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최근 종묘 서쪽 돌담장 따라 걷는 서순라길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 서순라길은 과거 종묘를 순찰하던 ‘순라군’들이 머무는 순라청 서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행정적으로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 45-5에서 시작해 권농동 26까지를 잇는 도로죠.

  • 주변 건물은 종묘 담장을 넘보지 못하도록 높이가 2층으로 제한되어 있어 오밀조밀한 상점들이 많은 편인데요. 서순라길 상권이 어떻게 성장하게 됐는지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그 아래 펼쳐진 각양각색 카페와 호프집, 길 위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가로이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서울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감성에 MZ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이 동네, 서순라길!

서순라길이 종로의 핫플로 떠오른 지는 꽤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핫한 기운이 오히려 더해지며 최근에는 누가 뭐라 해도 명실상부한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취재를 위해 가장 한산할 것 같은 수요일 오후 시간에 서순라길을 찾았는데요. 벌써 몇몇 가게들은 웨이팅이 길게 세워져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을 정도였죠.

대체 서순라길에는 무슨 매력이 숨겨져 있길래 이토록 MZ 세대의 관심을 받은 건지, 오늘 팝콘이 둘러보고 온 서순라길의 매력적인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조선을 지키던 길, 종로의 트렌드가 되다

서순라길은 종로3가역 옆쪽으로 난 길부터 창덕궁까지를 잇는 짧은 길이에요. 물론 지금이야 이 거리가 유명해졌기 때문에 이 이름마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처음 들어서는 한 번에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죠. 서순라길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아래 지도를 먼저 봐야 해요.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순라길은 종묘 바로 옆에 난 길이에요. 종묘는 죽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조선의 사당인데요. 충과 효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을 이어받은 조선 왕조에서는 이 종묘가 그 어떤 공간보다도 중요한 국가의 근간으로 여겨지곤 했죠.

이렇게 중요한 공간인데 방범을 소홀히 할 수 없었겠죠? 조선은 야간에도 종묘를 포함한 도성 인근을 순찰하며 치안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군인 조직을 만들었는데요. 이들을 巡(돌 순)과 邏(순라/순찰하다 라)를 사용한 순라군이라 명명하고, 순라군의 주된 순찰 지역인 종묘에 그 주둔지인 순라청을 세웠어요. 여기서 서순라길 이름의 유례가 출발하는데, ‘순라청의 서쪽에 난 길이다‘ 하여 서순라길이라고 불리게 되었거든요. 즉, 다시 말하면 지금이야 핫플이 되어 모든 사람의 발길이 자유롭게 닿고 있는 서순라길은 과거엔 순라군만이 주로 밟고 다니며 조선의 밤을 지키던 길이었던 셈이죠.

물론 과거 서순라길의 모습은 현재와는 사뭇 달라요. 지금이야 깔끔하게 길이 포장되어 걷기 좋은 길이 되었지만, 예전엔 이곳을 길이라고 보긴 어려웠죠. 생각해 보면 신성한 종묘의 담장 길을 개발해 도로를 만든다는 것은 조선시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잖아요.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던 서순라길은 비교적 최근인 1995년,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처음으로 정비되었는데요. 이때에도 길 자체를 현대화하려 했다기보단 종묘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목적이 더 강했어요. 그 결과 서순라길은 가장 현대적인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적당히 과거의 정취를 즐기기 좋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죠.

익선동에서 넘어온 상권을 흡수하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상 서순라길 언급량은 지난 1년 사이 무려 1130%나 증가했다고 해요👀 이제 블로그와 SNS에서는 물론이고 뉴스에서까지 서순라길을 언급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대체 종묘 옆에 난 작은 길 서순라길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상권을 형성할 수 있었던 걸까요?

서순라길은 핫플레이스로 성장하기 이전에도 인근 주민들에게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을 좀 날리고 있었대요. 그도 그럴 게 서순라길의 건물들은 종묘의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어 2층 이상 높게 쌓아 올려지지 못했거든요. 덕분에 서순라길에는 오래도록 이 골목을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 같은 노포들과 잔술집, 공방 등만이 삼삼오오 모여있었어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에 나지막하나 개성이 확실한 리테일들, 그리고 어디서도 한눈에 보이는 종묘의 담장까지,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곳이 서순라길이었던 거죠.

물론 서순라길이 그저 산책하기에만 좋은 곳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핫해지긴 어려웠을 거예요. 서순라길 상권을 키운 데에는 서순라길과 대로 하나를 두고 대칭 상권을 형성하고 있던 익선동의 영향이 컸죠.

2015년 도시 재생 상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익선동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종로3가에 MZ 세대를 꾸준히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해줬어요. 하지만 익선동 역시 핫플레이스의 난적,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긴 어려웠는데요. 2015년부터 꾸준히 오른 익선동의 임대료가 지난해에는 평당 30만원 선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익선동의 임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이곳의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만 했는데, 이때 익선동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익선동의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복잡한 느낌의 익선동과 달리 돌담을 따라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던 서순라길이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거예요.

실제로 서순라길 와인바 <이다>의 정형우 대표님은 익선동에서 먼저 개업을 했는데요. 영업 중 한숨 돌리고 싶을 때마다 서순라길을 찾아 산책을 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아예 서순라길로 이전을 결심했다고 하고요. 서순라길의 대장가게 중 한 곳인 <살롱순라>의 박영록 대표님 역시 개업을 결심하고 익선동부터 물색하다 서순라길로 넘어왔다고 하죠.

1, 3, 5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에 평지,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흡수하는 문화유산 종묘를 인접했다는 이점에 이서 익선동에서 흘러 나온 세력까지 흡수하며 2017년부터 서순라길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수제 맥주 펍 <서울집시>부터 <니코키친>, <순라길 비비> 등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거리를 따라 문을 열며, 2018년부터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죠.

서순라길의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서순라길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나이스지니데이터에 따르면 서순라길의 월 평균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며 2019년 대비 2023년에는 무려 61%나 증가했어요. 최근까지도 <비틀비틀, 비틀스타코><퀸즈가드> 등 여러 리테일이 여전한 인기를 끌며 서순라길로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답니다.

20대와 50대가 함께 즐기는 핫플, 서순라의 맛집들

서순라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핫플레이스라는 점이에요. 서순라길에 새롭게 진입한 신생 리테일들이 기존 골목 상권을 헤치기보단 상생을 선택하며, <순라길>과 같이 본래 서순라길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노포들과 <헤리티지클럽>과 같은 신선한 리테일이 공존하고 있죠. 그 결과 이곳은 20대 젊은 여성들부터 50대 중년의 남성들까지,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어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거든요.

20개 남짓한 카페와 식당, 레스토랑과 바들이 돌담을 따라 늘어선 서순라길. 가보고 싶은 곳만 해도 10곳이 넘었었는데요. 취재 당일 이미 리테일 대부분이 만석이라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더랬죠… 엄청난 대기 줄을 뚫고 가까스로 담아올 수 있었던 서순라길의 매력적인 리테일을 소개할게요.

찾는 사람이 임자! 파이키
Finders Keepers (찾는 사람이 임자)를 뜻하는 영어 속담을 줄인 파이키(FIKEE)는 책과 음료를 즐기는 탐험가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겠다고 선언한 곳이에요. 여기서 탐험가란 일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죠. 커피 맛집이지만 티 에이드를 주문했는데, 입 안에 기분 좋게 맴도는 티의 향긋함이 창문 너머 때마침 푸릇하게 피어난 초여름의 돌담길과 잘 어우러져 그 운치를 더했답니다.

📍 서순라길 81
📍 화-일 : 10:00-22:00 / 월 12:00-19:00 (* 매달 1번째 수요일 정기 휴무)

소나무가 반겨주는 유기농 베이커리, 솔방울베이커리
솔방울베이커리는 중정에 보물 같은 소나무를 품고 있는 한옥 베이커리에요. 1층 중정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한옥의 진수를 뽐내고 있었어요.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2층을 추천해요. 전통적인 한옥의 미를 고스란히 머금은 2층은 창문살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답거든요. 밀가루 뿐 아니라 커피와 티 역시 유기농 재료로 만들고 있다고 하니 꼭 다시 찾아 모든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요.

📍 서순라길 89-15
📍 화-토 : 11:00-21:00 / 일 : 11:00-20 (*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숲에서 들리는 소리 사사, 카페사사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 사사는 한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예요. 벽면에 큼지막한 창문들을 내어 자연광으로 공간을 비춰 포근한 인상을 풍기는 공간이었는데요. 모든 좌석이 채광이 좋아 볕을 즐기기 좋을 뿐 아니라, 2층에는 테라스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팝콘은 2층 좌석을 이용했는데, 올라오는 계단에 향을 피워 그 연기가 자연스럽게 2층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해둔 것이 눈에 띄었어요. 메뉴 역시 조금 특이한데, 유독 쑥을 이용한 디저트들이 많았어요. 쑥 라떼, 아카시아 에이드 등 예스러우면서도 신선한 맛이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서순라길 147
📍월-금 : 12:00-18:00 / 토 12:00-20:00 / 일 12:00-19:00 (* 매주 목요일 정기 휴무)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여유를 선물하는 곳, 이번 주말엔 뜻하지 않은 여유를 찾으러 서순라길을 찾아보시는 건 어떤가요? 서순라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팝콘에서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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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24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