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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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도쿄의 초고층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포함해 광대한 녹지, 아파트, 호텔, 병원, 미술관, 상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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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힐스는 ‘역대급’ 부동산 재개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부동산 재개발 회사 모리빌딩이 6400억엔(5조 6000억원)에 달하는 건설비용을 조달했다는 점, 기획부터 준공까지 무려 34년이 걸렸다는 점, 그리고 명소를 넘어 도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겠다고 공언한 점에서 주목할 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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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사업으로 여겨지는 아자부다이힐스를 정희선 필자가 소개합니다.
11월 말의 어느 날, TV를 켜자 일본의 주요 방송사들이 모두 같은 장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한 복합단지가 도쿄를 떠들썩하게 한 것인데요. 롯본기 힐스를 만든 부동산 재개발 회사인 모리빌딩이 설계하고 기획한 아자부다이힐스가 그 모습을 공개한 것입니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모리빌딩이 무려 6400억 엔(약 5조 600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완성한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십자 모양의 부지에 4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 중 핵심빌딩인 모리JP타워는 지상 64층에 달하는 높이 330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되었습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와 같은 마천루를 다수 보유한 한국으로서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진이 매우 잦은 일본에서는 가장 진보된 내진 설계 기술을 적용한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과수원도 있어요’ 부지 면적의 30%가 녹지
아자부다이힐스는 주거와 일, 문화생활, 쇼핑과 여가를 모두 인근에서 해결한다는 ‘콤팩트 시티 (도시 속의 도시)’ 개념을 도입해 설계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피스와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국제학교 (더 브리티쉬 스쿨 도쿄), 고급 레지던스 (아만 레지던스 도쿄), 병원 (게이오대학교 예방의료센터)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아자부다이힐스의 가장 큰 특징은 광활한 녹지입니다. 다른 복합단지와는 다르게 건물과 건물 사이에 넓은 녹지가 조성되어 있죠. ‘모던 어반 빌리지(Modern Urban Village)’라는 콘셉트가 보여주듯 자연에 둘러싸인 환경을 차별점으로 내세웁니다.
실제로 부지 면적 8만 1,000m² 중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2만 4,000㎡(약 7,260평)가 녹지입니다. 대표적인 공간이 ‘중앙 광장’인데요. 십자가 형태로 이루어진 부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어느 곳에서도 접근하기 좋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 누구나 광장을 지나도록 설계했습니다.
모리빌딩은 2003년에 개업한 롯본기 힐스에서도 도쿄 도심 한복판에 재생적으로 자라는 녹지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롯본기에서 드물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주변의 초등학생들이 와서 모내기 체험학습을 할 정도죠.
이러한 경험을 살려 아자부다이힐스 내에도 과수원과 채소밭을 만들었습니다. 이미 자란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이 아니라 부지 내에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재생하도록 만든 점인 인상적이며 현재 귤 나무를 포함한 320여 종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세계적 식문화와 예술을 발신하는 곳
복합단지에서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빼놓을 수 없죠. 1200평 규모로 식품 전문점 34곳이 들어선 아자부다이힐스 마켓 (麻布台ヒルズ マーケット)이 오는 1월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자부다이힐스 마켓 운영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자부다이힐스가 들어선) 미나토구는 땅값이 비싸고 백화점이 없지만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이 지역 사람들은 음식에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전합니다.
하지만 모리빌딩은 단지 주민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아자부다이힐스 마켓을 세계적인 수준의 식문화를 발신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각지에서 엄선한 원료로 만드는 고급 초콜릿 브랜드 ‘미니멀 (Minimal) 초콜릿’은 원료가 다른 초콜릿과 이에 어울리는 와인, 사케 등을 페어링하는 체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아자부다이힐스 매장에 와야만 접할 수 있는 신선한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죠.
모리빌딩은 예술 분야에 힘을 쏟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롯폰기 힐스에도 ‘모리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듯이 아자부다이힐스에도 예술은 빠질 수 없는 테마입니다. 아자부다이힐스에는 도쿄를 넘어 전세계에서 활약하는 디지털 아트 그룹인 팀랩 (team lab)의 전용 전시장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팀랩 전시장은 오프라인 공간과 디지털 아트를 결합해, 전시 개관 1년 만에 약 230만 명을 동원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세계적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러한 팀랩이 아자부다이힐스 내에 2024년 2월 초 새로운 전시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라면 영화관 등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자부다이힐스는 최첨단 디지털 콘텐츠를 유치함으로써 다른 복합시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자부다이힐스는 해외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도쿄타워와 가깝기에 팀랩 전시가 관광객들의 집객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땅 주인 300명을 14년 동안 설득하다
아자부다이힐스는 1989년 재개발 추진을 위한 ‘마을 만들기 협의회 (街づくり協議会設立)’가 설립된 후 무려 34년이 지나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지역에 오랜 기간 살던 300 여 가구를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지만 모리빌딩은 90%의 동의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수고를 감내했습니다. 모리빌딩은 “지역 주민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간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협의회가 집집마다 방문해 설득하는 데 걸린 시간만 14년. 마침내 주민의 90%에 달하는 270 가구가 재개발에 동참했습니다. 모리 빌딩이 만들 마을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협의회 설립부터 땅 소유자와의 협의 및 계획, 투자, 설계를 거쳐 완공까지 34년이 걸렸습니다.
재개발이 시작된 후 모리빌딩이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도로 정비입니다. 아자부다이힐스가 들어선 곳은 도로가 좁고 ‘힐스’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경사가 많은 곳인데요, 이러한 곳은 지진 및 재해에 취약합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도로를 넓히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모리빌딩은 카미야초 역에서 롯본기잇초메 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넓히며 정비했습니다.
또한 메인 도로와 별개로 아자부다이힐스 뒤편에 도로를 만들어 주차장을 전부 이 곳으로 넣었는데요. 이에 따라 역과 역을 잇는 메인 도로에는 자동차가 주차를 위해 멈추거나 화물 트럭이 다니는 일이 없도록 설계했습니다. 즉, 자동차의 흐름에 방해 받지 않고 사람들이 걷기 좋은 도로를 만든 것이죠. 뿐만 아니라 아자부다이힐스는 재해 발생 시 3600명이 대피 가능한 공간을 제공할 것도 약속하는 등 기존 주민들의 안전에도 신경 썼습니다.
아자부다이힐스, 도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모리빌딩은 아자부다이힐스를 통해 도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도쿄는 도시 규모에 비해서 외국인들을 위한 고급 호텔, 고급 레지던스, 문화 시설, 해외 부유층들을 위한 교육시설과 의료 기관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자부다이힐스 내 국제 학교를 유치한 이유도 해외의 고급 인재들로부터 선택받는 도시가 되기 위함입니다.
쓰지 신고 모리빌딩 최고경영자(CEO)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모이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 이들은 단지 좋은 오피스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아자부다이힐스 내 ‘모리비루 아반 라보’를 만들었는데요. 대형 스크린과 도쿄를 1000분의 1로 만든 모형이 설치되어 있으며 프로젝션 맵핑을 입혀 도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계적인 정치인과 경제인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도시를 홍보하는 장소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쓰지 CEO는 “도쿄는 현재 런던, 뉴욕에 이은 도시 경쟁력 3위로 평가되지만, 1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국가로 경쟁해 일본이 미국을 넘어서는 건 무리여도, 도쿄는 뉴욕을 누르고 세계인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아자부다이힐스는 도쿄를 세계 도시 경쟁력 1위로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아자부다이힐스가 도시 재개발을 계획하는 많은 나라에게 영감을 줄 것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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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