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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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파트에 KKR이 아파트에 베팅했습니다. 그것도 그동안 아파트 부문에 집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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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아파트 가치가 바닥을 치고 반등만 남았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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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주목한 건 KKR만이 아닙니다. 블랙스톤 등 다른 글로벌 큰손들도 아파트 투자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이 시장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인 상업용 오피스가 팬데믹과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죠. 아직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투자 큰손들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아파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주택 소유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지난 10년 간 미국의 임차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맞닿아 있는데요. 주거용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포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KKR의 과감한 한 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사상 최대 규모의 다가구 주택 투자에 나섰습니다. 지난 6월 주요 외신에 따르면, KKR은 21억 달러를 들여 주택 건설업체 레나로부터 대규모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사들였어요. 이 포트폴리오에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저지 등 미국 전역에 위치한 총 5200여 세대의 A급 아파트 단지와 선벨트 지역의 고층 및 중층 다가구 주택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1억 달러, 한화로는 3조 원 가까이 되는 금액으로 결코 작지 않은 숫자인데요. 실제 이는 KKR이 아파트 부문에서 집행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KKR이 다가구 주택 투자에 나선 이유는 매니징 디렉터인 다니엘 루딘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분야의 펀더멘털을 좋아한다”며 “이 포트폴리오는 향후 몇 년 동안 공급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대도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어요.
여기서 주목할 건 공급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발상의 전환
만약 미국의 아파트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KKR의 이 말이 의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파트 시장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미국 주택 시장은 오랜 기간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지만 아파트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아파트 부문에서 약 40년 만에 엄청난 건설 붐이 일었거든요. 덕분에 신규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즉, 초과 공급이 이루어진 거죠.
초과 공급은 곧 구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해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죠. 매물이 넘쳐나니 당장 거래할 이유도 없고요. 실제 지난 5월 기준 아파트 부동산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44% 감소했습니다. 가격 역시 하락세를 기록했는데요.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MSCI 리얼 에셋에 따르면 약 2년 전인 2022년 7월에 기록했던 고점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20% 이상 떨어졌습니다.
어디를 보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자산인데, 대체 KKR은 어째서 베팅에 나선 걸까요?
이유야 뻔하죠. KKR은 아파트 가치가 바닥을 쳤고, 이제 반등만 남았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따라서 매물 가격이 하락한 지금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 이후 가격이 상승했을 때 더욱 큰 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실제로 현재 사모펀드들이 사냥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고금리 속에서 리파이낸싱 부담을 이기지 못한 멀티패밀리(다세대 주택) 매물이 이른바 급매로 쏟아지고 있거든요.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멀티패밀리 부동산의 11%가 부실 자산, 29%가 잠재적 부실자산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매물을 노리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매물을 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거니까요.
이제 관건은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아파트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는지인데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장 분위기는 좋습니다. 순풍이 불어오고 있어요.
줄어드는 공급, 높아지는 임대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월 “신규 아파트 착공 건수가 감소하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하리라는 예상에 투자자들이 고무되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 6월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주택 착공 건수는 계절조정 연율 기준으로 5.5% 감소한 128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향후 착공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인 건축 허가 건수도 3.8% 감소한 139만 건으로 나타났어요. 두 수치 모두 4년 만에 기록한 최저 수준이었죠. 참고로 이런 추세는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 모두에서 나타났습니다.
초과 공급까지 일어날 정도로 활발했던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다니. 무슨 일인가 싶지만, 이 단어를 보면 바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바로 고금리라는 단어죠.
고금리 환경은 공급을 짓누르는 주요 요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금리가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으면 자금 조달이 어려우니까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부동산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BMO 캐피털 마켓의 살 과티에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 착공이 가장 부진한 수준으로 떨어진 건 긴축 정책 때문”이라며 “건설업체들은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바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KKR의 보고서에도 주택, 특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KKR은 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공급이 활발했던 선벨트 구역에서도 신규 공급이 둔화되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했어요.
참고로 선벨트 구역인 미국 남부 15개 주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온화한 기후와 낮은 법인세, 개인소득세, 살기 좋은 거주 환경 등을 바탕으로 선호도가 높습니다. 인기가 많으니 당연히 신축 공사가 집중됐던 지역이기도 한데요. 그런 선벨트 구역에서조차 신규 공급이 줄어들었다는 건 다른 구역의 둔화세는 더욱 가파르다는 의미입니다.
공급 부족에 반응하는 가격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건 정해진 일이죠. 매물의 가격은 물론 임대료도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데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서부 및 북동부에 위치한 여러 도시에서 임대료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5월 블룸버그도 미국 주요 도시의 임대료가 지난 4년 동안 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 질로우의 월간 임대 보고서를 보면, 미국 6월 평균 임대료는 2054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빠른 연간 상승률이죠. 질로우는 “수개월간 지속된 임대시장 침체가 안정화되는 모습”이라며 “임대료가 거의 1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택 공급 부족과 더불어 미국의 세입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요. 부동산회사 레드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내 임차인 가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4520만 가구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주택 소유 가구 수는 0.6% 증가한 8630만 가구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어요.
즉, 임차인 가구 수는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주택 소유자 가구 수는 2019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늘어난 건데요. 이는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공급 부족과 세입자의 증가, 임대료 상승. 이 세가지 추세는 결국 아파트의 가치 상승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매의 눈
이러한 계산을 하고 아파트 투자에 나선 건 KKR만이 아닙니다.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큰손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미국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지난 4월 아파트먼트 인컴 리츠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무려 100억 달러로, 한화로는 13조 8000억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아파트먼트 인컴 리츠는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워싱턴DC 등 미국 전역에 걸쳐 76개의 고급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블랙스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4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 KKR도 투자에 나섰습니다. KKR은 16억 4000만 달러를 들여 19개의 학생용 다가구 주택 부동산을 매입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아파트 투자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 충분한 투자 매력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자산운용도 지난 5월 플로리다와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 위치한 7300채에 달하는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15억 500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거래를 두고 기관 투자자들이 아파트 부동산 분야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6월에는 캐나다 퀘백 연기금과 워커 앤 던롭도 미국 주택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합작 회사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초 2억 5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투자 규모를 5억 달러까지 확대한 겁니다. 이들은 다가구 주택, 즉 아파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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