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일본 ‘츠타야’는 1983년 CD와 DVD 대여점으로 시작해 오늘날 전국구로 성장한 서점입니다.

  • 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으로 CD와 DVD 대여 시장이 축소되고, 독서 인구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츠타야는 성장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폐점이 이어지고 있죠.

  • 이런 상황에서 츠타야의 대표 매장 중 하나인 시부야 점이 24년 만에 리뉴얼을 감행해 눈길을 끕니다. 책 판매는 거의 사라지고, ‘덕후’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 것인데요. 정희선 애널리스트가 지난 4월 재오픈한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츠타야Tsutaya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츠타야는 일본 회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ulture Convenience Store, CCC)이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1983년 약 115㎡(35평) 규모의 작은 대여점으로 시작해 오늘날 일본 전역에 매장을 거느린 대형 서점으로 성장했습니다.

1983년 오사카 히라카타에 오픈한 츠타야 1호점. 책·CD·DVD를 빌려주는 렌털숍으로 시작했다. (사진출처=ccc.co.jp)

그 중에서도 시부야 츠타야는 츠타야를 대표하는 매장 중 하나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차로로 불리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시부야 츠타야 내에 입점한 2층 스타벅스에서는 시부야를 가로지르는 도로 5개와 횡단보도가 만나는 교차점을 약 1천 명이 동시에 건너는 장관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죠.

지난 4 월, 리뉴얼을 위해 2023년 11월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시부야 츠타야가 반년 만에 재단장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점에서 완전히 탈피해 이전에 없던 공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데요. 과연 시부야 츠타야는 왜 변신을 결심했을까요? 츠타야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달라진 시부야 츠타야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 보이는 시부야 츠타야 ⓒSyced-Own work, CC0

속속 문 닫는 점포… 츠타야의 위기

츠타야는 본래 CD와 DVD를 빌려주는 대여(렌털) 사업이 핵심이었습니다. 시부야 츠타야는 1999년 12월 개업해 일본 최대 규모의 CD·DVD 재고를 가진 상징적인 점포였고요. 그러나 ‘좋은 영상과 음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목표로 삼은 츠타야의 CD·DVD 대여 사업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음악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이에 츠타야는 일부 점포들을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츠타야 서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도쿄 다이칸야마의 티사이트(T-sites)는 ‘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철학이 담긴 곳입니다. 1만2000㎡ 부지(약 3,600평)에 츠타야 서점 건물 3동을 중심으로 카페, 식당, 식료품점, 자전거 판매점, 산책로 등이 모인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이죠.

도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 전경. 3600여평 부지에 서점 건물 3동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출처=ccc.co.jp)

CCC는 이번 시부야점 리뉴얼을 진행하며 시부야 츠타야를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었습니다.

“2011년 다이칸야마 매장을 오픈한 이후 (방문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왔지만, 결국 (책을 중심으로) 유통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략 점포개발본부의 카마타 타카히로씨의 말입니다.

실제로 2012년 1천 400여개에 달하던 츠타야의 점포는 현재 800개로 줄었고, 츠타야를 운영하는 CCC의 2023년 매출액은 1,086억 엔으로 2019년 대비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일각에서 ‘폐점 러시’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츠타야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CD 와 DVD를 빌리는 사람이 줄어들고, 책 판매 역시 부진한 상황. 츠타야는 어떠한 미래를 기획하고 있으며 시부야 츠타야의 변신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CCC는 콘텐츠를 매개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리테일 비즈니스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시부야 츠타야는 바로 그 생각을 구현한 점포입니다.

지난 4월 리뉴얼 끝에 재개장한 시부야 츠타야 모습. (사진=정희선)

물건을 사는 장소 → 머무는 장소

시부야 츠타야가 24년 만에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CD와 DVD 대여는 완전히 종료했습니다. 전통적 의미의 책 판매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가 가득한 ‘오시카츠 (推し活)’의 전당으로 변신했습니다.

오시카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이나 사람을 추천한다의 뜻을 지닌 ‘오시’와 활동이라는 뜻의 ‘카츠’라는 단어가 더해진 단어. 사람, 캐릭터, 음식, 화장품, 패션, 물건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응원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단순히 번역하면 ‘덕질’로 해석할 수 있다.

시부야 츠타야 층별 구성. 서적과 음반 판매 공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콘텐츠를 경험하는 공간들로 채워졌다. (사진=정희선)

가장 큰 변화는 거의 모든 층을 체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CD와 DVD를 판매하는 지하 2층,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6층 뿐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상품을 판매하는 6층 IP서점 모습.

1층지하 1층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음악과 같은 IP (Intellectual Property)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와 이벤트가 펼쳐집니다.

3층과 4층은 츠타야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셰어 라운지(Share Lounge)가 들어섰습니다. 셰어 라운지는 츠타야가 만든 공유 오피스입니다. 시간 당 1600엔(약 1만 4000원)을 내면 무료 드링크와 스낵, 그리고 라운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셰어라운지 4층 입구. 츠타야가 만든 이 공유 오피스의 시간당 입장료는 1600엔 (약 1만 4천원). (사진=정희선)
셰어 라운지 4층 모습 (사진=정희선)

5층에는 포켓몬 카드 라운지(Pokemon Card Lounge)가 있습니다. 시간당 1,500엔을 내고 포켓몬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셰어 라운지와 포켓몬 카드 라운지 모두 유료로 좌석을 예약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5층 포켓몬 카드 라운지. 시간당 1,500엔을 내고 포켓몬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정희선)

2층은 변함없이 스타벅스가 자리합니다. 하지만 리뉴얼을 거치며 훨씬 정돈된 모습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여느 스타벅스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느라 혼잡한 모습이었는데요. 기존 테이블을 없애고 곡선형의 기다란 의자를 놓아 더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변경했습니다.

리뉴얼을 거치며 이전보다 넓은 좌석을 제공하는 2층 스타벅스. (사진=정희선)

7층의 콜라보레이션 카페는 매달 다양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테마로 운영되는 카페입니다. 콜라보 굿즈, 오리지널 메뉴 등을 선보여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지금까지 시부야 츠타야를 둘러보셨는데요. 감이 오셨나요? 과연 츠타야는 시부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일본의 콘텐츠를 만나는 세상을 만들자

그 힌트를 시부야 츠타야 지하 1층 입구에 쓰여진 문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세상을 만들어라”
好きなもので、世界をつくれ。

시부야 츠타야는 일본 안에서는 오시카츠에 몰두하는 덕후들, 일본 밖으로는 일본 콘텐츠를 사랑하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서요.

실제로 시부야는 최근 발전을 거듭하며 도쿄를 여행하는 외국인이 꼭 방문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도쿄도가 실시한 인바운드 방문지 조사에서 시부야는 2022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올라섰습니다.

시부야 츠타야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는 시부야에서 일본 콘텐츠를 소개하고, 이 콘텐츠를 통해 일본과 세계를 더 재미있고 즐겁게 만든다는 미션을 내걸고 있죠.

전 세계 사람들이 일본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각자 자신만의 ‘좋아함’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니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부야에서 먼저 대응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부야 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 카마타 타카히로 (鎌田崇裕)

지역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서비스와 콘텐츠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시부야 한복판에 위치한 부동산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다카하시씨는 오프라인 공간은 콘텐츠 사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단언합니다.

앞으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사업은 스마트폰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와중, 거기에서 다양한 트렌드가 생겨날 것입니다.

츠타야는 오프라인 체험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물건 판매가 아닌 체험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죠.

시부야 츠타야는 약 2만 명에 달하던 일일 방문객 수를 넘어, 1.5배인 약 3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매출의 30%는 상품 판매, 40%는 이벤트와 프로모션, 30%는 셰어 라운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제 시부야 츠타야가 성공하면, 앞으로 일본 전국에서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츠타야 매장을 보게 될까요? 카마타씨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시부야 츠타야를) 카피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같은 것을 많은 곳에 가져다 놓는 것이 비즈니스 목적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전국 각지의 생활자들의 ‘좋아하는’ 감정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중략). 시부야 츠타야의 본질과 비즈니스 모델만 살리고, 각 지역의 신생 츠타야에서는 각 지역에 맞는 체험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각 지역에 생길 신생 츠타야는 지역 별로 다른 경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셰어 라운지가 한 예입니다. 일반적인 셰어 라운지는 리모트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주된 이용객이기 때문에 쾌적한 업무를 위한 책상과 의자를 둡니다. 하지만 시부야 츠타야의 셰어 라운지 3층은 작은 테이블과 푹신한 소파형 의자를 설치했기 때문에 업무보다는 휴식에 적합합니다. 여기에 피규어를 곳곳에 전시해두어 애니메이션 덕후라면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게 만들죠.

제가 방문했을 때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4층의 셰어 라운지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3층 라운지 내 비치된 책은 아트와 애니메이션 관련 책이 많아 크리에이티브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부야 셰어 라운지 3층 전경. 피규어 장식과 작은 테이블로 다른 지역의 셰어하우스와 다른 분위기를 갖췄다. (사진=정희선)

이렇듯 동일한 셰어 라운지도 어느 동네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레이아웃, 가구의 선택, 그리고 비치된 서적도 다르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진=정희선)
(사진=정희선)

책, 음악,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책을 팔고 CD와 DVD를 빌려주던 츠타야는 지식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 커뮤니케이션이 창출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공간인 셰어 라운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부야에 덕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츠타야는 또 어떠한 공간을 선보일까요? ‘기획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츠타야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츠타야 시부야 (사진출처=ccc.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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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24년 5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