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개발 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럭셔리 관광지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 한때 왕족들의 전용 휴양지였던 홍해 연안은 초호화 리조트가 속속 개장하고, 국제공항, 골프 코스 등의 관광 인프라가 들어서며 글로벌 여행자들의 새로운 목적지가 되고 있습니다.

  • 석유에서 관광으로의 대전환을 꿈꾸는 사우디의 야심 찬 도전. 지속가능한 럭셔리 관광의 미래는 홍해에서 시작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즘은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고를 때 직항보다는 두바이를 경유하는 항로를 찾아본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미국만 다녀오기는 아쉬워서 두바이처럼 색다르면서도 안전한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대화 속에서 떠오른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두바이와 비슷한 지역적 배경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럭셔리 관광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특히 호화로운 시설로 유명한 식스센스 서든 듄 호텔과 리츠칼튼 누주마 호텔이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지역에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러한 홍해 개발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이 2016년 발표한 국가 개혁 계획 ‘비전 2030’의 일환입니다. 그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와 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고 홍해(Red Sea) 개발 사업을 비롯해 네옴(Neom), 알울라(AlUla) 등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홍해 개발 사업은 비전 2030 일환으로 진행되는 계획 중에서도 진척이 빠른 사업으로 꼽힙니다. 이미 손님을 받고 있고, 굵직한 시설들 역시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동의 몰디브”를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에서 어떤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왕족의 전용 휴양지를 개방하다

홍해는 한때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제한된 사우디 왕족의 전용 휴양지로 사용된 곳입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는 “홍해 프로젝트는 왕국의 가장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지역을 세상에 공개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를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지속가능성과 럭셔리를 결합한 독특한 관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합니다.

RSG가 개발하는 홍해 개발 사업의 마스터 플랜. ⓒRSG

사업 규모는 28,000km². 서울의 46배 크기에 달합니다. 우선 90개 이상의 섬이 개발 대상에 포함되며 그 중 22개 섬에는 리조트와 관광 시설이 들어서고, 9개 섬은 환경 보호를 위해 특별 관리 지역으로 지정됩니다. 2030년까지 호텔 50여곳과 1,000개 이상의 주거 공간도 들어섭니다. 새로운 공항과 마리나, 골프 코스,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인프라도 구축되어 방문객들에게 편리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홍해 프로젝트를 이끄는 개발사, RSG

홍해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 이하 PIF)가 2018년 설립한 개발회사 Red Sea Global(RSG)에 의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RSG의 CEO 존 파가노(John Pagano)는 런던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 RSG 설립에 참여한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성을 럭셔리 관광과 결합해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밝히며, 홍해 프로젝트가 미래 관광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SG CEO 존 파가노(왼쪽)과 RSG 직원들 ⓒRSG

RSG의 설립과 운영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RSG의 의장을 맡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 다각화와 관광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 전략을 내세우며, PIF를 통해 약 7,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며 RSG의 주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해의 럭셔리 호텔, 식스센스 서든 듄

홍해 프로젝트는 2024년 기준으로 1단계(Phase 1)가 진행 중입니다. 주요 시설로 식스센스 서든 듄, 세인트 레지스 홍해 리조트, 리츠칼튼 누주마 등이 개장했으며, 이 외에도 럭셔리 호텔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총 50개의 리조트와 8,000개 객실, 1,000개 이상의 주거 단위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특히 2023년 8월 개장한 식스센스 서든 듄(Six Senses Southern Dunes)은 홍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리조트 중 한 곳인데요. 영국 건축사무소 포스터앤파트너스가 디자인을 맡아 현지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막과 바다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친환경 리조트로,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지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숙소 내부 ⓒSSSD
캐노피 형태로 디자인된 개별 숙소 ⓒRSG

식스센스 서든 듄의 객실 수는 76개. 홍해 국제공항에서 약 50km 떨어져 있어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연 냉각 효과를 제공하는 현지 식물을 활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가벼운 구조의 로프 형태 캐노피를 적용하여 친환경 경험을 제공합니다. 방문객들은 주변 사막과 산의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감상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식스센스 서든 듄의 정원 ⓒRSG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항, Red Sea Airport

Red Sea Airport는 홍해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공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마치 프라이빗 제트 전용 공항처럼 설계되었는데요. 착륙하는 순간부터 승객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제공하며, 여행의 시작부터 럭셔리한 감각을 전달합니다.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오아시스 풍경을 즐기면서 웰컴 센터에 다다르게 됩니다. 공항 내의 모든 공간은 고객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홍해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인 Red Sea 공항. 프라이빗 제트 전용 공항처럼 설계되었다. ⓒRSG

터미널 디자인은 넓고 분주한 공항의 이미지와는 달리, 공간적 밀도를 줄이고 승객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내부의 녹색 정원은 사막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적 요소와 어우러져 마치 리조트에 이미 도착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수하물은 승객들이 웰컴 센터로 이동하는 동안 직접 리조트로 보내지며, 모든 과정이 승객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RSG

덕분에 이 공항은 방문객들에게 단순히 여행의 시작점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보적인 경험과 기억을 선사하는 홍해의 첫 번째 관광지로 인정받습니다.

웰니스와 스포츠 전용 지역, 개인용 섬까지 등장

이 밖에도 RSG는 홍해를 완전히 바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말라(AMAALA) 프로젝트는 사우디 홍해 북서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웰니스와 스포츠 중심의 관광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최상급 호텔 운영사인 로즈우드, 리츠칼튼, 에퀴녹스, 포시즌 등의 고급 호텔 및 리조트 들이 들어와 있고, 해안가의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서식지 복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에게 교육과 체험을 제공할 해양 생물 연구소도 들어선다고요. 또한 쇼핑 빌리지, 승마, 매 사냥, 골프 코스와 같은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며, 마리나 빌리지와 요트 클럽 등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입니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말라 프로젝트 ⓒRSG

Thuwal Private Retreat는 홍해 연안의 청정 산호 군도에 위치한 17,000m²(5,140여평) 규모의 모래섬이자 초고급 리조트입니다. RSG가 소유한 최초의 개인 섬으로, 고객은 섬 전체와 인근 해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즉, 슈퍼리치를 위한 초호화 상품이지요. 최대 투숙 가능한 인원은 성인 12명과 어린이 3명. 숙소는 넓은 3개의 침실을 갖춘 주요 건물, 한 개의 침실을 갖춘 세 개의 파빌리온, 비치 클럽, 피트니스 센터, 웰니스 센터로 구성됩니다.

고객이 전용 부두를 통해 입장하면 웰컴 센터에서 전담팀을 만나 개인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게 되는데요. 전속 셰프가 현지에서 조달한 신선한 재료로 고급 식사를 준비하고, 전담팀이 맞춤형 액티비티를 제안합니다. 이 섬은 RSG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RSG 역사상 제3의 호텔 회사가 관여하지 않는 숙박 시설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현재 예약이 가능하지만, 숙박 요금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Thuwal 개인섬 모습 ⓒRSG

맹그로브 나무, 바다거북와 공생하는 지역

RSG는 홍해 해안 지역을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면서도 환경 보존과 생물 다양성 증진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 5천만 그루 이상의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활동뿐 아니라, 산호초 복원 및 보호를 목표로 한 “Coral Commitment”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멸종 위기종인 매부리 바다거북을 구조하고 치료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 복원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휴양시설의 야간 조명 계획에도 엄격한 제한을 두어 야생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RSG가 추진하는 홍해 산호 보호 캠페인 ⓒRSG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부분 프로젝트가 그렇듯, 홍해 프로젝트 역시 무척 과감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RSG의 홍해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 석유 의존 경제가 아닌, 미래형 관광 산업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겠지요. 시간이 흐른 뒤, 홍해가 ‘지속 가능한 럭셔리 관광’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