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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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수동은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입니다. 부동산 시장 냉각기마저 비켜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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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길, 아틀리에길, 서울숲⋯ 점점 세분화 되는 성수가 복잡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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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누어 특징과 볼거리를 정리했어요.
“성수는 ‘뭘 해도 잘 될 곳’입니다. 실제로 광고주들의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동네가 바로 성수예요.”
벽 공유 플랫폼 월디를 운영하는 프롭테크 이프비주식회사의 한종혁 대표는 성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프비주식회사는 성수동, 연남동, 한남동 등 인기 상권의 벽을 확보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입니다. 월디는 광고주에게 광고 제작 의뢰를 받은 뒤 건물주로부터 승인 받은 벽을 옥외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서비스죠. 유명 상권을 무대로 하는 스타트업의 대표가 성수를 ‘최고 중의 최고’로 꼽은 겁니다.
성수는 불황도 비껴갔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이슈로 자금 흐름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는데요. 성수는 예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2년 3분기 상업용임대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기에 성수동이 위치한 뚝섬 상권의 소형 상가 공실률은 4.1%,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공실률 평균이 소형 6.3%, 중대형 9.1%인 것을 감안하면 둘 다 서울 최저치에 가까운 것이죠. 같은 통계에서 뚝섬 상권의 상가 임대시장 투자수익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유수의 기업도 성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는 성수동으로 본사를 이전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외 편집숍 브랜드 비이커의 세번째 매장을 성수동에 열었죠. SM엔터테인먼트와 패션 유니콘 무신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고 게임회사 크래프톤도 성수에 용지를 매입해 신사옥을 준비 중입니다.
문제는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성수를 일컫는 지역이 상당히 커졌다는 겁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헷갈린다고 하는 분들이 많죠.
우선 성수동, 줄여서 성수라고 부르는 지역은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속한 법정동입니다. 지하철로는 2호선 뚝섬역, 2호선 성수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총 3개 역이 관통합니다. 성수 상권을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무장길 : 성수동의 대장 상권
연무장길은 성수를 대표하는 상권입니다. 성수 카페거리를 부흥을 주도한 공장형 카페 대림창고와 할아버지 공장이 자리한 구역이죠. 오래 사랑받은 맛집 소문난성수감자탕부터 내슈빌핫치킨버거로 유명한 르프리크, 도시인 감성의 샌드위치집 미아논나 같은 개성 있는 맛집이 많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붐빕니다.
최근에는 패션 성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문을 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를 비롯해 플랫폼 29CM의 큐레이션 쇼룸 ‘이구성수’,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비이커의 세 번째 매장 ‘비이커 성수’가 이 구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LCDC 서울도 이곳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LCDC 서울 인근의 프롤라, 테니, 오우드 같은 카페는 고유의 유니크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죠.
② 성수역 : 무신사가 눈독 들이는 구역
성수역 1번, 2번 출구와 연결된 성수역 북단 상권은 연무장길 상권과 같은 역을 경유한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젊음과 힙한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연무장길과는 달리 주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다수 입접한 푸근한 분위기죠.
그래서 숨은 명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구역이기도 합니다. 성수역 1번 출구 인근에는 서울 3대 족발집으로 꼽히는 성수족발이 있습니다. 퇴근 후 한 잔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죠.
MZ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성수역 2번 출구 인근 상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무신사 캠퍼스 N1으로 본사를 이전해, 이곳을 중심으로 무신사 스튜디오, 무신사 테라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가 운영하는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의 쇼룸과 무신사 트레이딩이 오픈한 엠프티라는 셀렉트샵도 성수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죠. 언급된 공간 모두 성수역에 인접해있는데요. 본사와 솔드아웃 쇼룸은 성수역 북단에, 무신사 스튜디오, 무신사 테라스, 엠프티 등은 연무장길 상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유명 카페 어니언 성수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뷰티 라운지 아모레 성수도 이 구역에 있습니다. 최근 오픈런을 보이는 인기 맛집 코끼리베이글도 이 상권에 자리 잡았습니다.
③ 뚝섬역 : 수제화거리 속 블루보틀
상원길이라고도 불리는 뚝섬역 북단의 상권은 지역 사회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공간입니다.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한 붉은 벽돌 마을이 인상깊은 동네죠. 벽돌 마을은 성수를 부흥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결과입니다. 2018년 서울시와 성동구는 성수동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꾸민다는 계획으로 서울숲 북측 일대를 대상으로 붉은 벽돌 마을 사업 대상지 8개 건물을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벽돌 마을은 성수동의 아름다운 첫인상이 됐습니다.
이 붉은 벽돌 건물의 매력을 십분 활용해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블루보틀 1호점입니다. 2019년 5월 성수에 상륙한 블루보틀 1호점은 성수동의 상권을 살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카페입니다. 개점 초반에는 매일 같이 매장 앞에 소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연출할 정도였죠. 지금까지 등록된 네이버 방문자 리뷰만 1만600건 이상에 달합니다. 블루보틀의 영향인지 카페, 디저트 등의 업장이 많습니다.
뚝섬역에서 성수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한때 대한민국 신발 산업의 메카였던 성수수제화타운이 있습니다. 장인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개성 있는 수제화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죠.
④ 서울숲 : 녹색 숲과 고층 빌딩의 만남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출구로 빠져나오면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아크로서울 포레스트, 한화갤러리아 포레 같은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요. SM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한 건물이 바로 디타워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건물에 자사의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광야 서울을 열었습니다. 덕분에 성수는 K-POP 팬들의 발길까지 이끄는 핫플이 됐습니다.
서울숲역에서 서울숲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민, 관, 기업 간의 협력 프로젝트로 탄생한 공간으로 100개가 넘는 컨테이너로 조성됐습니다. 공연 및 전시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까지 열려 볼거리가 끊이지 않죠. 따뜻한 봄이나 초여름에 방문하면 축제에 온 듯한 들뜬 기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골목길이 밀집한 서울숲 북쪽은 ‘아틀리에길’이라고도 불립니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붙은 별명인데요. 서울숲과 인접한 입지 덕분에 청년 세대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소비자가 많이 찾는 동네입니다. 한식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식당 난포나 중식에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레스토랑 플레이버타운 같은 인기 식당이 있죠.
맨발로 입장해야 하는 인공 자연 전시장 섬세이 테라리움도 이 구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쇼핑과 식도락 뿐만 아니라 공원 산책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드문 상권입니다.
낙후된 공업 지역은 어떻게 도시재생 선례가 되었을까
성수동은 1989년대 수제화의 메카로 국내 수제화 생산의 90%를 차지했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 외환위기와 저가 중국산 제화의 유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죠. 점점 동네는 낙후되고 상권은 축소되어 갔습니다.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질 뻔한 성수동에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 기회는 서울숲의 등장입니다. 2005년 서울숲이 개장한 데 이어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개통하면서 유동인구가 늘었습니다.
두 번째 기회는 지자체와 지역 상인의 노력의 결실에서 탄생했습니다. 성동구와 성동제화협회는 성수동 일대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성수동 수제화 공장 일대를 특화 거리로 조성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커피숍이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매력적인 공간의 존재가 성수동의 유동인구를 견인한 측면도 있습니다. 2011년 물류창고로 쓰였던 대림창고가 문을 열면서 성수동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4년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한 자그마치(현재 폐점)와 2015년 공장 부지를 적극 활용한 어니언이 개점하면서 성수는 카페족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서울숲역 인근 단독주택 상가지대인 아틀리에길 등으로 상권이 확대됐죠.
2010년대에는 청년 세대를 겨냥한 고유의 뉴트로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면, 2020년대부터는 ‘입지’로 여러 기업과 브랜드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성수동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럭셔리 상권인 압구정과 대기업, 스타트업이 한데 모인 강남 업무지구에 연결됩니다. 강남과 비교했을 때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강북 접근성까지 뛰어납니다. 게다가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가 몰려드는 ‘힙’의 산지입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전문가가 말하는 성수의 잠재력
이쯤 되니 성수의 잠재력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비이커 3호점 출점 당시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 코리아가 상권 후보지들의 상권 분석, 입지 분석, 사이트 확보 등의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용우 CBRE 코리아 A&T 리테일 부서 상무에게 성수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Q
3호점 부지로 성수를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삼성물산은 그동안 추구했던 프리미엄, 럭셔리 상권 대신 새롭고 신선한 후보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에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테스트하기에 적합하고 잠재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상권인 성수동을 선택했습니다. MZ세대에게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이니까요. 10주년 기념 매장인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임팩트도 필요했습니다.
Q
성수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A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성수입니다. 성수동에는 유독 오래된 주택이나 공장을 개조한 상점이 많습니다. 이런 공간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아련한 기억을, Z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과거 우유배급소나 창고였던 공간이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서사는 성수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심상이죠. 새로움을 추구하는 청년층에게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선사하는 성수는 뻔하지 않은 상권입니다.
Q
비이커는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편집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성수를 방문하는 소비자층의 소비 수준이 크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매출보다는 이슈몰이를 노린 전략입니다. 리테일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매출입니다. 역시 이런 이유로 비이커 1, 2호점은 청담동과 한남동 같은 전통 부촌에 위치해 있죠. 반면 성수동은 예상 매출보다는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상권입니다. ‘성수동에 무엇이 입점했다’는 소식만으로 해당 브랜드 및 기업은 MZ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트렌디한 이미지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다양한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성수동이 거대한 브랜드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죠.
Q
자산의 관점에서 성수동은 어떤 공간인가요.
A
통상 부동산의 가치는 임차인의 가치와 직결됩니다. ‘누가 입주했냐’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책정되죠. 성수동은 인구 유발효과가 큰 유명 F&B 스토어, 유명 대기업, 글로벌 명품 회사가 주목하는 지역입니다. 수요가 높으니 매입가와 임대료가 높을 수밖에 없죠.
Q
통상 번화가는 평일에 한산하지 않나요.
A
성수는 각종 IT 기업 본사와 스타트업 오피스가 밀집한 준공업지역입니다. 그만큼 오피스 수요가 높죠. 크래프톤 이전 등의 이슈로 더욱더 많은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성수를 방문했는데 평일 낮인데도 붐비더군요. 배후수요가 든든하다는 방증이겠죠. 성수동 상권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청년들의 성지였다가 저물어버린 지역도 많습니다. 하지만 성수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김용우 상무는 성수를 “고급 주거 단지와 업무 지역이라는 배후수요와 공원, 패션, 전시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요소를 동시에 갖춘 몇 없는 지역”이라고 평가했죠.
서울의 핵심지가 되어가고 있는 성수. 과연 성수는 한국의 브루클린을 넘어 대체될 수 없는 고유성을 지닌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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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2년 12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