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인간의 능력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AI. 금융 분야에서도 이러한 AI와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어요.

  • 리스크 분석이나 자동 매매, 맞춤형 자산관리에는 이미 AI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 더불어 그간 데이터 부족으로 AI 혁신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던 대체투자 분야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Chat 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사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Chat GPT 등장 이전에도 우리 삶 가까이 존재했어요.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 값을 얻어내기엔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등이 한계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모델링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서 생겨난 문제들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와 학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이러한 흐름은 달라졌습니다. 지난 수년 간 많은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대량의 데이터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기 때문이에요. 이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능력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리스크 관리부터 트레이딩, 신용평가,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거든요.

리스크 분석부터 매매까지 한 번에

금융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2013년 세워진 금융시장 분석기업 켄쇼테크놀로지인데요. 이 기업은 2013년 AI 플랫폼 ‘켄쇼(Kensho)’를 통해 모건캐피탈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해야 할 분석을 단 5분 만에 처리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어요. 또 2014년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9만개 이상 변수를 실시간 수집하고 6,500만개 이상 질문에 동시 답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어 켄쇼는 2014년 1월 최초 투자금 1천만 달러(120억원)을 유치하고, 뉴욕 소재 나스닥 옥외 상황판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2017년 골드만삭스가 켄쇼를 도입한 뒤, 엔지니어 2명만 남기고 600여명의 애널리스트를 모두 해고한 사건은 월가에서 매우 유명해요. 2018년에는 S&P 글로벌이 5억 5천만 달러(약 6434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으로 켄쇼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리스크 측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트레이딩에 AI 알고리즘을 접목한 사례도 있습니다. 글로벌헤지펀드 맨그룹(Man Group)과 르네상스 캐피탈(Renaissance Capital),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등은 자체 AI 기술을 활용한 퀀트 투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퀀트 투자는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모델과 알고리즘, 컴퓨터 기반의 자동화된 거래 시스템을 활용하는 투자 전략이에요. 퀀트에 AI를 활용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예측 모델을 신속하고 정교하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 AI는 뛰어난 자연어 처리(NLP) 능력을 통해 기업 보고서나 뉴스, SNS 등 비정형 데이터에서 정보를 대량 추출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 같은 데이터를 모두 종합해 AI가 자동으로 트레이딩을 실행하게 되면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거죠.

AI가 만들어주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과거에는 자산가들이 프라이빗 뱅커(PB)에게 자산관리를 맡겼다면, 최근에는 AI가 이 역할을 대체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요. 소득이나 투자 목적, 위험 회피 성향 등을 입력하면 AI가 개인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 PB의 조언은 거액을 맡긴 VIP 고객 위주로 이뤄지곤 하죠. 또 금융 상품에 붙는 수수료 외에 자문 수수료 등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더 커지고요.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이나 변경이 체계적이지 못해 불신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wealthfront

2011년 설립된 미국의 웰스프론트(Wealth Front)는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에요. AI가 고객의 투자 성향과 목표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준 뒤, 필요 시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웰스프론트는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을 내세워 규모를 빠르게 확장했는데요.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은 500달러인데 최초 5,000달러까지는 자문 수수료를 받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연간 자문 수수료는 전체 투자 금액의 0.25%이며, 친구 초대 시 한 명당 5,000달러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펴요. 맞춤형 자산 관리 치고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2023년 3월 기준 웰스프론트의 AUM은 350달러 이상, 고객 수는 55만여명으로 집계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웰스프론트의 연간 자문수수료 이익은 8,750만 달러(1,132억원) 수준이에요. 특히 웰스프론트는 전체 고객의 90%가 45세 이하로 구성돼 있는데요. 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이 외에도 JP모건은 금융 사기나 위조 패턴을 분석하는 AI를 개발해 사용 중이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캐피탈원은 AI 챗봇을 활용해 고객 문의 업무를 자동화했습니다.

빅데이터 축적하는 대체투자 분야

대체투자의 경우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의 투자 대비 AI 활용도가 미미한 편입니다. 부동산과 인프라 같은 실물자산의 데이터는 주식, 채권처럼 일정한 형태로 쌓여 있지 않아 인공지능 모델링에 꼭 필요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한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축적하기 시작하면서 몇몇 기업에서 글로벌 전체 실물 자산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사례가 나왔어요. 또 이를 응용한 상품과 서비스도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대표적인 대체투자 데이터 플랫폼으로는 MSCI의 RCA를 들 수 있는데요. MCSI는 주식, 채권 데이터를 가진 지수 사업자였으나 2021년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인 RCA를 인수 합병하면서 대체자산군까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어요. RCA는 20만 이상의 투자자 및 대출 기관과 연결된 40조원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20년 동안 축적해왔습니다.   

MSCI RCA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대한 상업용 부동산 지수(RCA CPPI)를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데요.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15개 국가와 관련된 350개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거래 빈도가 낮고, 개별 건물마다 특성이 달라 지수화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RCA CPPI가 채택한 방법은 ‘반복매매모형’ 이에요. 특정 부동산이 2회 이상 거래되면 이 가격을 매칭시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특정 시점에 따른 가격 변화를 추정하는 거죠.

블랙록 역시 알라딘이라는 포트폴리오 관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요. 알라딘은 기관의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시나리오를 하루에 수 천 개씩 테스트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생성하고 재조정하는데요.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가 또는 가스 가격의 변동이 미국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와 같은 질문에 답변하며 스스로 대응하는 식이에요.

알라딘은 처음에 블랙록 내부용으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전세계 200여개 기관이 사용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는데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뱅가드 등도 현재 알라딘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투자시장에서 데이터와 AI 모델 시장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글로벌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데다 자산관리와 운용, 리츠 ETF 상품 개발 등 향후 활용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죠.

비우호적인 금융 환경이 오히려 기회로 

최근 유동성 축소와 인플레이션, 금리, 경기침체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글로벌 금융 환경은 부침을 겪고 있어요. 지난 몇 년 간 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으로 대부분의 투자상품이 많은 수익을 거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 처했는데요. 향후 수익률 역시 대외적인 여건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좋아질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워 보여요.

이에 금융투자회사들과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수익률을 가져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는 소비자 친화적이고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고무적이에요. 또 기업 측면에서는 빠른 일처리와 높은 효율성, 비용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죠.

실제 전 아마존웹서비스 부사장인 샌디카터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부터 나온 긍정적인 동향 중 하나는 조직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의 금융 환경 역시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동성으로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운 만큼 데이터와 AI의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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