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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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3가역 인근이 아기자기한 ‘골목길’ 감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익선동, 서순라길 등이 포함된 지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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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체가 붐비는 것은 아닙니다. 종로3가역에서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은 오랫동안 공실 문제를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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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하철역을 공유하는 두 구역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종로3권의 인기 비결과 함께 지속가능한 상권의 조건을 살펴봤습니다.
2021년 영국의 유명 여행 잡지 ‘타임아웃’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9곳을 꼽았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한 지역이 당당히 3위에 올랐습니다. ‘탑골공원’으로 상징되는 종로3가가 그 주인공. 서울에 있는 수많은 명소를 제치고 종로3가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타임아웃은 이렇게 선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종로3가의 진짜 매력은 탑골공원 바둑판 주위에 모인 할아버지들, ‘송해 길’에 있는 포장마차 노점상, 북한 음식을 파는 식당, 곳곳에 숨어 있는 카페와 호프집에서 찾을 수 있다. 종로3가는 서울 LGBTQ+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가 있으면서도 별난 종로3가는 서울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영국인들의 독특한 취향일 뿐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종로3가의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차거든요. 금요일 밤의 밀집도는 해당 상권의 인기를 말해주는 바로미터죠.
사실 종로3가 상권은 오래 전부터 서울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죠. 이제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종로3가는 어떻게 부활에 성공했을까요?
종로3가의 부흥을 이끈 세 개의 지역
종로3가 상권은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종로3가 북측에 있는 익선동, 익선동과 동묘 돌담 사이에 있는 서순라길, 귀금속 거리 및 지하철 1호선역 남측에 있는 먹거리 골목입니다.
익선동과 서순라길은 2030 청년들의 성지입니다. 특히 익선동은 일찌감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습니다.
2023년 1월, 인스타그램에서 익선동을 검색하면 #익선동(105만건) #익선동맛집(36만2000건) #익선동카페(27만7000건) 등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층이 많이 찾는 상권인 #성수동(181만건)보다는 낮긴 합니다. 다만 성수동 상권이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반면, 익선동은 종로3가 상권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수치라고 할 수 있죠.
”골목마다 놀라움이 있는 익선동, 하나의 테마파크죠”
익선동이 유명해진 데에는 공간 기획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의 역할이 컸습니다. 글로우서울은 2019년 낙후된 구도심이던 익선동 좁은 골목에 개성 있는 가게들을 만들었습니다. 도심 속 정원이라는 컨셉의 한옥 카페 청수당, 곱창 전골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식당 송암여관, 예약이 어려워서 더 유명해진 샤브샤브 식당 온천집 등이죠. 친숙한 풍경에 세련된 감각을 접목한 상권을 만든 겁니다.
글로우서울이 발견한 익선동의 잠재력이자 그들의 성공을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요.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익선동은 서울의 중심인 종로3가에 있다는 입지 측면에서 우선 유리합니다. 또 70여채의 한옥이 상업시설로 운영되고 있어 다른 상권과 다르게 빼곡하게 자리한 매장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
익선동은 골목골목을 다닐 때마다 의외성과 신선함으로 끊이지 않는 재미를 주는 하나의 테마파크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옥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전형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해 인사동과의 차별성을 만들고 한 매장에 국한되지 않고 ‘익선동’ 자체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뒀죠.
아기자기하고 정적인 매력의 서순라길
종묘 서쪽의 담장을 따라 뻗은 서순라길은 2020년 말 보행길 재생사업이 마무리된 뒤부터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익선동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인 셈입니다.
골목을 탐방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익선동에 비해 서순라길은 정적이고 한산한 편입니다. 800m의 길이로 짧다면 짧은 서순라길에는 25년 역사의 홍어 전문점 순라길 같은 노포, 우리술집 다람쥐, 헤리티지 클럽 같은 힙하고 세련된 카페와 식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순라길 역시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립니다. 서순라길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주말에 방문하려면 예약이 필수”라면서 “2시간의 제한 시간을 둬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활기를 찾아가는 먹거리 골목
청계천과 탑골공원 사이에 있는 상권 ‘먹거리 골목’에도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0월 먹거리 골목이 있는 관수동 일대의 한식 업종 명균 매출은 5287만원이었습니다. 3309만원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60%나 증가한 것이죠.
2030 여성이 상권을 견인하는 익선동과 서순라길과 달리, 이곳의 주요 소비자층은 40대 이상 남성입니다. 2022년 10월 관수동 한식 점포 매출의 60%는 남성 소비자에게서 발생했습니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67%를 차지했죠. 20~30대는 33%였습니다.
먹거리 골목의 위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청계천 인근에는 SK, 한화, 금호석유화학 등 대기업 본사가 많습니다. 오피스 상권이 형성되기 좋죠. 그래서 이 상권의 매출 75.6%가 월~금요일 사이에 발생합니다. 일요일 매출 비중은 9.9%에 불과합니다.
같은 동네인데 ‘메인 도로’는 텅 비었다, 왜?
여기까지 들으면 종로3가는 한창 잘 나가는 상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종로3가에는 해묵은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종로3가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빈 점포들입니다.
종로3가라는 같은 지하철 역을 경유하는데 구역별 분위기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권 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와 종로3가 일대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김 교수는 외식 창업 관련 서적을 20여 권 쓴 상권 분석, 마케팅 분야 전문가입니다. 그는 성공하는 상권의 조건, 상권의 확장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종로3가 일대를 분석했습니다.
Q
익선동이 뜬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글로우서울의 역할이 큽니다. 청수당이나 온천집 같은 ‘앵커 점포’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익선동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죠.
앵커 점포 인근에는 다른 식당이나 카페가 자연스럽게 들어섭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MD(merchandising)’가 잘 구성됐다고 말하죠. MD는 상권을 설명할 때 중요한 개념입니다. 소비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보통 식사를 한 후 커피나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죠. 앵커 점포는 인근의 MD 구성을 견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앵커 점포가 들어선다고 주변 상권이 무조건 발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리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익선동에는 구옥과 한옥이 밀집해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동네죠.
처음부터 새로 지은 한옥은 이질감을 주지만, 고유의 멋을 유지한 채 일부만 개조한 공간은 낯설고 새롭습니다. 이런 공간은 단순 식당, 카페가 아닌 역사가 깃든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방문객들은 이런 ‘비일상감’에 매료돼 익선동을 찾습니다. 정리하자면 익선동은 기본적으로 상권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글로우서울이 그 잠재력을 극대화한 것이죠.
Q
요즘은 서순라길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더군요.
A
서순라길의 흥행은 ‘상권의 확장’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로수길이 뜬 후 세로수길이 형성된 것처럼, 상권은 끊임없이 확장합니다.
익선동이 포화되자 신규 진입자는 공실, 저렴한 임대료, 물리적 환경 등 3대 요소를 갖춘 새로운 공간을 근처에서 찾기 시작했는데요. 익선동보다 저렴하면서 ‘담벼락길’이라는 고유의 분위기(비일상감)를 지닌 서순라길이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Q
청와대 개방도 이들 상권의 발달에 한 몫 했을 것 같아요.
A
물론입니다. MD의 첫번째 구성 요소가 식음료(F&B)라면 두번째는 볼거리, 세번째는 놀거리입니다. 네번째는 문화 공간인데요. 청와대 개방으로 종로3가 인근 상권의 MD에 놀거리와 문화공간이 더해졌습니다. 덕분에 익선동에 더욱 많은 사람이 몰렸고, 상권 확장으로 서순라길까지 주목받게 된 것이죠.
Q
길 건너 먹자골목의 분위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A
먹자골목은 오피스 상권입니다. 을지로, 종로, 광화문 직장인이 ‘퇴근 후 한잔’을 위해 주로 찾는 공간이죠. 익선동과 서순라길이 ‘비일상’의 공간이라면 먹자골목은 ‘일상’의 영역이죠. 이런 상권을 찾는 이용자들은 유일무이하고 값비싼 것보다는 가성비가 좋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먹자골목 같은 일상의 상권은 상권의 생존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권이 뜨는 조건과 장수하는 조건은 다릅니다. 뜨는 상권은 대체로 재구매율이 낮은, 일회성이 강합니다. 그러나 상권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재구매율 혹은 재방문율이 받쳐줘야 상권의 수명이 길어집니다. 특정 지역을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인구만으로는 초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든요. 재구매율이 높은 일상의 상권에서 매출이 뒷받침돼야 해당 상권이 탄탄해지고 수명도 길어지죠.
Q
종로3가역에서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공실이 꽤 있던데요.
A
대로변에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이 가깝다는 여건까지 갖췄는데도 공실이 꽤 있다는 점을 의아해 하는 분들이 꽤 있을 텐데요. 가시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상권이 성장하는 건 아닙니다. 접근성이 조금 떨어져도 좋은 곳을 찾아가는 시대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로3가역에서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종로라는 지역만의 고유한 특징이 없습니다. 익선동과 서순라길에서 누릴 수 있는 비일상성의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죠.
게다가 먹자골목 같은 일상의 상권으로 활용되기에는 이 지역 임대료가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문 곳에 굳이 비싼 돈을 내가며 상업 활동을 할 필요가 없죠.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 요소, 상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경제적 유인이 부족해 공실이 여전한 겁니다.
*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네모와 KB리브온의 매물 정보를 보면 2023년 1월 기준으로 종각역 대로변의 1층 일반상가의 평당임대료는 7.77만원에서 10.1만원선입니다. 반면 익선동은 6.13만~7.14만, 서순라길은 4.44만~6.18만원 선입니다. 먹자골목은 평당 3.13만~4.73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 수치는 해당 지역의 대푯값이 아니며, 매물의 특징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Q
공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늘 ‘옛 종로서적을 돌려놔야 한다’고 말합니다. 종로만의 고유성을 살려 이 상권에 ‘문화’라는 요소를 충족시키자는 주장이죠.
‘누가 서점을 방문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는데요.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떠올려보세요. 츠타야 서점은 라이프 스타일을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했습니다. 서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옛 종로서적은 역사적 상징성이 있습니다.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거나 회자되기도 하죠. 그만큼 과거 그 자리에 복귀하면 앵커 상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상점에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힘이 있습니다. 주변의 상권까지 활성화시키니까요. 복구된 추억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가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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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1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