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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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이 지속되자 국내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국채 저가매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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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대가들은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입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CEO 빌 애크먼은 30년물 미국 국채를 공매도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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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전과 같은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들의 분석을 살펴보도록 해요.
올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이 무엇일까요? 2020년 이후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테슬라도, 챗GPT의 등장으로 세계를 뒤흔든 인공지능 관련주도 아닙니다. 바로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였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였습니다.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 상위 5위 이내에 미국 국채 ETF만 세 종목이 포진해있어요.
본고장에서도 미국 국채 ETF에 대한 인기가 상당합니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자금이 유입된 ETF는 바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만기 미국채 ETF(TLT)’였는데요.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수석 ETF 애널리스트는 “9월 18일 주간에만 TLT에 7억 5000만 달러가 유입됐다”며 “올해 유입된 자금 규모는 160억 달러로, 이는 전체 미국 ETF 자금 유입 규모 2위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미국 국채가 주요 투자 테마로 떠오른 데는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해온 연준(Fed)이 곧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습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국채 ETF는 국채 금리가 하락해 시중 국채 가격이 상승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요. 멀지 않은 시점에 금리 인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금리가 높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죠.
“채권 보유하지 마세요” 월가 거물들의 경고
이런 투자자들의 장밋빛 전망에 월스트리트 거물들은 회의적입니다. ‘채권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창립자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채권은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포트폴리오에서 국채와 회사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전세계 자산 1위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도 이제 채권을 보유하고 싶지 않다고 짚었죠. 또다른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CEO는 지난 8월 미국 국채 30년물에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어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 미국 정부 재정 적자와 부채 누적으로 인한 채권 수급 불균형
이들은 모두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빌 애크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금리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죠. 그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가 자리 잡고 있어요.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세금을 큰 폭으로 인하해 세수가 줄어든 가운데 지출이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와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에 대한 인프라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죠.
세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씀씀이가 커진 정부는 재원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량을 늘리게 됩니다. 반면 연준은 양적 긴축에 들어간 이후 국채 매수세를 줄이고 있죠. 이렇게 되면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상승하게 됩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하반기에만 미국 재무부가 1조 4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 시중금리가 25-40bp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②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줄어들지 않는 인플레이션
늘어난 재정 지출은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줍니다. 바로 구축 효과 때문인데요. 미국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민간에서 빌릴 자금이 줄어들어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게 됩니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가 무력화되는 것이죠. 결국 연준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장기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빌 애크먼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로 수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탈세계화, 노동자 협상력 증가, 에너지 전환을 들었습니다.
우선 탈세계화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 생산 기지를 지어 가격을 낮추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노동자의 협상력이 증가한다는 것은, 파업을 통해 임금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상승한 임금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요.
에너지 전환은 앞서 살펴본 인프라 지출 증대로 인한 재정 적자 확대와 연관이 있습니다. 애크먼은 이에 향후 장기 인플레이션은 3% 수준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이는 경제학계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주장입니다.
③ 장기 인플레이션율 3% 시대, 덩달아 높아진 인플레이션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연준에서는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금리를 의미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연준이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제시한 ‘longer run’이 곧 장기 중립금리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9월 FOMC에서 장기 중립금리를 3%로 제시한 위원의 수가 5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6월만 해도 3명이었는데 말이죠. 여기에 지금까지 중립금리에 대해 말을 아끼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또한 9월 FOMC 이후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죠. 중립금리가 상승해 연준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더라도 경기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고금리 시대가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미국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저금리 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 투자 대가들이 보는 미국 국채 금리 전망은 어떨까요? 빌 그로스는 장기적으로 10년물 국채 금리가 4% 언저리에서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장기채 보유자에게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가치)이 1.35%로 나타난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적용하면 연방기금금리가 2%에서 2.5% 수준일 때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4.3% 근처로 추산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빌 애크먼은 더 기간이 긴 30년물 국채의 경우 적정 금리가 5.5%라고 밝혔습니다. 물가상승률 3%와 실질금리 0.5%에 기간 프리미엄 2%를 더한 값이죠. 9월 들어 30년물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4.7%를 넘긴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전망이 맞아 떨어질 경우 미국 국채, 특히 장기채에 투자한 많은 이들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올해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진 데다 9월 FOMC 이후로도 금리 인상이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미 장기채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인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의 경우 올해 들어 42%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고, 그 뒤를 잇는 나머지 두 미국채 ETF도 손실 규모가 15%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S&P 500 지수가 같은 기간 12%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회 비용을 고려한 손실은 더 커지게 됩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매파적인 행보를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리의 향방이 불확실한 만큼, 미국 국채 투자에 나설 때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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