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프랜차이즈 점포의 기본은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품질의 맛과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이 기본에는 공간 경험도 포함되죠.

  • 하지만 일본 스타벅스와 무인양품은 이 ‘기본’에서 벗어났습니다. 특정 지역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개성 있는 점포를 내고 있거든요.

  • 건축 디자인을 앞세운 스타벅스, 현지 특화 서비스를 강화한 무인양품 사례를 통해 요즘 프랜차이즈 점포의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최근 ‘로컬’ ‘지역색’과 같은 단어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지역만의 특징이 담긴 공간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매력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포는 어떨까요? 보통 세계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프랜차이즈 점포의 경쟁력입니다. 이 상품에는 맛이나 서비스 뿐 아니라 공간도 포함되지요. 그런데 최근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본 스타벅스와 무인양품은 지역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이색 점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Regional Landmark Store)를 통해, 무인양품은 지역 특화 서비스를 통해 동네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방문하는 점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죠. 이들의 행보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지역과 조화하는 공간으로 변신해 화제를 만들고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벅스와 무인양품의 사례를 통해 프랜차이즈 점포가 어떻게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건축 랜드마크가 되는 스타벅스 점포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매개체로 공간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특히 일본 스타벅스 매장 중에는 지역의 색깔을 담은 매장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라고 불리는 이러한 점포들은 지역의 특징을 살린 건축 디자인을 통해 해당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점포입니다. 2023년 8월 기준 일본 전역에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 28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는 2005년 가마쿠라 오나리마치점(鎌倉御成町店)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 매장은 <후쿠짱>으로 유명한 만화가 요코야마 류이치의 저택 터에 지어졌는데요. 그의 생전 만화가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스타벅스 매장에는 그가 사랑한 벚꽃나무, 등나무, 수영장 등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본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 1호점, 가마쿠라 오나리마치점. 유명 만화가의 저택 부지에 지어져 그가 사랑했던 벚꽃나무, 등나무, 수영장 등이 남아있습니다. ⓒ스타벅스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멋있게 품은 스타벅스 매장으로는 교토 니넨자카 야사카 차야점 (京都二寧坂ヤサカ茶屋店)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는 전통적인 일본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는데요. 1층에는 교토의 전통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좁고 긴 통로를 그대로 살려 오래된 주택의 복도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층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다다미방이 3곳 마련되어 있어 교토의 전통 가옥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교토 니넨자카 야사카 차야점 전경. ⓒ정희선
교토 니넨자카 야사카 차야점1층과 2층 모습. ⓒ스타벅스

일본에서도 고베는 서양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항구 도시인데요. 이곳에 위치한 기타노 모노가타리관 (神戸北野異人館店) 또한 특색 있는 점포입니다. 스타벅스가 들어선 건물은 1907년에 만들어진 미국인이 소유한 서양식 목조 주택으로 유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저택 고유의 모습을 살려 1900년대 시대상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다이닝 룸, 라운지 등 각 방에 맞는 엔티크 가구와 소품을 배치하여 방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고베의 기타노 모노가타리관 점 모습. ⓒ스타벅스

리저널 랜드마크 스토어의 각 매장은 철저하게 그 지역과 토지에 맞추어 설계하고 디자인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이 풍부한 입지라면 나무와 식물을 가능한 보존하면서 바람과 태양의 움직임까지 감안해 매장을 설계한다고 합니다. 문화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라면 전통미를 살리면서 스타벅스의 세계관을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현지 나무 공방이 만든 집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의 난방문화 고타쓰(코타츠)를 만날 수 있는 신슈 젠코지 나카미세도리 점. ⓒ스타벅스
이쓰쿠시마오모테산도점. 현지 나무 공방이 만든 의자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한편, 방문 고객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실내 레이아웃을 변경하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긴자점에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타벅스’라는 콘셉트 아래 독서실과 같은 부스형 좌석을 만들어 주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온라인 회의가 가능합니다.

화상회의에 적합한 1인 부스형 좌석이 설치된 서클즈 긴자점. ⓒ정희선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매장 안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매장을 나서는지 점포 내 고객의 동선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이를 점포의 레이아웃에 반영합니다. 이러한 세심한 공간 기획과 설계는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 전문점과 차별화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개성이 담긴 공간,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만든 공간은 사람들을 스타벅스로 불러들이는 힘을 가집니다.

현지 특화 서비스 제공하는 무인양품 점포

스타벅스가 물리적 공간으로 지역색을 드러낸다면, 무인양품은 서비스에 지역색을 반영하는 브랜드입니다. 전국에 매장을 갖고 있는 무인양품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상품 구색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겁니다.

실제로 각 지역에 맞는 매장 모델을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사업부’를 2021년 9월에 출범하고 매장의 출점계획부터 독자적인 상품 개발까지 지역에 밀착된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토의 야마시나(山科) 매장은 지역 농가가 수확한 식재료와 신선식품을 판매하며 교토의 유명한 반찬 전문점과 디저트 전문점을 무인양품 안으로 초대했습니다. 주말이면 지역의 생산자들을 모아 마르쉐나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야마시나점에 들어선 교토의 유명한 반찬 전문점. ⓒ정희선

니가타현에 위치한 나오에쓰(直江津) 매장 또한 ‘나오에쓰 양품시장’이라는 지역의 농가들이 수확한 농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합니다. 양품식당에서는 니가타현에서 유명한 식당의 레시피를 전수한 음식을 판매, 다른 매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나오에쓰점. ⓒ정희선

무인양품의 가나이(金井) 회장은 두 매장의 오픈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지역색을 품은 매장에 힘을 쏟을 것임을 시사했는데요.

“이제는 지역의 시대입니다. 대도시에 위치한 어디서나 비슷비슷한 매장의 개발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지역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비단 지방 도시만이 아닙니다. 도쿄 내 위치한 아리아케(有明) 매장 또한 지역주민의 니즈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리아케는 최근 개발된 지역으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젊은 가족들의 이주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무인양품은 아리아케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주거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신설합니다. 집의 리폼뿐만 아니라 집 안의 정리, 수납, 공간활용 관련하여 언제든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주거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리아케점 상담 카운터. ⓒ정희선

무인양품의 회장은 매장을 똑같이 복사해서 붙여 넣는 식의 점포 개발은 하지 않을 것이며 각 매장이 지역에 맞는 매력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되 지역에 융화되는 테마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프랜차이즈 점포의 지역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

팬데믹 이후 제품 판매의 경쟁력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과 연관된 ‘경험’을 판매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체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들은 어딜 가나 똑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더 이상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더한 차별화가 필요하지요.

앞으로 프랜차이즈 점포의 지역화는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스타벅스와 무인양품의 사례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기존 점포에 이색 건축 또는 지역 특화 서비스라는 변주를 줌으로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브랜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오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역색이 담긴 매장을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뻔한 공간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요. 프랜차이즈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지역 특화 점포 움직임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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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8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