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주차빌딩은 주차 공간을 겹겹이 쌓아 올린 건축물입니다. 보통 이런 건축물은 기능을 최우선에 두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지어지곤 하죠.

  • 하지만 언젠가부터 주차장 용지를 개발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국내법은 주차장 용지의 30%를 상가나 오피스텔 등으로 채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하이브리드’ 주차장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국내에서 주차료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변신을 시도한 주차빌딩 사례 3곳을 소개합니다.

도시에는 자동차를 세워 두기 위해 조성된 땅이 있다. 이른바 주차장이다. 우리나라는 주차장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도로 옆에 주차선을 그어 놓은 ‘노상 주차장’, 공용 주차장처럼 도로가 아닌 별도의 대지 위에 만들어진 ‘노외 주차장’, 마지막으로 아파트나 사무실 지하에 있는 주차장처럼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포함되어 설치되는 ‘부설 주차장’이다.

그 중에도 국가는 노외 주차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차전용건축물, 일명 ‘주차빌딩’ 건설을 허용한다. 주차빌딩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부분의 비율이 연면적의 95%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주차장이 층층이 쌓여 있는 주차빌딩
직각의 질서로 짜여진 주차장

주차장 용지의 30% 미만은 다른 용도로 써도 OK

하지만 주차장을 주차장으로만 사용하면 사업성이 안 나온다. 그래서 국가는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운수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 창고시설 또는 자동차 관련 시설 심지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쓰이는 부분의 비율을 30% 미만까지 허용하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령」제1조의2). 쉽게 얘기하면 주차장용지는 30% 미만짜리 주택용지 또는 근린생활시설용지인 셈이다.

요즘 지자체들은 이 규정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업무시설을 넣은 주차빌딩을 짓곤 한다. 시민들이 주차 공간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주차장 확장을 위한 부지는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아예 청사를 타워형 주차장으로 만들어 주차난을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필요한 업무시설이 상층부에 배치된 금정역 공영주차장 주차빌딩

주차장 용지는 주차장 건설을 위해 조성되는 땅인 만큼 대지에 비해서는 가격이 30~40%가량 저렴하다. 따라서 주차장 용지를 사는 사업자는, 저렴하게 산 주차장 용지에서 한정된 수익 시설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 사이의 최적해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전략이 구사된다.

사례1. 용인 헤르마 주차빌딩

용인시에 있는 헤르마 주차빌딩은 디자인을 통해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건물을 설계한 이정훈 조호건축 소장은 주차장의 슬럼한 이미지 때문에 “아무리 지명도 있는 매장이 들어서고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꾸며도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라고 분석하며, “잘 디자인된 하나의 상가시설에 부속된 주차장으로 이미지를 전환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헤르마 주차빌딩은 죽전 택지개발지구 내 ‘죽전 카페거리’라고 불리는 지역에 있다. 아마도 도시계획가는 해당 주차장용지가 토지이용계획 상으로는 단독주택용지이지만 카페거리로 활성화될 지역의 배후 노외주차장으로 고려했던 것 같다.

잘 디자인된 상가 시설과 부속 주차장을 의도했던 헤르마 주차건물

헤르마 주차빌딩이 들어선 주차장용지는 사다리꼴 모양이다(대지면적 853.7㎡). 대지 북동쪽과 동쪽에는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왕복 4차로가, 대지 서쪽과 남쪽에는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왕복 2차로가 지나간다.

건축가는 대지를 둘러싼 서로 다른 맥락을 고려해서 건물의 입면을 다르게 처리했다. 기본적으로 입면에는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총 635개가 쓰였다. 북동쪽과 동쪽 입면에 설치된 패널은 톱니처럼 각기 다른 각도로 붙어 있어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이 분절되어 보인다.

반면, 서쪽과 남쪽 입면에는 패널이 평평하게 붙어 있어 주변의 느린 속도의 풍경이 왜곡 없이 반사돼 보인다. 또한 근린생활시설을 고급화하기 위해 건축가는 탄천의 지류에 면한 상가에 테라스를 설치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과 도시 맥락을 고려해 톱니처럼 디자인된 입면
느린 속도도 흐르는 주변 맥락을 고려한 평평한 입면

다만 약점도 보인다. 헤르만 주차빌딩의 경사로 앞에는 “운전주의! 핸들을 여러 번 조작해서라도 크게 도세요”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을 만큼 주차하기 어렵다. 차량의 최소 회전반경(6m)을 고려한 경사로 진입 부분이 바듯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건축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땅의 크기를 나눈 도시계획가의 착오로 봐야 한다. 헤르만 주차빌딩이 들어선 대지의 짧은 변의 길이가 12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헤르만 주차빌딩은 상가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지만 주차가 쉬워야 한다는 주차빌딩의 정체성을 다소 놓친 것처럼 보인다.

차량 회전 반경이 바듯하게 설계된 경사로 진입 부분

사례2. 평택 JS타워

평택시에 있는 JS타워는 주차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의 상이한 기능을 구분하여 디자인한 주차빌딩이다. 이 타워가 세워진 대지는 모서리가 깎인 사다리꼴 형태다. 그래서 근린생활시설이 배치된 1층 형태는 대지 형태와 같다(대지면적 2,505㎡). 하지만 주차시설이 배치된 상층부는 대략 40m x 35m 크기의 직각사각형이다.

주변 가로에 대응하고 있는 1층부과 자동차의 질서를 따른 상층부 (사진=어반아크)

기능이 다른 두 공간의 차이는 외관에서도 드러난다. 1층은 벽돌형 아치로 형태인 반면, 단열 처리 및 밀폐가 필요 없는 상층부 주차시설은 알루미늄 타공판 밴드로 감쌌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철구조물을 공사 현장의 비계처럼 과감히 노출했다. 경사진 타공판 밴드는 주변 빛에 따라 투과도가 달라진다. 반대로 밤에는 건물의 빛을 밖으로 쏟아낸다. 마치 도시 속 등대 같다. JS타워를 설계한 어반아크는 그간 좋지 못했던 주차빌딩의 이미지가 JS타워를 통해 다시 그려지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주차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의 상이한 기능을 알루미늄 타공판과 벽돌을 통해 구분한 JS타워 (사진=어반아크)
경사로로 인해 버려지는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스킵플로어 (사진=어반아크)

또한 1층 근린생활시설에서는 층고를 반 층 높여 개방감을 주는 한편, 상층부에서는 주차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을 반 층씩 오르내리는 스킵플로어를 적용했다.

스킵플로어 적용을 통해 길이가 짧아진 주차경사로 (사진=어반아크)

사례3. 한림테크노Ⅱ 빌딩

군포시에 있는 한림테크노Ⅱ 빌딩은 주차빌딩 내 근린생활시설을 1층이 아닌 상층부 일부에 층층이 배치한 사례다.

이 주차빌딩은 단독주택용지로 이루어진 지역 가운데에 있다(대지면적 1,401㎡). 주변이 4층 높이의 상가주택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그나마 대지 남쪽 모서리에 면한 사거리에서 건물 외관을 인지할 수 있다.

이런 주변 맥락을 고려해 설계를 맡은 자길건축은 근린생활시설을 사거리 모서리와 면한 각 층마다 배치했다.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뒤편에 주차장을 두었다. 따라서 주차 후 편하게 근린생활시설로 들어갈 수 있다.

인지성이 높은 사거리에 면한 부분에 층층이 배치된 근린생활시설
한림테크노II 빌딩-주차장이 배치된 부분의 건물 입면
근린생활시설 뒤편에 배치된 각층의 주차장

아쉽게도 위층에 있는 근린생활시설이 주변 가로에서 잘 인지되지 않는 한계 때문에 다소 공실이 있는 듯 보인다. 만약 이 건물의 주변 풍경이 탁 트여 있었다면 마치 경치 좋은 상점을 자동차로 가듯이 상층에 있는 근린생활시설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주차장의 변신을 기다리며

그동안 주차빌딩은 ‘주차’라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지극히 기능적인 건물이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가급적 적은 비용이 투입되도록 설계했고 도시 안에서는 가능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주차빌딩에서 확보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이나 판매시설은 해당 시설만을 위한 용지의 과도한 공급을 대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차하기 쾌적하다’라는 본성과 잘 어우러진다면 괜찮은 하이브리드 건축물이 될 수 있다. 주차빌딩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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