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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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한 번.’ 일본 언론들이 시부야 재개발을 소개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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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재개발은 ‘도큐 부동산’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때 10-20세대가 즐겨 찾는 쇼핑몰이 흥하며 젊은이의 거리로 불린 시부야는 현재 구글재팬 등 IT 기업들의 사무실이 입주한 초고층 건물숲으로 바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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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기억하는 시부야는 어떤 모습인가요? 완전히 변화한 시부야를 가봤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쿄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공사 중인 건물을 흔히 봅니다. 니혼바시, 시부야, 신주쿠, 도라노몬, 아자부다이 등 도쿄 내 거의 모든 주요 지역에서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고층 건물 경쟁이 치열합니다.
도쿄역에는 2023년 미츠이 부동산이 운영하는 복합건물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Tokyo Midtown Yaesu)’가 들어섰습니다. 미츠비시 그룹이 개발하는 토치 타워(Torch Tower)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목표로 2027년 완공될 예정입니다.
도라노몬에는 4개의 건물로 구성된 복합상업단지 ‘도라노몬 힐즈(Toranomon Hills)’가 문을 열었습니다. 모리 빌딩 컴퍼니가 만든 이곳은 2014년 모리 타워, 2020년 비즈니스 타워, 2022년 레지덴셜 타워, 2023년 10월 스테이션 타워가 개장하면서 완성체를 이뤘죠. 그 중 모리타워는 아자부다이 힐스가 완공되기 전까지 도쿄 최고층 마천루였습니다.
2023년 11월에는 모리 빌딩 컴퍼티가 개발한 복합상업단지 아자부다이 힐스가 개장했는데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등극하며 한국 관광객도 한번 쯤 들르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도쿄 재개발이 한창이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재개발에 관심을 두는 보도가 많습니다. 일본의 한 디벨로퍼 는 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재개발은 단지 오래된 건물을 새로운 건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으로 효과적인 재개발은 사람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경제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말을 생생하게 증명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저는 도쿄의 시부야를 꼽고 싶습니다. 시부야는 재개발을 통해 사람의 흐름이 바뀌고 동네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는데요. 오랜만에 방문한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큼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 시부야를 살펴봅니다.
도큐 부동산의 시부야 재개발 프로젝트
‘100년에 한 번.’ 일본 언론들이 요즘 시부야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문구입니다.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부야 재개발은 2012년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에 시부야 히카리에 (Shibuya Hikarie)가, 2018년에 시부야 캐스트(Shibuya Cast), 2018년에 시부야 스트림 (Shibuya Stream)이, 2019년 11월에 230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초고층 건물인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Shibuya Scramble Square)가 차례대로 개장하면서 시부야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시부야의 재개발 프로젝트는 시부야 지역에서 철도 사업을 시작해 부동산 사업으로 진출한 ‘도큐 부동산’이 이끌고 있습니다.
일일 승하차객 수 약 330만 명.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시부야(渋谷)는 이름의 한자가 의미하는 그대로 골짜기에 형성된 도시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탈이 심한 언덕이 많습니다.
게다가 많은 철도 회사가 복잡하게 얽히고 국도 246호선이 지나면서 지역이 조각처럼 단절되어 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면 동서남북 사분면으로 분할된 시부야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서남북으로 분할된 지형은 이동이 편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람의 흐름이 정체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앞 하치코 광장 주변만 북적이는 것이죠. 광장에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 쇼핑몰 시부야 109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젊은이의 거리’로 알려진 겁니다.
골짜기와 언덕이 많고 동서남북으로 분절된 동네 시부야. 자연스럽게 사람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게 중요 과제로 떠오릅니다.
언덕과 분절된 구획을 극복하는 아이디어
시부야역은 JR야마노테선이나 도쿄 메트로 긴자 선에서 다른 라인으로 환승할 경우 무려 7층 높이에 달하는 건물을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사가 급하고 높낮이 차이가 있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도록 만들자.”
도큐 부동산은 시부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반 코어’라는 개념을 만듭니다. 어반 코어는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세로형 공간을 만들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계곡 바닥에서 언덕 위로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시부야 내 일련의 재개발 중 어반 코어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재개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된 건물 시부야 히카리에입니다. 이후 설계된 시부야 스트림,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도 어반 코어 개념을 따르고 있죠. 이를 통해 건물 내에서는 수직 이동이 편리해지고, 역과 상업시설을 연결하는 통로가 등장해 사람들이 손쉽게 시부야 거리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히카리에 덕분에 시부야 동쪽 출구에 사람들의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부야 스트림으로 인해 시부야에서 다이칸야마 방면으로 흐름이 생겼고요. 이후 스크램블 스퀘어가 오픈하면서 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사람의 흐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분절되었던 지역이 연결되고 확장되었어요.
도큐의 토우우라 료스케 시부야 개발 사업부 부장 (東浦亮典 執行役員渋谷開発事業部長)의 닛케이 신문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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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리에를 통해서 사람들의 흐름이 극적으로 좋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직 이동만이 아닙니다.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 그리고 지상을 연결하는 보행 데크를 만들어 사람들의 흐름이 극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지하철 역의 환승도 훨씬 원활해졌습니다. 2020년 1월, 지하철 긴자선의 홈이 히카리에 쪽으로 이전하는 등 시부야를 지나는 대다수의 지하철 승강장과 홈이 스크램블 스퀘어의 주변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하철과 철도를 환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4분에서 2분으로 단축됩니다.
10대들의 패션 거리 → 직장인이 모이는 복합문화거리
많은 일본인은 한 때 시부야가 ‘10~20대가 모이는 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즉, 재개발 이후 시부야는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시부야’ 로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IT 기업이 시부야로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시부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IT붐이 일면서 벤처기업들이 잠시 시부야에 모인 적도 있지만 사무실이 부족했기에 시부야의 IT 붐은 오래 가지 못했고 많은 기업이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다 최근 시부야가 재개발되면서 신축 사무실을 갖춘 초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섰고 구글 재팬을 포함한 많은 IT 기업이 시부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재개발의 특징인 ‘복합형 재개발’을 배경으로 합니다. ‘복합형 재개발’이란 개발하는 한 건물 내에 상업 시설뿐 아니라 오피스, 호텔, 주거시설, 문화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넣는 건데요.
실제로 시부야 히카리에, 시부야 스트림,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등에 모두 오피스와 공유 업무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퇴근 후에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문화 시설이 함께 들어선 점도 젊은 직원들이 많은 IT 기업에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시부야에 양질의 호텔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시부야 구가 2006년 러브호텔의 증가를 막기 위해 건축 규제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관광객이 묵을 호텔이 들어서지 못한 것이죠. 2016년 규제가 완화되면서 호텔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외국인은 시부야에 놀러 와도 숙박은 신주쿠나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한 개성적인 호텔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미츠이 부동산이 개발한 공원과 상업시설이 융합된 ‘미야시타 파크’에 들어선 호텔 시퀀스(sequence MIYASHITA PARK), 소셜 호텔을 표방하는 트렁크 호텔(Trunk Hotel)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부야 재개발은 현재진행형
지난 12월, 도큐 부동산이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2,000억 엔 (약 2조원)을 투자한 시부야 사쿠라 스테이지(Shibuya Sakura Stage)가 문을 열었습니다. 건물 3개로 구성된 사쿠라 스테이지는 일과 놀이, 거주를 한곳에 모은 복합 시설입니다.
임차인 100여 곳이 입점할 건물 저층부는 우리가 복합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류 판매점은 받지 않습니다. 대신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쇼룸형 매장’ 혹은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체험형 매장’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현재 이곳의 오피스의 입주 계약율은 95%에 달하는데 입주 기업의 약 80%가 IT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입니다. 이들 특징에 맞게 건물 내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한 미디어 연출, 음악, 아트 등의 행사를 정기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사쿠라 스테이지에는 시부야 재개발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주택이 들어섰고, 도쿄에서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 아파트, 육아 지원 시설, 국제 의료 시설 등도 만들어집니다.
앞으로도 시부야의 변신은 계속됩니다. 시부야 히카리에 뒤편에 있는 지역 시부야 2초메에는 23층짜리 건물 시부야 아크슈(SHIBUYA AXSH)가 올여름 오픈하며,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또 다른 2개 동 또한 2027년까지 완공될 예정입니다.
시부야는 한때 ‘지하감옥’ 혹은 ‘미로’라고 불릴 만큼 이동이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선이 개선되고 새롭게 지어진 복합시설이 들어서면서 시부야의 별명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10대가 아니어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지역, IT기업들이 앞다투어 오피스를 옮기는 지역, 그리고 여행객이 누구나 한번은 들르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지어지는 새로운 건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시부야 지역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시부야는 도쿄역의 마루노우치나 오오테마치처럼 깔끔하게 구획된 도시가 아닙니다. 지형과 거리가 복잡해서 네모반듯하게 정돈된 재개발은 불가능합니다. 시부야 본연의 잡다한 건물과 좁은 골목길은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걱정하는 시부야의 거리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부야의 옛 모습은 남아 있으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도큐 부동산의 토우우라씨의 말을 들으니 한숨 놓이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신 중인 시부야. 2030년 즈음 시부야는 어떤 모습일까요? 새로운 기업이 들어서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이면서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하지만, 뒷골목에서는 여전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매력 가득한 동네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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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24년 3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