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호주에서는 최근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호주 전 지역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말이죠.

  • 이유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인데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새로운 매물 공급은 줄어드는데 호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며 살 집이 부족해진 거예요.

  •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공급부족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호주를 뒤흔들고 있는 주택 부족 위기, 우리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어느 날 전화가 옵니다. 집을 빌려준 임대인이군요. 보통 임대인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흔치 않아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으면, 예상한 대로입니다. 가장 먼저 임대료 이야기를 꺼냅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임대료를 더 내라네요. 그것도 무려 지금보다 월 20만 원 이상을 더 내라고 합니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임대인이 마지막 통보를 합니다. 인상된 임대료를 낼 수 없으면 집을 빼라고요. 자칫하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쫓기게 생겼습니다.

이런 일이 갑자기 내게 일어난다면? 상상 만으로도 끔찍하죠. 그런데 지금 호주에서는 이게 상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호주 임대 시장은 현재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가격이란 공급과 수요가 맞닿는 지점에서 형성되기 마련인데요.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여전히 높으니 가격이 자꾸만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 곳을 잃고 노숙자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우선 호주의 임대시장 상황이 어떤지부터 살펴봅시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호주의 평균 주당 임대료는 595달러에 달합니다. 이게 얼마나 높은 금액이냐면요. 호주는 지난 7월 최저시급을 파격적으로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당 최저임금은 859.32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데요. 그런데도 최저시급을 받는 노동자는 임금의 70%가량을 임대료로 내야 살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대부부의 임차인이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이 아닙니다. 단순히 임대료가 비싼 나라는 호주 말고도 여럿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거예요.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2020년 9월 호주의 평균 주당 임대료는 461달러였습니다. 즉 불과 3년 만에 100달러가 넘게 오른 셈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난 13년간 기록한 임대료 상승 폭보다도 훨씬 큽니다.

게다가 임대료 급등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졌습니다. ABC 뉴스는 지난 5월 “지난 분기에 모든 도시에서 주택 임대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어요. 이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호주인들은 주당 100달러를 초과하는 임대료 인상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죠. 또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약 4분의 3에 달하는 사람들이 임대료 인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중 4분의 1이 겪은 임대료 인상률은 무려 10%가 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힘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납니다. 임대인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니까요. 실제 호주의 공실률만 봐도 이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2% 정도의 공실률을 기록하면 균형이 잡혔다고 판단하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의 전국 공실률은 약 0.9% 수준입니다. 과거 10년 평균 공실률이 2.9%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주요 도시인 시드니의 경우, 지난 30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 더 많은 집이 필요해요!

호주 임대시장의 균형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입니다. 공급자 역할을 하던 임대인들이 더는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전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세를 놓는 식의 투자를 했는데요. 대출 금리가 오르자 임대를 하는 대신 그냥 집을 파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자 압박이 강해지는 반면 투자 수익률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호주에서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기반으로 한 임대 사업을 접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이처럼 기존 임대인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으니, 기대할 만한 건 새로운 매물의 공급입니다. 새로운 주택을 더 많이 짓고 임대시장에 내놓는다면 공급 절벽도 해소될 테니까요. 그러나 호주에서는 오히려 신규 주택 건설 규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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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커먼웰스 은행에 따르면, 신규 건설 승인은 인구 기준으로 조정했을 때 사상 최저치에 가깝습니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의 로스 맥이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인구 증가에 비해 충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지 못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료 상승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도 또 다른 악재입니다. 호주의 임대시장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중국이라니,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중국 내수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자산 청산 위기에 몰린 중국 개발업자들이 호주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죠.

특히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는 흔히 아파트로 대표되는 고밀도 주택 건설에 강점을 지니고 있었어요. 즉 호주의 수많은 주거용 주택 공급을 도맡아왔던 건설 업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자, 신규 임대 매물 공급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수요 급증: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인구

그럼 단순히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수요 역시 감소했다면, 이처럼 극심한 불균형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문제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말이에요.

임대 수요 증가를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는 호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들입니다. 호주는 팬데믹 당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경을 닫았었는데요.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며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이에 학업이나 취업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는데요. 지난 9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호주 통계청은 8월 기준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단기 입국한 중국인이 27만 633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습니다. 연말 통계에서는 이보다 더 늘어 팬데믹 이전보다도 증가할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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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예 호주로 이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주는 흔히 이민 가기 좋은 나라로 꼽힙니다. 천혜의 환경 속에서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코어로직의 주거 연구 책임자를 맡고 있는 엘리자 오웬은 “호주로 입국하는 해외 이민자가 이례적으로 많다”며 “이로 인해 임대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또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태풍을 거치면서 세상은 격변했습니다. 이전에는 출퇴근이 당연하게 여겨졌다면, 팬데믹 당시에는 봉쇄 조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거주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자, 사람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거나 셰어하우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홀로 지낼 수 있는 집을 찾게 된 거죠.

지나친 과장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요. ABC 뉴스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가 약 2.55명에서 2.5명 이하로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말이에요. 호주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수치 변화는 약 12만 가구가 새로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호주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임대시장 위기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최근 국내서도 주택 공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위험은 더 커지는데요. 수요가 견조한 상태에서 공급이 계속 줄어든다면, 몇 년 뒤에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은 총 11만 3103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연말까지 8만여 가구가 더 공급될 계획인데, 이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연간 총 공급량은 20만 가구에 미치지 못합니다. 10년 만에 민영아파트 최저 공급 물량을 기록하는 셈이죠. 공공 주택의 공급 지표도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인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까지 공공 주택 분양은 3240가구, 임대로는 2755가구가 공급됐습니다.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가 있습니다. 신규 주택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하고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니 실제 시장에 들어오는 매물도 줄어들고 있는 거에요.

문제는 주택 인허가와 착공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늘어나야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에는 공급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죠.

올해 8월까지 주택 착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4% 줄어들었습니다. 아파트 인허가 역시 36.3% 감소했어요. 공공 주택 공급의 책임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착공 실적도 목표치의 5%에 불과한 상황이라, 공급 부족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물론 호주를 덮친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최근 정부가 공공 주택 물량 확대 및 규제 완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급 대책을 내놨고 국회에서도 공급 부족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또한 호주와 달리 외부 변수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건 아니라 갑작스럽게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라는 리스크가 분명 있는 만큼, 호주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는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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