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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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전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는데요. 그 중 하나는 전력 수요 증가입니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고, 고성능 데이터센터에는 어마어마한 전력이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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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기술기업들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인프라 확보에 나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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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을 눈치챈 글로벌 큰손들은 발 빠르게 전력 인프라 투자에 뛰어들었는데요. 특히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세상을 바꿨습니다. AI가 등장하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제는 AI 기술이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AI는 삶에 깊숙하게 침투했습니다.
AI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고, 이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데이터 연산을 할 수 있는 AI 서버가 필요하죠. 물론 이를 위한 물리적 시설인 고성능 데이터센터도 있어야 하고요.
문제는 이러한 고성능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3에는 1만여 개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용되는데, 이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은 시간 당 1.3GW(기가와트)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1분간 소비하는 전력 총량에 해당하죠. 더욱 성능이 뛰어난 AI는 더 많은 전력을 쓸 테고요. AI가 더해진 검색 작업을 수행하는 데도 일반 검색 대비 5배 가량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합니다.
게다가 전력 소비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납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이 기술을 활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증가할수록 AI 모델에 더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는데,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니까요.
지난해 말 슈나이너 일렉트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연평균 증가율은 11% 수준입니다. 하지만 AI 서버를 적용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연평균 26%에서 최대 36%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어요. 기존 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비슷하게 예측하는데요. IEA에 따르면, 2026년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총소비전력량이 1000테라와트시(TWh)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2022년 소비 전략량의 두 배이며 일본 전체 전력 수요와 비슷한 규모예요. 물론 여기에는 AI 기술과 무관한 데이터센터의 전력량도 포함되어 있지만,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자료와 종합하면 AI 영향이 크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데이터 거래량 증가로 인한 전력 사용량도 늘어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웰스파고의 닐 칼튼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6%씩 늘어날 것”이라며 “2023년 4000TWh에서 2050년 7300TWh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사례지만 다른 국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AI 산업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많은 전기를 다 어디서?
문제는 전력 수급입니다. 전력 소비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해졌습니다.
실제 AI 기술을 내세운 기업들은 저마다 전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최근 원전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기 위한 계약 체결에 나섰어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미국 동부 해안의 원전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 받기 위해 원전업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의 계약에 근접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은 아마존을 비롯한 기술 기업에 있어 전력 수급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아마존은 당초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하지만 올해 원전으로부터 전력을 수급하게 된다면 이 목표의 달성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원자력 발전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에는 속하지 않으니까요. 아마존 역시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죠. 그런데도 원자력 에너지를 선택한 겁니다.
이러한 행보는 다른 빅테크에서도 엿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 6월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주로 집중했는데요.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동력에 원자력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글 역시 2년 전인 2022년 7월 셰브론과 함께 핵융합 스타트업인 TAE테크놀로지스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요.
갈수록 중요해지는 전력 인프라
AI 전쟁보다 먼저 닥친 전력 전쟁. 이에 따라 기업마다 그리고 국가마다 전력 인프라, 나아가 에너지 인프라 확보가 선결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에너지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무리 없이 가동할 수 있고, 또 데이터센터가 뒷받침되어야 각종 AI 기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에 뒤따르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투자입니다.
올해 초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30년 532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50년에는 6360억 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여요. 물론 전력망 이외에도 전력 인프라를 구성하는 다른 분야를 더하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지고요.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건 미국입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됐는데요. 이에 따라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통상 30년으로 여겨지는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고용량 전력망 설치와 동시에 시스템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전력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특히 유럽에서 노후 전력 설비와 송전망 교체 등 전력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가령 영국은 유례 없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발전 가동률이 떨어져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력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 정부도 이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옴시티를 비롯한 다수의 신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동은 이 일환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실제 국내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이집트, 모잠비크, 바레인 등 중동 국가에서 계약을 연이어 따내는 등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 대목만 봐도 얼마나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죠.
놓칠 수 없는 타이밍
이처럼 돈이 한 곳을 향해 흐르는데 누구보다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큰손 투자자들이 놓칠 리가 없죠. 특히 지금이야말로 좋은 타이밍인데요. 지난 5월 세빌스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이 차례로 뛰어들면서 인프라 투자는 올해 변곡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두에 있는 건 블랙록입니다. 블랙록은 올해 1월 사모투자회사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를 인수했습니다. 무려 125억 달러를 투입한 대규모 인수거래죠. 참고로 이 인수는 2009년 바클레이즈의 자산관리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합니다.
“많은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경제를 다시 재편하고 있고 정책 당국자들은 새로운 인프라 기술과 프로젝터에 대해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재정적 인센티브를 이제 막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인프라는 가장 흥미로운 장기 투자 기회 중 하나다. ”
래리 핑크 블랙록 CEO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브룩필드 역시 지난해 6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이 펀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공 및 민간 연금 플랜과 국부 펀드, 금융 기관, 패밀리 오피스 등 다양한 기관 투자자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어요.
이미 성과를 본 경우도 있습니다. 블랙스톤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중에서도 일찍이 인프라를 주목한 곳입니다. 대표적인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미국 최대 민간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인베너지와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QTS 등이 있어요.
블랙스톤은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 기술 투자 목적의 그린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Ⅲ를 결성하며 실탄을 마련하기도 했는데요. 이 펀드의 규모는 71억 달러 수준으로, 블랙스톤은 이를 통해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나섰어요.
지난 4월 발표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투자 부문 중 가장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부문은 인프라입니다. 인프라 부문의 투자 수익률은 1분기 4.8%로 기업 전용 사모투자 펀드(3.4%)나 세컨더리 펀드(2.2%), 전략적 기회 펀드(2.1%) 등을 앞질렀어요.
블랙스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프라 부문 투자를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인프라 투자 확대를 선언하기도 했죠.
핵심은 친환경 에너지
특히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은 전력 인프라 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요. 친환경 에너지 투자의 중요성은 몇 번이나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범세계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친환경 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하니까요.
잠시 브룩필드의 인프라 펀드 이야기로 돌아가면, 브룩필드는 펀드를 통해 핵심 인프라 부문에 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 인프라 등이었습니다. 이 대목만 봐도 큰손 투자자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실제 블랙록은 지난 7월 1일 구글과 손잡고 대만의 태양광 개발업체인 뉴그린파워에 자본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전력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보면 투자 목적은 명확합니다. 뉴그린파워를 통해 생산되는 태양광은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쓰일 예정이거든요.
즉, 이번 투자는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블랙록의 글로벌 기후 인프라 책임자인 데이비드 지오다노 역시 “AI와 데이터 중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필수가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고요.
큰손들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브룩필드는 지난 5월부터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손잡고 프랑스 신재생 에너지 생산업체인 네오엔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오엔의 기업가치는 61억 유로로 평가돼,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면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이외에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지난 3월 독일 재생에너지 전력 회사인 엔카비스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28억 유로에 달해요. 또 미국 에너지캐피털파트너스(ECP)는 지난달 영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애틀랜티카 서스테이너블 인프라스트럭처를 25억 6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코넬 대학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향후 몇 년 동안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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