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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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숙박업계에서 ‘파인 스테이’가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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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식당의 기준을 적용하면 ‘오직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공간’을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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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스테이의 현황과 인기를 끄는 배경, 공간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 등을 짚어봤습니다.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 한국에서 유행으로 번지기 시작한 건 몇 해 되지 않았습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SNS와 예약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미식(美食)을 탐구하는 외식이 중요한 문화 경험이 된 겁니다. 사람들은 일찌감치 날을 정해 식당을 예약하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셰프가 만드는 작품을 즐깁니다.
숙소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파인 스테이(Fine Stay)의 등장입니다. 감성 숙소나 디자인 스테이로 불리기도 하는 이 숙소는 아직은 일반인에게 낯선 용어입니다. 하지만 여행·숙박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목하는 화두죠.
말 그대로 ‘좋은 숙소’. 업계에서는 통상 야외 공간이 딸린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숙소를 일컫습니다. 통상적으로 다른 사람과 부대낄 필요 없는 독립적인 건물, 자연 풍경을 끌어들인 내부, 감도 높은 디자인을 갖춥니다. 보통 하룻밤에 40~60만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반년 전, 최소 한두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호텔 제치는 성장률
파인 스테이는 숙박 시장의 ‘아이돌’입니다. 전통 강호인 호텔을 위협할 만큼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2년 관광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 결과 펜션·풀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2021년 19.4%로, 코로나19 전과 비교하여 2.8% 높아졌습니다. 반면 호텔에 대한 선호도는 8.4%나 하락한 30.2%로 나타났지요.
이러한 인기는 파인 스테이가 발달한 제주도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한국은행이 2021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외곽지역의 최고 예약률이 80%에 육박한 반면 제주시내는 60%선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정반대였습니다. 보고서는 외곽지역에는 해안·숲 등을 따라 고가 독채형 객실을 운영하는 숙박업체가 분포해 있고, 제주 시내에는 관광호텔 등이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마디로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고가 독채형 객실 장사가 잘 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유독 특별한 의미
재미있는 것은 파인 스테이가 한국에서만 특수한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인데요. 영어권이나 일본에서도 종종 스테이가 ‘머물 곳’을 의미하긴 합니다. 하지만 기존 숙박 시설과 구분되는 새로운 장르를 일컫는 용어로 통용되진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축사무소 지랩의 멤버였던 이상묵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스테이폴리오에서 유래를 찾습니다. 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 전문 숙박 예약 플랫폼입니다. 부킹닷컴이나 호텔스닷컴, 야놀자 등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이들이 ‘최저가’로 경쟁할 때 스테이폴리오는 ‘차별화된 숙박 경험’을 노렸습니다.
스테이(Stay)와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결합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테이폴리오는 머무름을 의미하는 명사 ‘스테이’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는 장소라는 뜻이죠. 물론 이전에도 스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장르로 스테이가 받아들여진 데는 스테이폴리오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올해 스테이폴리오의 회원수는 27만 명. 2021년 10만 명이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스테이폴리오를 거치지 않고 네이버 예약이나 인스타그램, 자체 제작한 예약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받는 스테이도 크게 늘었습니다.
5성급 호텔 대신 스테이를 찾는 이유
왜 이렇게 사람들이 파인 스테이에 열광하는 걸까요?
“숙박 서비스라고 하면 예전에는 호텔, 최근에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었어요. 하지만 호텔은 천편일률적인 공간의 반복으로 여행자의 경험을 낮추고, 에어비앤비는 충분한 품질의 환대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새로운 유희’를 중요한 이유로 꼽습니다. “호텔은 묵을 만큼 묵어봤잖아요. 스테이는 기존과 다른 숙박 경험을 제공합니다. 잠을 자러 가는 곳이 아니라 건축가의 작품, 디자이너의 안목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에요. 경험이 곧 목적라는 말이 있죠. 특별한 경험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요.”
일부는 한국의 주거 환경과 연관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습니다. 한 건축가는 “한국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은 규모만 다를 뿐 외형이나 평면구조가 거의 비슷하다”며 “현재의 획일적인 공간은 MZ세대가 추구하는 주거 다양성과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MZ세대는 SNS와 미디어, 여행 등을 통해 다양한 주거 공간을 접하며 나름의 취향을 찾은 세대죠. 이들이 “누군가의 취향에 머물며 만족과 영감을 얻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스테이와 호텔, 기획 단계부터 다르다
입지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5성급 호텔은 많은 방문객과 직원이 드나드는 만큼 교통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는 서너 고객, 때로는 딱 한 고객 만을 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지 조건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예상치 못한 외딴 장소에 있어도 오히려 신비롭고 특별하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호텔은 일반적으로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 먹거리와 놀거리를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합 공간 자체의 완결성, 부대 시설의 수준이 사용자 경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면, 스테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독립된 공간입니다. 고급 스테이라 해도 주로 외부에서 식사나 여가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에서의 사용자 경험에는 주변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스테이는 호텔보다 미시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빛과 마당, 진입의 시퀀스, 건물의 배치, 경관과의 조화, 골목의 분위기와 주변 소리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가치를 발현합니다.” 이상묵 대표의 말입니다.
공간 디자인도 결이 좀 다릅니다. 제주에 유명 스테이를 여러 채 지은 ‘스테이 전문가’ 고영성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설계 과정에서 비일상적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넣는다고 말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어요. 가령 실내에 손 끝 촉감을 자극하는 현무암, 햇빛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유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일반 집에서는 잘 쓰지 않는 재료죠. 일부러 공간의 위계를 흔들기도 해요. 우리에게 익숙한 집은 큰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흩어져 있어요. 하지만 스테이에선 가운데 정원이나 자쿠지를 두고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려면 이들을 거쳐 가도록 설계합니다. 다른 곳이라면 이러한 동선은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스테이에서는 색다르다는 반응이 나와요. 애초에 비일상성을 기대하고 방문하니까요.”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까?
객실 수만 보면 국내 숙박업계에서 스테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요즘에는 여행갈 때 호텔, 스테이를 섞어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요. 좀 더 다양한 취향을 보장하는 숙박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향후 스테이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코로나19 이후 장기적으로 안전과 위생이 보장되는 고급 숙박시설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그에 반해 저비용이면서 검증이 미흡한 중급 이하 호텔이나 민박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오직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에 최고점인 별 3개를 줍니다. 파인 스테이를 이러한 기준으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오직 머물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공간’. 디지털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는 지금, 파인 스테이는 물리적 공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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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