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보통 재건축을 계획하는 건물주는 헌 건물을 해체하는 대로 다음 공사를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이니까요.

  •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소니는 재건축 과정에서 건물을 허문 공터에 ‘임시’ 공원을 짓기로 합니다. 고층 건물에 둘러쌓인 지역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쉴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인식을 남기기 위해서요.

  • 그렇게 탄생한 긴자 소니 파크는 2018년부터 2021년 9월까지 3년 동안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현재 소니 파크는 본격적인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은 상태인데요. 올 여름 완공을 앞두고, 기간한정 공원이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은 소니의 독특한 재건축 사업을 돌아봤습니다.

재건축은 기존의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을 말합니다.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빠르게 짓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건축 과정이죠.

하지만 소니는 재건축을 일부러 3년간 미루며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소니는 어떤 의도였으며, 그 공원은 어떻게 이용되었을까요?

“주변과 비슷한 건물을 짓는 건 소니답지 않다”

2018년 8월, 도쿄에서 땅값 비싸기로 손꼽히는 긴자 교차로 한편에 긴자 소니 파크Ginza Sony Park)가 등장했습니다. 소니가 1996년 만든 자사 건물 ‘소니 빌딩’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든 겁니다.

소니 빌딩의 재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13년입니다. 처음에는 보통의 재건축 프로젝트처럼 소니 빌딩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안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은 몇 층으로 할 것인지, 어떤 테넌트를 넣으면 좋을지 등을 논의했죠.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소니 내부에서는 “도쿄 여기저기에 들어선 것과 비슷한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은 소니답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럼 ‘소니다운’ 빌딩은 무엇일까요? 소니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정신이 창업 당시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창업 정신은 세계 최초의 워크맨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소니의 정신에 입각해 볼 때 남들과 비슷한 건물을 만들 것이라면 차라리 짓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소니는 새로운 건물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매년 멋진 건물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쿄에서 건물을 멋지게 짓는 것에 집착하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아예 ‘짓지 않는 건축’에 도전하겠다고요.

1996년 세워진 소니 본사(왼쪽), 2018년 같은 터에 만들어진 소니 파크
2017년, 소니빌딩이 건물 해체를 앞두고 소니 파크로의 변신을 알리는 모습 (사진출처=sonypark)

재건축을 잠시 미루고 공원을 열다

‘짓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곳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면 좋을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재건축 프로젝트 팀원들이 힌트를 얻은 곳은 1966년 문을 연 소니 본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소니 빌딩은 빌딩의 교차로에 면한 약 10평 남짓한 공간을 녹지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고객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오피스나 상업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66년, 경제가 초고속으로 성장하던 일본에서, 그것도 긴자의 노른자위 땅에 놓인 자사 빌딩에 회사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공원을 만드는 발상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소니는 창업정신을 이어받아 재건축이 진행되는 터를 공원으로 만드는 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침 긴자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적기 때문에 공원을 만들면 50년 동안 본사가 위치해 온 긴자 지역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습니다.

보통 재건축은 ①빌딩을 허물고 ②새로운 빌딩을 짓습니다.

소니는 이 두 단계 사이에 한 단계를 추가해서 ①빌딩을 허물고 ②공원을 만들고 ③ 새로운 빌딩을 짓기로 합니다. 즉, 재건축이 이뤄지는 단계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긴자의 초일류 지역을 모두에게 개방한다는 아이디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회사로서는 위험이 따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입이 줄어들게 됩니다. 소니 빌딩이 가지던 상징성이 희석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니 파크의 프로젝트 리더이자 최고 브랜딩 책임자인 나가노 다이스케 (永野大輔) 씨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가치를 생각하면,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화제성과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라리 짓지 않는 편이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백 없는 긴자에 들어선 공원, 긴자 소니 파크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 공원’ 소니 파크는 어떤 모습일까요? 약 200평 규모의 지상공원, 로우어 파크 (lower park)라고 불리는 지하 4층으로 구성됩니다. 지상 8층 규모였던 기존 건물의 상부를 해체하고 만든 지상공원에는 나무 데크를 깔고 다양한 식물을 심었으며, 지하에는 기존 건물 골조와 벽 타일을 활용해 상점을 들였습니다.

소니 파크는 3면이 큰 도로를 향해 벽이나 문 없이 활짝 개방된 모습입니다. 지하 2층은 지하철 긴자 역과 연결되며, 지하 3층의 주차장도 연결됩니다. 지상과 지하 모두 거리에 개방된 셈입니다.

기존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소니 파크 내 상점들. 테넌트는 팝업스토어처럼 자주 바뀌도록 기획했다. (사진출처=sonypark)

소니파크가 존재한 3년간 파크 내 공간은 유기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카페나 상점이 팝업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오픈 당시에는 시설 내 음식점 4곳이 들어섰는데요, 모두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운영되며 레스토랑 형태를 가진 음식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근 점포에서 사 온 음식을 공원에서 먹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테이크아웃 형식을 취한 것입니다.

인근에서 사온 음식을 공원에서 먹는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음식점을 테이크아웃 형태로 운영했다. (사진출처=sonypark)

흥미로운 점은 규모에 비해 매장이 매우 적다는 점입니다. 지상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5개 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 점포는 단 6개뿐입니다. 점포를 늘리지 않는 이유는 공원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많은 공간을 여백으로 남겨 방문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죠. 소니는 “공원의 여백 부분을 먼저 디자인하고 그 주변에 매장을 배치했다”고 설명합니다.

명품 상점이 늘어선 빌딩숲 긴자에는 무료로 쉴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습니다. 방문객 수에 비해 카페의 수도 부족한 편이고요. 이러한 면에서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는 소니 파크는 민간 기업의 땅이지만 공공의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소니가 진행한 ‘소니 파크를 찾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는 휴식이었습니다.

무료로 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는 긴자에서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소니 파크 (사진출처=sonypark)

소니 제품을 안 파는 소니 파크

소니 파크는 오픈하자마자 많은 언론에 소개되었고 많은 고객이 찾아왔습니다.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 말까지 약 850만 명이 공원을 다녀갔습니다. 즉, 850 만명이 소니라는 브랜드와 접촉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나가노씨는 “소니 파크는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라며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850만 명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통 기업이 공간을 만들면 되면 고객과 제품의 접점을 중시하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 같은 공간을 만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니 파크는 다릅니다. 소니 제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소니 제품을 판매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원이기 때문에 판매 활동을 하지 않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소니 파크에 대한 인상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놀고 싶은 곳’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 ‘소니다운 곳’이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즉, 소니 제품이 없어도 소니 브랜드의 핵심인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소니다움을 표현한 공원이라고 고객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니 파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거점으로 큰 가치를 발휘한다. (사진출처=sonypark)

장소가 브랜드 경험이 되다

나가노씨는 닛케이(Nikkei)와 인터뷰에서 한 초등학생의 예를 듭니다. 그는 소니 파크에서 한 초등학생이 지하 한구석 테이블에서 노트를 펼쳐 놓고 숙제를 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공원이기에 가능한 풍경이겠지요. 나가노씨는 초등학생에게 소니 파크에서의 경험이 소니 브랜드에 대한 첫 경험(이른바 “My first sony”)가 되고 여기에서부터 브랜드 로열티가 형성되어 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비록 소니 제품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어릴 때 소니 파크에서 엄마와 함께 공부한 경험이 소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로 연결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소니파크에서 즐거웠다고 해서 당장 그 소년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년 후 게임기를 사려고 할 때 소년은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니를 선택해 준다면 기쁠 것이라고요.


소니 파크는 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서도 기업의 브랜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잘 만든 공간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소니 파크’라는 이름의 공원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소니의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2024년 여름, 소니 파크가 새롭게 문을 열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5층과 지하 4층 규모로 이루어진 새로운 공간에서도 소니 파크의 콘셉트는 ‘도심 속 공원’입니다. 소니는 빌딩을 더 높게 만들 수도 있지만 34m의 지상 5층으로 제한했다고 합니다. 새롭게 선보일 소니 파크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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