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도쿄에서 맛집 편집숍 개념인 ‘음식 테마파크’가 단순한 외식을 넘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상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 수산시장, 오피스, 복합문화공간에 이르기까지 음식 테마파크가 입점한 건물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 토요스 천객만래, 토라노몬 요코초, 시부야 요초코를 사례로 일본 음식 테마파크가 건물 활성화에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최근 3, 4년 사이 도쿄에서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맛집 편집숍 개념인 ‘음식 테마파크’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친근하고 접근성이 좋은 여가인 데다 일본의 식문화가 외국인에게 중요한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음식 테마파크는 토요스, 시부야, 신주쿠, 아사쿠사, 토라노몬힐스 등 도쿄 곳곳에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요. 올해 오픈한 천객만래를 시작으로 지금 도쿄에서 꼭 가봐야 할 음식 테마파크 3곳을 소개합니다.

토요스 천객만래, 에도 시대의 상점가 재현

한국의 노량진 수산 시장과 같은 도쿄의 츠키지 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였습니다. 특히 새벽에 열리는 참치 경매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방문했죠. 그러나 츠키지 시장의 노후화와 위생 문제로 인해 2018년 토요스라는 지역으로 이전하며 시장이 빌딩 내부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깨끗한 시설을 갖추게 되었지만, 장외 시장 특유의 번잡함과 활기는 줄어들어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24년 2월, 토요스 시장 근처에 오픈형 상업공간 ‘토요스 천객만래(豊洲 千客万来, 토요스 센캬쿠 반라이)’가 개장했습니다. ‘천객만래’는 ‘천 명의 손님이 만 번씩 온다’는 뜻으로, 많은 손님이 번갈아 찾아오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에도시대 거리를 재현한 목조 건물로 구성된 천객만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파는 식당 70여곳이 모였다. (사진=정희선)

천객만래는 도쿄 올림픽 개최 전인 2019년에 완성될 예정이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도쿄 올림픽의 연기 등의 이유로 4년이나 늦게 선보였습니다. 완성 전부터 도쿄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이곳은 에도 시대의 거리를 재현한 목조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초밥, 장어, 해산물 덮밥, 몬자야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제공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객만래는 식당온천,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토요스 장외 에도마에 시장(豊洲場外 江戸前市場)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약 4,500평의 규모로 약 70개의 레스토랑과 식재료 점포가 들어섰습니다. 또한 도쿄 토요스 만요 클럽 (東京豊洲 万葉倶楽部)은 지하 1층, 지상 9층, 연면적 약 5,800평에 달하는 온천 시설입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와 유가와라 온천에서 가져온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도쿄의 해안가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탕, 대욕장, 노천탕,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천객만래는 식당과 온천,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사진=정희선)

긴 연휴 기간인 골든위크 기간 중 방문해보니 일본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는 에도 시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에서 다양한 종류의 일본 음식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일본인들 또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설인데요, 토요스 수산 시장과 함께 위치해 있기에 해산물 식재료를 사기에도 좋으며 음식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토요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팀랩의 전시장이 위치한 동네이기도 한데요, 팀랩의 전시, 토요스 수산시장에 더하여 천객만래가 들어서며 토요스는 하루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는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토라노몬 요코초, 아저씨들을 위한 장소라는 통념을 깨다

요코초(横丁)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요코초란 좁은 골목길에 술집, 바 등이 늘어선 곳을 지칭하는데요,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 위치한 ‘오모이데 요코초’가 좋은 예입니다. 좁은 골목길에 빽빽이 들어선 작은 술집 안에서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특유의 정취와 분위기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원래 요코초는 중년의 샐러리맨들이 주로 가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최근에는 요코초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며 더 넓은 고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토라노몬힐스(Toranomon Hills) 비즈니스 타워 내에 들어선 토라노몬 요코초(虎ノ門横丁)입니다.

36층 규모의 복합타워 토라노몬힐스에 들어선 ‘토라노몬 요코초’. (사진출처=toranomonhills)

2020년 6월에 오픈한 토라노몬힐스의 비즈니스 타워는 36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타워입니다. 지상 5층부터 36층까지는 전부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 총 59개의 먹거리 관련 점포들이 들어섰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도쿄 전역의 유명 맛집 26개 점포가 입점한 ‘도라노몬 요코초’입니다.

토라노몬 지역은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곳인데, 왜 요코초를 만든 것일까요?

토라노몬 힐스를 개발 및 운영하는 모리빌딩의 관계자는 “상업적 입지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에 특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음식에 눈을 돌렸다”고 전합니다. 2014년 개장한 토라노몬 힐스의 모리 타워 내 상업시설들이 야간 집객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피스 거리이기 때문에 점심은 호황을 누리지만 저녁 시간대와 주말에는 손님이 적었죠. 모리빌딩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토라노몬 요코초인 것입니다.

업무용 빌딩의 아케이드는 대개 평일 점심 장사로 끝나지만, 토라노몬힐스는 젊은 손님을 겨냥한 맛집들을 대거 입점시켜 저녁과 주말에도 북적이는 건물로 자리잡았다. (사진=@toranomon_yokocho)

다른 곳에 점포를 연 적이 없는 도쿄의 노포와 인기 가게들이 모이자 토라노몬 힐스는 술을 마시러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또한 본점에서 코스 요리만 제공하는 매장도 토라노몬 요코초에서는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손님들의 다양한 가게에서 메뉴를 조금씩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토라노몬 요코초는 도쿄의 다른 실내 요코초보다도 조금 더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데요,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취향에 맞춘 듯합니다. 실제로 금요일 저녁에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로 가득 차고, 주말에는 젊은 세대로 북적입니다.

(사진=@toranomon_yokocho)

시부야 요코초, 전국의 향토 음식을 한 자리에서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1층에 자리한 시부야 요코초는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며 각 지역의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테마파크입니다. 이곳에서는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에서 남쪽의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홋카이도의 특산 요리를 파는 식당이 맞이하며, 이어서 요코하마, 시코쿠, 규슈, 오키나와 등 남쪽으로 갈수록 각 지역의 음식을 파는 점포가 나옵니다. 한 곳에서 전국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일본 전역을 횡단하는 특별한 여행을 경험하는 기분을 줍니다.

시부야 요코초는 70~80년대의 레트로한 상점가를 재현해서 각 점포를 옛 목욕탕이나 파칭코와 같은 분위기로 꾸몄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요코초 문화와 일본 전국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일본의 20대들에게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복고 감성이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시부야 요코초는 ‘하마쿠라적 상점제작소(浜倉的商店製作所, 이하 하마쿠라)’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이 회사는 요코초의 기획과 운영에 특화된 회사입니다. 하마쿠라는 도쿄 에비스 요코초를 처음 기획하며 텅 비어 있던 시장을 통째로 요코초로 바꾸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에비스 요코초는 20개 구획 즉, 작은 가게 20곳이 영업 중인데 가장 작은 곳은 1.4평 정도, 넓어도 6평에 불과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음식점 운영에 특화된 한 기업이 장소를 통째로 빌려 각각 다른 업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1개의 회사가 운영하면 아무리 업종이 다르다고 해도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하마쿠라는 공식적으로 테넌트를 모집하지 않고 지인이나 아는 사람들 중에서 출점하고 싶은 사람을 모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에비스 요코초는 대성공. 이후 유락초, 시부야 요코초 등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왔습니다.

하마쿠라의 대표는 요코초를 “사회적 직함이나 나이, 성별을 초월해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정의합니다.

“학생 시절에는 특정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던 아지트가 있었지만, 사회에 나가면서 그런 장소가 줄어듭니다. 요코초는 이러한 빈자리를 채워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좁은 골목을 통해 타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러한 콘셉트 덕분에 시부야 요코초는 지나가는 사람과 부담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좁은 공간을 확장하지 않고 일부러 좁게 유지합니다. 통로나 가게 안에서 ‘잠깐 실례합니다’ ‘아, 안녕하세요’라는 사소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작은 말 한마디를 계기로 몰랐던 타인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친해질 수도 있죠.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일입니다. 그런 재미를 찾아 사람들이 절로 모이는 곳이 제가 상상하는 요코초입니다.”

하마쿠라적 상점제작소의 하마쿠라 대표, FOOD CHANNEL 인터뷰 중

실제로 저 또한 신주쿠나 유락초의 요코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테이블과 의자가 빽빽이 들어선 작은 공간 내에, 흥에 올라 조금씩 톤이 높아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즐기는 술 한잔이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도쿄의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된 식문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현지 음식과 그 분위기입니다. 저는 화려했던 태국 사원의 내부보다는 방콕 야시장에서 먹었던 볶음 국수의 맛이, 베트남 하노이의 대성당보다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마시던 맥주와 분위기가, 스페인의 박물관보다는 타파스 거리의 흥겨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은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재미이자 음식을 먹을 때의 분위기 그 자체가 관광 자원이죠.

일본은 풍부한 식재료와 섬세한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제공하는 미식 대국입니다. 단지 일본 음식을 먹기 위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도 많으며, 음식 테마파크는 이러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좋은 장소가 됩니다.

도쿄 곳곳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음식 테마파크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새로운 문화와 체험을 제공합니다. 아사쿠사 요코초, 신주쿠의 카부키 홀에 들어선 실내 요코초 등, 일본의 다양한 테마파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2024년 11월에는 하마쿠라적 상점제작소가 신바시에 거대 규모의 푸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러한 음식 테마파크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면서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가 아닌, 체험을 위해 외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상업시설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도라노몬 요코초처럼 오피스 빌딩에 위치하여 방문객이 적은 시간대에도 활기를 유지하게 하거나, 토요스 천객만래와 시부야 요코초처럼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하여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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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4년 10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