시들에서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을까? 이 개념은 사실 50년 이상 도시계획과 도시설계 분야에서 논의되어 왔지만, 한때는 그 중요성이 잊히기도 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걸까?
- 포괄적인 개념의 재조명
플레이스메이킹은 커뮤니티 기반의 장소 만들기, 전략적 도시 공간 창출을 의미하는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모두를 포용하는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그리고 장소 중심 개발(Place-Led Development)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내포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그룹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단어로 자리 잡은 것이 플레이스메이킹의 강점이다.
이 단어는 복잡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의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 설계를 넘어, 더 나은 공간과 도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실한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 초경쟁의 시대
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 플레이스메이킹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보다 ‘어느 도시에서 왔는가’를 더 자주 묻는다. 이와 같은 흐름은 도시 내 지역 간에도 나타난다. 종로, 압구정, 가로수길, 그리고 최근의 성수동까지, 서울의 지역별 흥망성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를 개발한 모리 빌딩의 수장 쓰지 신고는 도시간 경쟁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도시간 경쟁에서 승리한 도시는 성장하고, 패배한 도시는 쇠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모리 빌딩 산하 도시전략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도시경쟁력 순위에서 서울은 2023년 기준 7위를 기록했지만, 언제든 순위가 변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플레이스메이킹은 단순한 공간 조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공간은 사람들에게 “오라”고 속삭이며, 특별한 경험과 행복을 약속해야 한다. 특정 공간을 ‘가보고 싶은 장소’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플레이스메이킹이다. - 인구 감소와 도시 생존 전략
인구 감소도 플레이스메이킹이 다시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다.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로, 1970년대 초 4.5와 비교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2023년에 태어난 인구는 1970년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며, 이 적은 인구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를 유지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앞으로 인구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서울 내 개발 사업의 규모는 향후 10~20년간 현재 도시의 총량을 초과할 정도로 계획되고 있다.
이는 도시 개발을 멈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양질의 도시 공간을 조성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외 인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절실한 메시지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며, 이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도쿄는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하는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조성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 역시 미래를 준비하며 협력과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의지, 기본적인 조건인 ‘사람을 모으고 오래 머물게 하는 것’, 즉 플레이스메이킹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다가오는 이유다.
정말 플레이스메이킹은 공간의 가치를 높일까?
플레이스메이킹은 도시 활동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민간 디벨로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을 모으고 오래 머물게 하는 전략적 방법, 즉 집객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공간), 소프트웨어(프로그램), 그리고 운영 조직과 체계를 의미하는 오그웨어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정말 공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무엇일까?
공간의 가치와 성공의 척도
공간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단순히 방문객 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문객이 많고 재방문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공간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동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장소의 경제적·사회적 가치 상승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세계금융센터로 알려진 브룩필드 플레이스의 재개발 사례에서는 플레이스메이킹 전략이 없었다면 자산 가치가 현재보다 약 40% 낮아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런던 킹스크로스 재개발이 있다. 이를 주도한 개발사 아젠트 릴레이티드(Argent Related)의 공동 책임자 닉 설(Nick Searl)은 플레이스메이킹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끔 우리는 몇 개의 의자, 몇몇 식물, 그리고 하나의 예술 작품을 ‘플레이스메이킹’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스메이킹은 특정한 사물이나 일련의 사물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장소와 도시의 본질에 대해 더 넓게 사고하도록 요구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킹스크로스는 이러한 접근법을 기반으로 구글, 나이키, 소니뮤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했고,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2022년부터 1년 동안 14.2% 상승했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플레이스메이킹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량적, 정성적 측면 모두 측정 가능”
플레이스메이킹은 때로 민간 개발사의 부동산 가치 상승 도구로 남용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도시가 다양한 부가가치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플레이스메이킹이 단순히 개발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고민하며 그 진정한 가치를 탐구해야 하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2023년 8월, 미국 컨설팅 업체 포스 이코노미(Fourth Economy)의 저스틴 휠러(Justin Wheeler)는 플레이스메이킹이 최근 도시 개발에서 전략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도시에게 큰 비용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다양한 연구들이 오히려 이 방식이 가져오는 이익을 점점 더 밝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휠러는 플레이스메이킹이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도 평가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는 부동산 가치 상승, 경제 효과, 인구 집객 효과, 관광 수입 증대, 신규 기업 유치 등과 같은 측면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플레이스메이킹이 정성적인 측면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소속감 조성, 강력한 커뮤니티 형성, 자부심 증가, 더 긴밀한 사회적 연결 구축 등이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가져오는 긍정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휠러는 플레이스메이킹이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답고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게 놀라운 수익을 가져다주는 전략적 투자임을 강조했다.
지속적 노력과 협력의 필요성
플레이스메이킹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모으고 오래 머물게 만들고자 하는 전략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예술작품 하나를 가져다 놓거나 아름다운 벤치 혹은 광장을 만든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장소와 도시, 더 나은 도시에 대한 본질을 고민하는 과정의 ‘지속적’인 노력이다.
도시 활동가, 전술적 이벤트로 도시민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기획자, 대규모 도시 개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수익을 창출하려는 디벨로퍼,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장소를 고민하는 공공기관 모두가 모두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전략으로서 플레이스메이킹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왜 플레이스메이킹에 주목하고 있는지, 그들의 연구 및 실적을 통해 현재의 움직임을 조명하는 내용을 이어갈 예정이다.
▶ 플레이스메이킹 시리즈
① 세계 주요 도시의 화두가 된 플레이스메이킹
② 플레이스메이킹을 완성하는 요소 3가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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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