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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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이끄는 소비 트렌드 변화가 주거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대신 고급 아파트 임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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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주거 형태가 바로 코리빙하우스입니다. 독립된 생활 공간과 공유 공간을 모두 갖춘 코리빙하우스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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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투자까지 이루어지며 코리빙하우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특성상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힙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 MZ세대는 현대 사회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잡음과 동시에,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 계층이 되었습니다.
MZ세대는 소비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며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성행하는 ‘플렉스’ 문화도 MZ세대가 주도한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계법인 삼정 KPMG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백화점 럭셔리 제품 판매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MZ세대 사이에서 극단적 절약 문화, 이른바 ‘짠테크’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MZ세대는 #냉장고 파먹기 #앱테크 #무지출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절약 사례를 공유하는 데 익숙하거든요.
이처럼 극단적인 소비 양상이 동시에 나타나다 보니, 앰비슈머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앰비슈머란 고가품과 저가품 소비라는 상반된 소비 패턴을 동시에 보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최대한 돈을 아끼고 모아서 갖고 싶었던 고가의 물건을 사거나 해외여행도 가는 식이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중요도에 따라 소비를 달리하는 겁니다.
MZ의 주거 트렌드, 소유에서 공유로
이러한 소비 문화는 주거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MZ세대는 집을 사는 대신 고급 아파트 임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자가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거죠. 집을 살 만한 충분한 소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폭스비즈니스는 지난해 말 미국 젊은 세대가 모기지를 받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춰진 고급 아파트를 임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앞으로도 집을 살 계획이 전혀 없으며 임대 아파트에 주거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실제 최근 펜실베니아의 오래된 공장인 스크랜턴 레이스 공장을 개조해 만든 32채의 고급 아파트 중 3분의 2가 사전 임대를 완료했는데요. 월 임대료가 최소 950달러에서 최고 3600달러에 달하는데도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폭스비즈니스는 “이들 세대는 번거로운 관리가 필요 없는 멋진 주거 공간을 추구한다”며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리빙하우스도 좋아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그리고 수요 변화에 맞춰 주목 받고 있는 주거 형태도 있습니다. 바로 코리빙하우스예요.
코리빙하우스란 이름 그대로 함께 살아가는 주거 공간입니다. 흔히 말하는 셰어하우스보다 개인과 공용 공간이 모두 강화된 거주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하나의 집을 통째로 공유하는 느낌이라면, 코리빙하우스는 방과 화장실은 독립이 되어있고 주방이나 거실 등 휴식 공간만 공유하는 거죠.
시네마룸이나 스터디카페, 홈카페, 북 라운지, 운동시설 등 다양한 편의 공간을 갖춘 곳도 있습니다. 매월 무료로 청소를 해준다거나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고요. 물론 방이나 화장실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 보수도 바로바로 해줍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대세
선진국에서는 코리빙하우스가 주류 주거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코리빙하우스는 영국 런던에 있는 더 콜렉티브 올드 오크입니다. 이 코리빙하우스는 10층짜리 건물에 546개의 방을 갖춘 시설로, 방 하나의 면적은 3평 정도입니다.
한 달 임대료는 약 1300파운드에서 1950파운드로, 한화로는 230만 원에서 340만 원 정도 됩니다. 상당히 높은 가격대지만, 집값이 높은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도 코리빙하우스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은 20세기 말에 이미 1인 혹은 2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소형주택 시장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는데요. 코리빙하우스가 그 배턴을 이어받은 셈이죠.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더 셰어는 혼자 사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설계되었습니다. MZ세대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공용 공간을 갖춘 거죠. 더 셰어에는 휴게실과 카페, 미팅룸은 물론 소극장과 옥상정원까지 있어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독특한 형태를 띤 코리빙하우스도 만나볼 수 있어요. 비슷한 직업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뤄 살아가는 이른바 콘셉트 맨션입니다.
도쿄 스기나미에 위치한 바이커스 맨션은 오토바이 마니아들만 모여 사는 8개 집합주택으로 이뤄졌습니다. 건물 중심부에는 오토바이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곡선의 마당을 조성한 게 특징이죠. 또 도쿄 세타가야의 뮤지션 맨션은 뮤지션들을 위해 집 안에 스튜디오를 설치했습니다.
외로움 채워주는 커뮤니티
MZ세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감수하면서도 코리빙하우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커뮤니티의 존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로 소통하지만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있습니다. 코리빙하우스는 이런 커뮤니티에 대한 갈증을 채워줍니다.
특히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는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커뮤니티 안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습니다. 근처 맛집이나 가볼 만한 장소 등 지역 기반 정보를 나누면서 관계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기에도 용이하고요.
이런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혼자 사는 걸 좋아하고 또 이러한 삶의 방식에 익숙하다고 해도,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커뮤니티 활동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즉, 필요에 따라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일명 느슨한 교류라고 할까요?
실제 WCM이 코리빙하우스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절반이 넘는 입주자들이 코리빙하우스 생활을 통해 소셜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투자 큰손들도 주목하는 코리빙하우스
코리빙하우스의 유망함을 알아본 큰손들은 일찌감치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코리빙하우스가 있는 영국에서는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영국의 코리빙하우스 플랫폼 더 콜렉티브는 유럽의 전문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DTZ 인베스터스와 손잡고 세계 최초의 기관용 대규모 코리빙하우스 펀드를 출범했는데요. 시드 자본 규모는 7000만 달러이며, 향후 10년 동안 10억 파운드의 총자산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의 출시는 코리빙하우스 시장이 제도권 자산 클래스로 올라섰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
레자 머천트 더 콜렉티브 CEO
또 스위스 라이프 에셋 매니저스와 트루 노스 매니지먼트도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위스 라이프 에셋 매니저스는 트루 노스 매니지먼트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서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코리빙하우스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죠.
이외에도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무어필드 그룹이 2100만 파운드의 자금을 투자하는 등 영국의 코리빙하우스 산업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에 따르면 영국 코리빙하우스 시장에는 향후 몇 년 동안 22억 5000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한편 미국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하인스는 2022년 12월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 등에 있는 부동산 자산을 인수하면서 일본 코리빙하우스 시장에 첫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해 “일본은 여러 이유로 독특하고 유망한 투자처”라며 “일본의 신뢰할 수 있는 수요와 임대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하인스는 최근 홍콩 침사추이 중심부에 코리빙하우스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홍콩이 주거 공간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코리빙하우스의 사업성은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북미의 코리빙하우스 기업 커먼은 챕터 7을 신청했습니다. 챕터 7은 미국 파산법의 일부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한때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1억 달러 이상의 벤처캐피털(VC) 투자도 받는 등 기대를 모았던 기업이 파산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커먼이 파산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코리빙하우스는 일반적인 주거용 부동산 임대 사업에 비해 인건비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구조적인 요소는 환경이 우호적이었을 때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문제로 불거졌죠. 여러 코리빙하우스 중에서 커먼이 빠르게 무너진 것도 이러한 거시경제 영향입니다. 커먼이 주로 사업을 영위하던 미국은 가장 선두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국가였으니까요.
그러나 커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이런 상황이 다른 코리빙하우스 오퍼레이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건 커먼만이 아니라 다른 코리빙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니까요. 그저 커먼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의 압박이 덜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거죠. 즉,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수익성을 개선할지는 고심해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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