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최근 일본 IT 대기업 세 곳(히타치, 닛폰전기, 후지쯔)이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 비슷한 시기에 완공한 세 사무실에서 발견된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지점을 통폐합하고, 대면 소통과 자율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레이아웃을 바꾼 겁니다.

  • 변화된 ‘일하는 방식’에 맞춰 변화하는 일본 IT 대기업 세 곳의 사무실을 살펴봤습니다.

200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이 기간 동안 많은 산업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팬데믹 전후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영역이 바로 업무 공간입니다.

팬데믹 동안 타인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집에서 일했던 직장인은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금도 모든 직장인이 사무실로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택근무를 지속하거나 정해진 요일에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이 많아졌죠.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오피스의 존재 이유를 재검토하기 시작합니다. 왜 출퇴근이 필요한지 목적을 정의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공간,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경영진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2023년 일본을 대표하는 IT 대기업 세 곳이 사무실을 리뉴얼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리뉴얼을 마친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요. 과연 일본 IT 대기업의 새로운 업무 공간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요?

후지쯔 “도쿄 밖으로 이사갑니다”

반려견과 함께 머무는 방, e스포츠를 할 수 있는 방, 와인 바 등이 딸린 이 곳은 2023년 9월 도쿄 근교인 가와사키로 이동한 일본 IT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 후지쯔의 본사입니다.

마치 상업 공간에 있을 법한 오락 시설을 갖춘 후지쯔는 새 오피스를 ‘경험을 얻는 장소(Experience Place)’로 명명합니다. 아이디어 창출 및 혁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획했지요.

후지쯔의 새로운 사무실 (사진출처=www.cbre-propertysearch.jp)

새 오피스 설계를 담당한 후지쯔의 워크스타일 전략실은 “(본사의) 이전이라기보다 본사의 존재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 조사에 따르면 본사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대부분이 소통이었다고 합니다. 회사가 정한 장소가 아니라 팀별로 편한 장소에서, 편한 방법으로 소통하면 되기에 “본사라는 것을 꼭 두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요.

그래서 ‘본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거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줄면서 도쿄에 있던 거점을 한국의 분당과 같은 근교 지역 가와사키로 이동했고요.

(사진출처=www.cbre-propertysearch.jp)

후지쯔는 거점 내 좌석 수를 직원 수의 30~50%로 줄이고 레이아웃도 자율 좌석제로 변경했습니다. 유선 전화는 설치하지 않았고,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보관하는 사물함이나 수납공간, 개인 사물함은 전부 없앴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무실을 설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동료 간 소통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4인 이상이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고 그 모습을 사내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응원금을 지급하는 등 소통을 촉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www.cbre-propertysearch.jp)

닛폰전기 “부서별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앉으세요”

일본의 통신 및 전자기기 회사인 닛폰 전기(NEC)는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본사를 포함해 일본 전역 60여 개 오피스를 리뉴얼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출퇴근율을 약 40%로 상정하고 2025년까지 전체 사무실 면적을 현재의 4분의 1로 줄일 계획입니다.

닛폰전기(NEC)의 새로운 사무실 (사진출처=jpn.nec.com)

새 사무실은 대면 소통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허브(Communication Hub)’와 ‘혁신 허브(Innovation Hub)’ 두 가지 공간으로 크게 구성되는데요.

커뮤니케이션 허브는 팀원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팀 공간’,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미팅 공간’, 그리고 식물 등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브레이크쓰루 가든’으로 구성됩니다.

혁신 허브는 외부인과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고객과 다른 회사와 협업할 일이 많은 NEC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공간은 외부 사람과 협업 할 때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NEC는 독특한 자율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이용하는 공간을 지정한 부서별 프리 어드레스를 시행하는 겁니다. 부서별 공간 내에서 개인은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할 수 있죠. 완전 자율 좌석제를 시행할 경우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피하고 팀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입니다.

(사진출처=jpn.nec.com)

마지막으로 NEC는 직원의 얼굴 및 홍채 등의 생체 정보를 이용해 출퇴근을 관리하고 식당 등에서 결제가 가능한 첨단기술인 디지털 ID를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의 편의를 높이는 목적을 넘어, 자사 기술을 사내에서 먼저 활용해 본 후 외부에 판매한다는 전략이죠. 사무실은 이 전략을 실천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는 겁니다.

(사진출처=jpn.nec.com)

히타치 “협업 위한 공간 대폭 확장”

2023년 9월, 일본 전자 기업 히타치는 디지털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 시스템&서비스 부문이 근무하는 오피스를 이전하면서 새롭게 단장했는데요.

오피스를 준비하면서 히타치는 각 사업부 내 인사팀의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태스크 포스(TF)를 만들어 코로나 이후 업무 스타일은 어떻게 변했는지, 어느 정도의 출근 빈도가 효율적인지, 출퇴근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에 맞는 사무실은 어떠한 모습인지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출근 빈도는 평균 주 2~3회가 적당하며, 출근하는 목적은 개인 업무보다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사무실 총면적의 30%를 줄이고 수용 가능 인원도 65%로 줄였습니다. 대부분의 사원이 주 5일 출근하지 않고 번갈아 출근하기에 전 직원을 수용할 오피스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해진 좌석을 없애고 출근 시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프리 어드레스 좌석제를 도입해 좌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로운 오피스는 크게 네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 직원끼리 회의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협업 공간, 반 개인실 형태로 만들어진 회의 부스, 원격회의 및 1:1 미팅이 가능한 개인용 회의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업무 공간(task area)입니다.

히타치 오피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인 작업보다는 협업을 위한 공간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업무공간도 이동식 책상을 도입, 책상의 배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하여 갑작스러운 회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일본 IT 대기업 3곳의 사무공간, 공통점은?

최근 리뉴얼한 일본 IT 대기업 3곳의 사무공간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사무실을 통폐합하고 축소합니다. 앞서 3사 모두 오피스를 이전하면서 사무실 면적을 줄였습니다. 이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전일 사무실 출근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면서 사무실 수와 크기를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둘째, 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직원들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성을 부여할 때 직원들의 의욕을 높일 수 있다 보기 때문입니다.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매일 출근할 필요가 있는 팀이 있는 반면, 일주일에 한 번 대면 회의로 충분한 팀도 있습니다. 즉, 각 팀과 팀원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자율적으로 찾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면 소통을 유도하는 레이아웃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혼자서 하는 업무는 얼마든지 집에서도 가능합니다. 사무실의 역할은 동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히타치의 경우 직원 40%가 일주일에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프로젝트 진행이 더뎌지거나 팀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폐해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부서별로 주 1회는 전원이 출근하는 날을 지정하여 소통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원들 간 친목을 촉진하기 위해 구내 식당에서 맥주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공간을 만들 때 우리는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행동을 고려하여 설계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하는 공간은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하는 방식이 재정의되는 지금, 일하는 공간 또한 발맞추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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