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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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애스턴 마틴, 부가티 등 글로벌 고급차 회사가 브랜드 이름을 건 부동산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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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리치’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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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는지,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요즘 미국과 유럽의 초호화 주거용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눈에 띄는 ‘큰 손’이 있습니다. 벤틀리, 애스턴 마틴, 부가티, 파가니, 메르세데스 벤츠 등 바로 고급 자동차 회사들이죠. 고급 자동차 회사가 자기 브랜드를 단 주거용 부동산 개발에 앞다투어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급차 회사들의 초호화 주택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애스턴 마틴 레지던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이 세계적인 부동산 개발 업체 G&G 비즈니스 디벨롭먼트(G&G Business Developments)와 함께 올린 66층짜리 주거용 건물입니다. 요트의 돛처럼 부드럽게 휘어진 외관이 인상적이죠. 옥상에는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수영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콘도 391개와 펜트하우스 7개로 구성되는데요. 레지던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약 810억 원(5900만 달러). 펜트하우스를 구매하면 세계에 단 24대 뿐인 애스턴 마틴 벌컨 1대를 축하 선물로 받습니다. 초호화 부자들을 겨냥한 이 레지던스는 현재 전 세대의 99%가 계약됐습니다.
포르쉐는 한 발 더 빨랐습니다. 2017년 플로리다주 서니 아일즈 비치에 지은 60층짜리 주거용 건물 포르쉐 디자인 타워로 대박을 냈죠. 포르쉐 디자인 타워의 하이라이트는 주차 시설. 해당 건물을 개발한 부동산 개발업체 데자 디벨롭먼트(Dezer Developments)가 특허 낸 전용 엘리베이터 데저베이터(Dezervator)를 이용해 집 안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거실에 주차한 내 차를 조각품 감상하듯 전시하고 볼 수 있죠. 오픈 전 입주 계약이 완판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모았습니다.
벤틀리는 마이애미에 61층짜리 레지던스를 짓고 있습니다. 벤틀리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퀼팅 디자인을 외관에 적용할 예정이죠. 역시 모든 세대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집 안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통유리로 보이는 주변을 감상하며 집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입주 예정일은 2026년입니다.
프랑스의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도 2026년까지 두바이에 만들 42층짜리 레지던스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볼륨감 있는 곡선형 외관이 돋보이는데요. 부가티 디자인의 핵심인 C 곡선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역시 차고에서 펜트하우스로 이어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집 안에 차량을 주차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파가니는 마이애미에 선보일 레지던스 건설 계획을, 메르세데스 벤츠는 두바이에 지을 레지던스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두 곳 모두 2027년 준공 예정입니다.
자동차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브랜드 팬들은 포르쉐를 운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르쉐에서 살 수도 있어야 합니다.” 포르쉐 라이프스타일 그룹 CEO 스테판 부셔가 디즌(Dezeen)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부셔에 따르면 “360도 브랜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요. “오늘날 럭셔리는 제품 자체, 브랜드 이름, 가격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제품과 브랜드 경험으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는 건축적 우수성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매우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는 우리의 헌신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셔의 말입니다.
포르쉐만이 아닙니다. 오늘날 최고급 자동차 회사는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합니다.자동차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오늘날,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경험을 자동차라는 협소한 상품에 한정시키지 않고, 의식주를 아우르는 집으로 확장해 고객에게 강렬한 브랜드 경험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게다가 고객은 한번 브랜드와 연관성을 가지면 연결을 오래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에 애착을 갖는 성향은 동일 브랜드의 다른 상품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인이 됩니다. 초고소득자인 포르쉐 애호가가 포르쉐 레지던스 구입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라는 겁니다.
개인은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브랜드와 연관성이 생기면 연결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은 이미 관계가 있는 브랜드에 많은 신뢰와 확신을 갖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 연관성을 통해 더 많은 구매자를 유치하고 더욱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출처: 세빌스, “Branded residences- going for growth”. 2023년 10월
고급 자동차 회사가 직접 건물을 짓는 건 아닙니다. 자동차 회사는 건물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에 참여하고, 실제 개발 계획과 공사는 부동산 개발 업체가 맡습니다. 이른바 ‘브랜드 레지던스’ 사업이죠. 리츠칼튼, 더 페닌슐라, 아만 같은 특급호텔 브랜드가 오랫동안 독점해 온 브랜드 레지던스 사업에 아르마니, 불가리, 펜디 등 패션 브랜드가 뛰어든 데 이어 고급차 자동차 회사까지 가세한 겁니다.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 세빌스(Savills)가 2023년 10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레지던스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섹터입니다. 브랜드 레지던스 수는 지난 10년 동안 약 160% 이상 증가했으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줄곧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브랜드 레지던스 시장이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세계 주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1년을 보냈지만, 브랜드 주택 부문은 전 세계적인 역풍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빌스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부정적인 시각도… “사치품 브랜드가 잠식하는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초호화 브랜드 레지던스가 사치품(명품) 브랜드 선망주의를 가속화 한다고 우려합니다. EU를 대표하는 뉴스채널 유로 뉴스는 “사악한 현상”이라고 일갈합니다. “삶이 점점 상품화되면서 우리의 거주지조차 브랜드 파트너십의 영역”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겁니다. 전 세계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거주지마저 한 눈에 식별 가능한 과시적 상품으로 치환되는 현상은 사회 계층 간 위화감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입니다.
자동차 브랜드의 레지던스 사업이 ‘반짝’ 유행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특급 호텔에 비해 자동차 브랜드들은 노하우가 부족하고, 레지던스의 주요 타깃조차 자동차 브랜드에 열광하는 신흥 부자로 매우 한정된다는 이유입니다. 마이애미·두바이·브라질처럼 신흥 부자들이 모인 지역에 국한해 잠깐 인기를 끌 순 있지만, 세계 곳곳에 적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사업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우려와 경계에도 불구하고, 고급 자동차 브랜드 시장은 주거용 부동산 사업에 미래를 베팅하고 있습니다. 과연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호화로운 집은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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