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표 상권을 읊어보라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어요. 강남, 명동, 성수, 그리고 홍대.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유명세를 유지해온 홍대는 그 인근으로까지 영향력을 확장했는데, 덕분에 성장한 인근 상권이 바로 연남동이에요.

요즘 홍대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잖아요.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브랜드들이 홍대를 떠나며 공실은 점점 늘어나지만, 상권이 확장되다 보니 홍대 내의 유동 인구수는 점점 떨어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연남동은 어떨까요? 홍대가 예전만 못하니 이곳 역시 핫하던 기운이 시들시들해지고 있을까요?

연남동의 성장과 현 상황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연남동은 최근에 생긴 동네다?

지금이야 ‘연남동’이란 이름이 아주 유명하지만, 사실 그 이름의 역사는 아주 짧아요. 과거에는 연남동이란 지역명이 없고 그저 서대문구 연희동에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그러다 연희동이 1975년 마포구로 편입됐는데 이때 차마 마포가 되지 못하고 남은 지역이 연남동이 됐죠. 연남이라는 이름의 뜻도 연희동의 남쪽이라는 뜻이에요.

연남동이 남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지리적 이유도 한몫했어요. 이 지역이 홍대, 연희동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고립되었고 교통도 불편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부터 이 땅에는 대대적인 상업시설보다 작은 주택들이 많이 들어서며 조용한 주택가가 형성되었는데요. 주목할 건 연희동은 부유층을 위한 고급 단독주택들이 많이 세워진 반면, 연남동에는 중산층과 인근 대학생 및 직장인을 위한 오래된 소규모 연립주택이 많았다는 점이에요.

화교 + 젊은 예술가 + 연트럴파크 = 연남동 상권 형성

어쩐지 메인이 되기에는 2% 부족했던 것 같은 연남동. 하지만 연남동의 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뒤바뀌어요. 연남동을 서울을 대표하는 핫한 상권으로 탈바꿈시킨 데에는 화교, 홍대, 연트럴파크가 큰 역할을 하게 되죠.

화교 상권 : 2000년대 화교들이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로 다량 유입됐어요. 이들은 자신의 강점을 내세운 중국 음식점을 오픈하기 시작했는데, 이 중국 음식점들이 맛집으로 입소문 나면서 차츰 연남동의 상권이 외부로 알려졌어요.

제2의 홍대 : 홍대가 메가 상권으로 성장하자 이 땅의 임대료가 급증했는데, 그 정도가 더 이상 젊은 예술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됐어요. 이때 홍대를 떠난 사람들이 바로 인근에서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연남동으로 많이 움직였죠.

연트럴파크 : 2011년 연남동을 반으로 가르던 경의선이 지하로 뚫리면서 이듬해부터 폐철도를 따라 공원이 조성됐어요. 마침내 2015년 연트럴파크 조성이 완료되며 이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상권 활성화가 불붙게 되었고요.

핫플레이스 옆 동네로만 여겨지던 연남동이 마침내 독자적인 상권으로 인정받게 된 순간이죠. 특히 연남동은 인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 특징 덕분에 ‘연남동스러움’을 형성하며 빠르게 상권을 키워왔어요. 연남동을 더 연남동스럽게 만드는 것들엔 무엇이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발걸음마다 바뀌는 풍경, 연남동 매력 포인트

과거 주택가였던 연남동은 골목이 좁고 짧다 보니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문화가 발달했는데요. 이렇게 연남동의 골목들을 걷고 있다 보면 유독 이 골목들의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연남동은 지자체에서 대대적으로 나서 개발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화교와 젊은 예술인들이 주도적으로 모여들며 상권을 만들었어요. 이들이 연남동을 선호했던 이유는 명확하죠. ‘홍대보다 저렴한 임대료.’ 홍대나 연희동에는 중산층을 위한 주택이 많았던 반면 연남동에는 좁고 낮은 건물들이 많았으니까요. 자금은 적지만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 사업가와 예술가들에게 더없이 좋은 지역이었죠.

처음 한두 명이 펼친 실험적 아이디어 공간이 고객을 불러 모으니 그 옆에 또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매장을 열었어요. 덕분에 연남동은 ‘ 독특한 리테일이 있는 동네’로 성장하며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들이 자리 잡은 매력적인 동네가 되었어요.

데이터로 살펴본 연남동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리테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독특한 상권이 된 연남동. 이쯤 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걱정되는데요.

연남동 일대 공인중개사 C씨는 임대료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상황은 맞다고 했어요. 최근 연남동 일대 수요가 폭발하며 임대료가 조금씩 조정되고 있다고요. 하지만 아직 그 정도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해요. 상승폭이 크지 않고, 여전히 연남동의 최대 장점인 소형 평수 매물들은 인근 상권 대비 매력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부동산 통계 뷰어를 보니, 2023년 4분기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5.8%인데요. 동교/연남 지역의 공실률은 고작 2.4%에 지나지 않았어요. 명동(19.7), 신사(7.4), 홍대/합정(4.7), 잠실/송파(6.7)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낮은 수치죠.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에서는 그 차이가 더 극명해요. 서울(8.4), 명동(27.7), 신사(10.2), 홍대/합정(9.8), 잠실/송파(11.7)에 비해 동교/연남은 5.2% 정도의 비교적 낮은 공실률을 보여요. 데이터가 보여주듯 아직 연남동 일대 상권의 수요는 높다고 할 수 있지요.

임대료는 어떨까요?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통계 조회 서비스에서 동교/연남 지역의 면적 당 임대료 데이터를 조회해본 결과 코로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2년 임대료가 살짝 올랐지만 그 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진 않아요.

그렇다면 연남동 일대 상권의 수요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연남동 일대 유동 인구수와 매출 변화 값을 보니 그 일대가 나날이 활기를 더해가고 있어요. 유동 인구수는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1년 급격하게 수치가 떨어지긴 했으나 이후 다시 빠르게 올라와 코로나 이전의 약 90% 수준까지 회복했어요.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며 매출은 오히려 더 늘어 코로나 이전보다 110% 수준으로 성장했고요. 즉 연남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상거래도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이죠.

사장님들이 느끼기에 연남동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권일까요? 연남동 일대 ‘연남장’ 등 이색 리테일을 오픈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연남동은 이미 관광 인구와 배후 세력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를 형성하여 한동안은 무너지지 않을 건전한 상권이 됐다고 말해요.

연남동 상권은 홍대 관광 상권이 연장하며 발생한 트래픽과 동교동, 서교동, 연희동의 크리에이터 생활권과 마포, 상암, 가좌 생활권이 포함된 풍부한 배후 생활권이 형성한 트래픽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동네에요.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형성한 안정적인 모멘텀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거로 보고 있죠.

홍주석 어반플레이대표

특히 주목할 점은 연남동 내에서도 상권이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트럴파크 인근 골목들까지만 형성되어 있던 상권의 규모가 최근 연남교 및 서교동 일대까지 확장하고 있거든요.

사실 한 골목 상권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상권의 확장은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만큼 주변으로 경쟁자가 많아지며 유동 인구가 분산된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그러나 홍대의 영향력이 연남동으로 흘러 들어오며 홍대와 다른 상권을 만들어 낸 것처럼, 연남동에서 출발한 이 영향력이 또 어떤 신선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상권의 확대가 리테일 업계 전체에 긍정적 발전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거에요.

과거 핫플레이스에 치여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연남동, 그러나 그 덕분에 오히려 이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브랜드가 늘어나며 불경기도 비껴갈 정도로 주목받는 상권이 되었어요. 거기다 최근 연남동에는 블루보틀, 츄레리아처럼 외국계 인기 브랜드의 진출까지 계속되고 있어 한동안 그 인기가 계속될 것처럼 보여요.

연남동이 틀에 박히지 않은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젊은 브랜드들에 더욱 많은 기회를 주는 땅으로 남아 있는다면, 지금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고 잘 유지되지 않을까요?

해당 콘텐츠는 외부 필진이 작성한 글로 당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 권유, 종목 추천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상기 내용은 2024년 4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