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모리빌딩은 기업 유치를 공실 해소가 아닌 전략적 큐레이션으로 접근하며, 주거·교육·의료·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 패키지를 설계합니다.

  • 연간 70만 명을 모으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는 단순 축제가 아니라, 지역 이미지를 재정의하고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교한 집객 전략입니다.

  • 2025년 오픈한 복합시설 ‘글라스록(Glass Rock)’은 사회적 난제 해결을 공간 운영의 목표로 삼으며, ‘도시를 키운다’는 철학을 한 단계 진화시킵니다.

지난 1편에서는 모리빌딩이 ‘입체녹원도시’라는 비전을 현실로 만든 하드웨어 전략을 살펴봤다. ‘도망가고 싶은 거리(Cities to Escape to, Rather than Flee from)’라는 역설적 방재 철학, 60년 묵은 도로 문제를 돌파한 민관 협력이 그 핵심이었다. 2편에서는 이 물리적 토대 위에서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오그웨어, 기업 유치 전략, 축제를 통한 집객, 그리고 운영의 새로운 실험을 다룬다.

● 집객 무대로서 공공공간, 그리고 모리의 축제가 미나토구의 축제가 되다

롯폰기힐즈의 ‘아레나’, 토라노몬 힐즈의 ‘오벌 스퀘어’, 그리고 아자부다이 힐즈의 중앙광장과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더 클라우드’. 전체 개발 규모에 비하면 작은 점(點)과 같은 공간들이지만, 우리가 각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먼저 마주하게 되는 상징적인 장소들이다. 놀라운 점은 이곳들이 모두 공공기여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모리빌딩에게 공공기여는 단순히 법적 의무를 채우기 위한 ‘비용’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공공 공간을 개발의 얼굴이자 중심이 되는 곳에 아름답게 배치한다. 국내 도심의 공개공지가 대부분 건물 후면이나 측면에 방치되어 흡연 장소로 전락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공간들을 무대로 펼쳐지는 정교한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한다. 이곳은 강력한 집객의 무대이자, 각 힐즈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이벤트의 장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사람의 흐름을 만들고 체류와 소비를 이끌어내며, 나아가 지역 전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콘텐츠의 저장소가 된다.

이런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롯폰기힐즈의 연례 행사인 롯폰기 아트 나이트다. 2009년 시작된 이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도시 개발과 예술적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해 도심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는 고도로 기획된 도시 재생 전략이다. 행사의 핵심 메커니즘은 롯폰기힐즈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롯폰기 일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열린 갤러리’로 전환하는 데 있다. 건물 내부를 넘어 거리, 광장, 사찰, 그리고 지역의 작은 갤러리들이 연합하여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된다.

왜 그들은 이토록 활성화 프로그램에 적극적이고 정교하게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그 압도적인 집객 효과에 답이 있다. 2009년 첫 회에 55만 명이었던 방문객은 2019년 80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단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을 고려하면 놀라운 응집력이다. 팬데믹 이후인 2023년과 2024년에도 약 6-70만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2023년 상세 보고서에 따르면, 관람객 1인당 소비액은 7,330엔,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8억 3백만 엔(약 160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2022년 1인당 소비액은 12,407엔, 총 경제적 파급효과는 26.5억 엔, 한화로 약 245억 원에 달한다.)1 단순히 입장료나 음식 소비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전체의 브랜드 가치 상승분을 포괄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다.

매년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데 그만큼 이들의 전략적 치밀함을 보여준다. 집객 효과는 롯폰기힐즈 일대를 끊임없이 활력이 도는 장소로 만드는 플레이스메이킹의 핵심이며, 상업 활성화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지 쇄신 측면에서도 성과는 독보적이다. 롯폰기힐즈가 들어서기 전, 이 일대는 직장인들의 유흥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모리빌딩은 개발과 함께 지역의 ‘이미지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예술 축제를 통해 이곳은 더 이상 낡은 유흥가가 아닌 ‘세련된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낙점하게 만든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었다.

롯폰기 아트 나이트는 단순한 야간 행사를 넘어, 예술이 도시의 골목마다 스며들어 주민의 일상과 지역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증명해 냈다. 소프트웨어의 힘이 모리빌딩을 지탱하는 근간이며, 롯폰기힐즈를 완공 후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저 공실률을 유지하며 기업과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성공 사례로 남게 한 비결이다.

롯폰기 아레나에서 아트 나이트 전경(좌) / 롯폰기 아레나에서 아트 나이트 전경 (출처=힐즈라이프 홈페이지)
2025 롯폰기 아트 나이트 (출처=힐즈라이프 홈페이지)

운영 혁신: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리빌딩의 오그웨어(Orgware)

2025년 현재, 일본 도쿄의 대형 디벨로퍼들에게 ‘개발 후 운영’은 당연한 문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된 체질 개선의 역사가 숨어 있다. 특히 버블 붕괴 이후 민관 협력을 통한 도심 대개조 사업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2003년 롯폰기힐즈의 탄생은 일본 부동산 개발의 패러다임을 ‘지어서 분양하는 것’에서 ‘가꾸고 운영하는 것’으로 전환시킨 결정적 사건이었다.

● 사람이 만드는 도시 운영의 근간

당시 운영 체계를 정립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주역들이 현재 도쿄의 도시 운영 기반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모리빌딩의 제3대 수장인 쓰지 신고(Tsuji Shingo) 사장이다. 그는 당시 운영팀을 직접 지휘하며 운영의 중요성을 몸소 증명했다. 운영본부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모리빌딩이 무엇을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보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롯폰기힐즈의 성공 이후 독립하여 에리어매니지먼트2사 ‘Quol‘을 창업한 구리하라 도모미(Tomomi Kurihara)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미쓰비시, 미쓰이 등 주요 디벨로퍼들의 운영 체계 정립을 돕고 에리어 매니지먼트 조직과 교육 기틀을 닦았다. 결국 이들이 구축한 운영 철학이 오늘날 도쿄라는 도시 경쟁력을 만드는 근간이 된 셈이다.

● 단순 임대를 넘어선 ‘통합 서비스 패키지’

탄탄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리빌딩은 상업시설 MD 부분에서도 단순한 임대 계약이 아닌 정교한 운영을 통한 ‘통합적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한다. 모리빌딩 홈페이지에 명시된 상업 MD 구성에 관한 철학을 보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모리빌딩의 상업 사업은 단순히 매장에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끊임없이 완성도를 높여 왔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업태 개발을 통해 유일무이한 가치를 창출해 왔으며, 개별 매장에서 완결되는 방식이 아니라 힐즈 전체의 최적을 고려하여 이벤트와 매장 간 협업을 전개하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6년 모리빌딩 상업사업부 운영실 관장의 인터뷰에서도 그 중심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모리빌딩이 다른 개발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거주민을 포함해 입점 테넌트와 당사 직원들로 구성된 자치회를 조직하고, 여름에는 본오도리 축제를 개최하며, 일상적으로는 거리 청소와 경비를 교대로 수행합니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당사에 어떤 직접적인 이익으로 돌아오는가를 따지기보다 모리빌딩의 자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를 평가해 주신다면, 결과적으로 모리빌딩의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MD를 유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테넌트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야말로 최고의 상점들이 모리빌딩의 상업시설에 입점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는 단단한 운영 조직의 힘과 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회사 전체가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장기적 자산 가치의 핵심 요소로 삼는 전략적 합의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 새로운 운영의 장: 2025년 문을 연 복합시설 ‘글라스록’

쓰지 신고 사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현상 유지로는 미래가 없으며, 전례 없는 것에 도전하는 것만이 모리빌딩다움”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 전례가 없는 것에 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바로 모리빌딩다움”이라는 철학은 모리빌딩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근본적 힘처럼 들린다.

이러한 철학을 운영 측면에서 구체화한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2025년 4월, 토라노몬 글라스록(Glass Rock) 내부에 문을 연 소셜 액션 커뮤니티(Social Action Community)다.

글라스록은 단순한 커뮤니티 공간이 아니다.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크로스 섹터(Cross-sector)’ 협력의 플랫폼이다. 모리빌딩은 건물의 유지관리나 집객이라는 전통적 목표를 넘어, 도시가 다루어야 할 사회적 의제를 직접 운영하며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역할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유지관리, 집객을 위한 활성화를 위한 운영의 목표를 넘어 사회적 난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공간의 운영으로서 만들어 내려 함이 읽혀지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비즈니스 지구의 한복판에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독특한 목적을 가지고 단순 토론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 육성, 워크숍,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사회문제를 단지 기부 활동이 아니라 개발지구의 핵심 기능으로 들여왔다는 점이다. 이로서 국제 업무지구의 매력을 ‘얼마나 좋은 오피스’인가에서 ‘이곳에서 어떤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가’로 높이려는 게 아닐까. 모리빌딩이라면 충분히 그런 준비로 공간 운영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은 이 공간에서 모리빌딩 단독 운영이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과 적극적 협업을 통해 오그웨어 체계를 성립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이해하고 운영방식을 더욱 발산해 줄 파트너를 찾았으며 그 중심 파트너가 된 히토카라 미디어(Hitokara Media)와 모리빌딩 운영팀의 대담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깊이 공감하며 운영의 새로운 장을 준비했는가 알 수 있다.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는 변화의 시작, 참여자들끼리 명함을 교환하고 끝나는 네트워킹이 아닌, 구체적 사회문제를 놓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액션 지향 커뮤니티 운영을 토라노몬 중심부에 넣는다는 것. 이런 활동이 기업의 사회공헌 운영이 아니라 본업의 경쟁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곳 기업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도록 돕는 실험실의 역할을 한다는 것. 공간 운영 협업 파트너의 심도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다. 

● 도시를 만들고, 도시를 키운다(Create Cities, Nurture Cities)

모리빌딩의 핵심 경영 철학은 2025년 현재, 전례 없는 운영의 고도화를 통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전진하고 있다. 화려한 외관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정교한 운영 노하우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공간의 가치를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극대화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다.

도쿄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이제 우리의 환경에서 운영의 묘미를 어떻게 이식하고 적용할 것인지 절실히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시사한다.

글라스락 전경(좌) / 글라스락이 T-데크와 스테이션 연결로에 위치한 모습. 출처= 모리빌딩

글을 맺으며

2026년이 시작되었다. 모리빌딩 홈페이지에 2026년 연하장이 공개되었다.

출처=모리빌딩

연하장은 아크힐즈-롯폰기힐즈-토라노몬힐즈-아자부다이힐즈로 이어지는, 자신들이 가꿔온 미나토구의 지형을 하나의 만화적 파노라마로 그려냈다. 디벨로퍼가 도시개발을 사업지가 아닌 도시의 풍경으로 바라볼 때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이 지역은 우리가 잠시 짓고 떠날 곳이 아니라, 계속 책임질 도시다’라는 선언처럼 말이다. 참으로 모리빌딩답다. 그런 디벨로퍼를 가진 도쿄가 부럽다.

하지만 모리빌딩의 성과는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다. 제도적 유연성, 금융 지원, 사회적 합의, 그 모든 것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우리는 모리빌딩의 결과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신뢰를 쌓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이 도시의 제도·금융·세제 등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디벨로퍼 스스로도 그러한 토양을 받을 만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2026년은 멀리 보고, 서로의 신뢰를 쌓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1. 2022년에 소비액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건, 기존 야간 개최와 달리 낮 3일간 개최로 변경되면서 1인당 관광소비단가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
  2. 일본의 지역 관리 제도는 크게 타운매니지먼트(TMO)와 애리어매니지먼트의 사례로 접근할 수 있다. “TMO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다수의 임차 상공인들이 지역관리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소극적이었으며, 활동 재원 또한 정부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져 활성화되는데 한계를 가졌음. 반면 오사카시의 에리어메니지먼트는 활동주체가 부동산 소유자이며 준조세적인 분담금 부과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 활동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 에리어매니지먼트는 공공공간의 정비, 관리, 활용 등 사업과 도시편익증진을 위해 TMO(타운매니지먼트)를 구성하여 추진할 수 있다.” (출처: 권주안 연구위원, 주요국 도시재생(일본 타운매니지먼트, 미국 CBA) 사례 및 시사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

▶ 플레이스메이킹 시리즈

세계 주요 도시의 화두가 된 플레이스메이킹
플레이스메이킹을 완성하는 요소 3가지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말하는 플레이스메이킹의 효과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플레이스메이킹을 찾은 이유 (1)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플레이스메이킹을 찾은 이유 (2)
”일본의 월 스트리트” 마루노우치가 도쿄 최고의 업무 지구가 된 비결 (1)
”일본의 월 스트리트” 마루노우치가 도쿄 최고의 업무 지구가 된 비결 (2)
롯폰기힐즈에서 아자부다이힐즈까지, 도쿄 한 구역을 40년간 책임진 모리빌딩 (1)
⑨ 롯폰기힐즈에서 아자부다이힐즈까지, 도쿄 한 구역을 40년간 책임진 모리빌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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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6년 1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