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은 자신의 리테일 공간에 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 심지어 ‘스토어’라는 말도 쓰지 않죠. 애플은 리테일 공간에 ‘스토어’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거든요.

  • 지난 20여년 간 애플 리테일 공간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크게 3가지 세대로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애플이 자신의 리테일 공간을 애지중지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애플 스토어는 존재하지 않아요. 리테일 공간을 호칭할 때 스토어라는 단어를 빼거든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에게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애플의 방향성을 알 수 있죠.

1편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구상한 비현실적일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리테일 공간을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버버리 출신 CEO 안젤라 아렌츠가 합류하면서 변화하는데요. 스토어(store)에서 스퀘어(square)로 진화한 것이죠. 2편에서는 지역성과 친환경 이니셔티브가 추가된 애플 리테일 공간을 만나봅니다.

(1편으로 돌아가기)


2013년 애플에 합류한 안젤라 아렌츠는 애플의 리테일 공간이 문화적인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성’에 힘을 싣습니다. 지금까지 고수하던 애플만의 표준형 디자인을 조금 줄이는 대신 현지 재료와 문화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들이는 것이죠.

2017년 싱가포르에 처음 생긴 애플 오차드 로드(Apple Orchard Road)에는 실내외로 현지 나무를 가져다놓아 동남아시아 도시의 푸르른 녹음을 경계없이 녹아들게 했어요. 뜨거운 열대 햇빛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고 비를 피할 수 있게 독특한 형태의 캐노피를 설치하기도 했고요.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 2018년 개장한 애플 피아짜 리버티(Apple Piazza Liberty)는 커다란 유리판을 재료로 드라마틱한 분수대를 설치하고, 밀라노에서 흔히 쓰는 석재인 베올라 그리자(Beola Grigia)를 재료 삼아 지하로 내려가는 벽을 만들어 이탈리아 광장의 두 가지 기본 요소인 물과 돌을 결합했습니다. 지역 특산인 주엽나무도 심었고요. 유서 깊은 현지 광장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스펙타클한 경험을 놓치지 않는 감각적인 공간은 큰 호평을 받았어요.

같은 해 일본의 교토 중심가인 시조 도리에 만든 애플 교토(Apple Kyoto)는 일본의 등불에서 영감받아 반투명 외피로 파사드를 덮었는데요. 특히 일본 전통 가옥에서 볼법한 종이와 목재 프레임을 활용한 점이 화제를 모았죠.

Apple Piazza Liberty © Apple
Apple Piazza Liberty © Apple
Apple Kyoto © Apple

더불어 지역성과 공공성이 만나 역사적인 건축물을 꼼꼼히 복원하고 그곳에 리테일 공간을 넣는 일도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옛 파리의 아파트 건물을 통째로 개조한 애플 샹젤리제(Apple Champs-Élysées)는 장소의 역사를 존중하면서 친밀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목표로 했어요. 외관과 입구, 상층부의 조각을 원형대로 되살리면서 지붕에 마치 현대 조각 같은 조명을 설치해 아래 공간에 햇빛을 보낼 수 있도록 안배했어요. 빗물 수집 시설을 통해 모은 물은 욕실과 나무, 그리너리 월에 다시 사용할 수 있었고요. 건물 내부의 안뜰은 애플의 참여형 클래스 ‘투데이 앳 애플’이 열리는 ‘포럼’ 장소로 내주었습니다.

Apple Champs-Élysées © Apple
Apple Champs-Élysées © Apple

1903년 만들어진 워싱턴 D.C의 카네기 도서관을 복원하면서 지역 사회를 위한 학습과 발견, 창의성을 위한 공간을 목표로 삼기도 했죠. 바로 2019년 오픈한 애플 카네기 리버티(Apple Carnegie Library)입니다. 아래 아이브의 말은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는 과거와 현재의 시너지 효과, 역사적인 직물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병치가 마음에 듭니다. 애플 카네기 리버티는 새로운 삶의 단계에서 우리가 만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흥분을 공유하는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북돋고 창의성을 장려하는 곳이 될 거예요. 큰 영광입니다.

Apple Carnegie Library © Apple
Apple Carnegie Library © Apple

친환경 기조 강화하는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2019년 아렌츠와 아이브는 애플을 퇴사합니다. 그리고 리테일 및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인 디어드리 오브라이언(Deirdre O’Brien)이 2019년부터 애플 리테일 공간의 전략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오브라이언의 방향성은 아렌츠와 아이브가 추구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쪽의 중요도를 높이긴 했지만, 공간은 계속 진화 중입니다.

2020년 싱가포르에 오픈한 애플 마리나 베이 샌즈(Apple Marina Bay Sands)만 하더라도 물 위에 자리 잡은 최초의 리테일 매장으로, 혼자서 지탱할 수 있는 전면 유리 돔 구조가 매우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받은 돔 천장의 오큘러스를 통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빛이 떨어지는 효과도 근사하고, 유리 내부에 빛을 활용하는 장치와 더불어 나무를 늘어지게 설치해 녹색 정원 도시가 매장으로 녹아드는 느낌이 들어요.

Apple Marina Bay Sands © Apple
Apple Marina Bay Sands © Apple

2021년 로마에 오픈한 애플 비아 델 코르소(Apple Via del Corso)와 로스앤젤레스에 오픈한 애플 타워 시어터(Apple Tower Theatre)은 영화로운 옛 건물을 섬세하게 복원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게 만들지요. 예전 미니멀리즘을 고집하던 애플을 생각하면 경천동지할 변화입니다. 전 세계 매장에서 매일 열리는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은 아렌츠가 정리한 ‘스킬(Skills)’, ‘산책(Walks)’, ‘랩(Labs)’에 따라 움직이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는 회사 정책에 맞춰 재생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을 매장 디자인에 꼼꼼히 적용하고 있지요. 아렌츠가 구축한 기반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잡으려는 노력입니다.

Apple Via del Corso © Apple
Apple Via del Corso © Apple
Apple Via del Corso © Apple
Apple Tower Theatre © Apple
Apple Tower Theatre © Apple
Apple Tower Theatre © Apple

애플 스토어는 스토어가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 론 존슨, 팀 쿡, 안젤라 아렌츠, 조너선 아이브,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등 애플의 핵심 인재들이 20여 년을 투자해 전 세계에 세워둔 금자탑입니다. 동시에 애플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담아 보관하는 타임캡슐이기도 하죠. 애플의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며 그들의 정신에 대해 궁금했다면, 이번 공간 이야기를 이해의 열쇳말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위대한 기업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그 진가를 숨겨두곤 하니 말입니다.

(1편으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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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3월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