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 블랙스톤은 2017년 개인 투자자를 위한 비상장 리츠 BREIT를 만들었어요.

  • ‘대체투자업계 최대 히트 상품’이 됐고 순자산 규모가 690억달러에 달합니다. 수익률도 탁월하죠.

  • 그런데 최근 BREIT에서 처음으로 자금이 빠져나갔어요. 급기야 환매 요청에 모두 응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죠. 일시적일까요, 아니면 신화가 저무는 걸까요?


블랙스톤(Blackstone)은 세계 최대의 대체투자 자산운용사입니다. 운용자산(AUM∙Asset Under Management)이 무려 9510억달러(2022년 9월 기준)에 달합니다. 프라이빗 에쿼티(PE)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AUM 기준으로는 부동산(3190억달러)이 가장 비중이 큰 섹터입니다.

블랙스톤은 1위답게 수많은 혁신을 해왔는데요. 그중 대표로 꼽히는 게 BREIT(Blackstone Real Estate Income Trust)입니다. 기관 투자자만 투자 가능했던 부동산 자산에, 개인 투자자 역시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미션을 내걸었죠. 상당히 끌릴 법한 제안입니다. ‘큰 손’도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만 돈을 넣을 수 있다는 블랙스톤의 상품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최근 BREIT에서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7년 출시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급기야 자금 유출 규모가 늘어나자 블랙스톤은 환매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어요. 12월 1일(현지 시각)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블랙스톤 주가는 7%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일시적인 일일까요? 아니면 ‘신화’가 무너지는 전조일까요? 주요 외신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대체투자업계 최대 히트 상품, BREIT

BREIT는 최근 대체투자업계가 낳은 최대 히트 상품으로 꼽힙니다. 대체투자업계는 그간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자금의 원천이 뻔하니까요.

그래서 대체투자업계의 지상과제 중 하나는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업계 선두인 블랙스톤은 이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는 데서도 선두로 평가받습니다. 그 살아있는 사례가 BREIT입니다.

2017년 탄생한 BREIT는 비상장 리츠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장 리츠처럼 증권사 앱을 켜서 바로 살 수는 없습니다. 대신 자산관리사 등을 통해 가입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사모펀드처럼 고액 자산가만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최소 2500달러부터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인컴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기관 투자자 수준의 부동산 자산을
(Institutional-quality real estate for income-focused investors)

BREIT가 내건 목표입니다. 상당히 끌릴 법한 제안이죠. ‘큰 손’인 기관 투자자들 역시 쉽게 돈을 맡기기 어렵다는 블랙스톤이 만든 상품이니까요. 이후 BREIT는 대성공을 거뒀는데요. 규모와 수익률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①100조원 넘는 자산 규모

블랙스톤에 따르면, 2022년 10월 말 기준 BREIT의 순자산가치(NAV)는 690억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돈은 90조원이 넘는 돈입니다. 부채까지 포함한 총자산 규모는 1250억달러(약 167조원)입니다.

BREIT는 거대한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손 꼽히는 규모의 투자 기구가 됐습니다. 모두 5000개에 가까운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불과 6년도 안 돼 거둔 성과입니다.

그 덕분에 블랙스톤 입장에서도 BREIT는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2021년 BREIT를 통해 거둔 수수료 수익은 약 18억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2조 4000억원 규모입니다. 2022년 상반기에도 1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이 나왔습니다.

BREIT는 거대한 규모를 활용해 누구보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마음껏 활용해 투자할 수 있었죠. 예컨대 저평가됐다고 여겨지는 상장 리츠를 통째로 사버리는 식으로 말이죠.

블랙스톤은 2022년 4월 미국의 유일한 상장 스튜던트 하우징 리츠였던 아메리칸 캠퍼스 커뮤니티(ACC)를 130억달러에 인수합니다. BREIT도 여기에 참여했죠. BREIT는 앞서 2021년 데이터센터 리츠인 QTS리얼티(QTS)에 대한 100억달러 규모의 인수에도 참여합니다.

②상장 리츠 2배 가까운 수익률

물론 BREIT라는 투자 기구의 양적 규모만 커졌다면, 이 성공 신화는 반쪽짜리에 불과했을 겁니다. 하지만 BREIT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위 그림은 BREIT의 토탈 리턴(TR) 추이입니다. TR은 주가(기준가) 상승에, 배당으로 받은 수익까지 더한 수익률을 뜻합니다. 만약 2017년 1월 BREIT 출시 당시에 1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2022년 10월 현재 20만 5000달러가 됐을 겁니다. 6년도 안 돼 2배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는 거죠.

배런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BREIT의 출시 이후 연환산 수익률은 13.5%였는데요. 이는 대표적인 상장 리츠 ETF인 VNQ의 같은 기간 수익률(6.7%) 두 배 수준입니다. BREIT에 투자하는 게 평균적인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것보다 월등히 나았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성과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투자 섹터를 잘 선정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BREIT 포트폴리오에서 임대주택은 55%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류센터 등 인더스트리얼 자산이 23%로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둘만 합쳐도 78%. 사실상 두 섹터에 ‘올인’한 셈인데요.

이 둘은 최근 가장 강력한 성장이 나타난 섹터로 꼽힙니다. 임대주택 시장은 주택 부족, 인플레이션 등에서 수혜를 본 섹터입니다. 블랙스톤의 FAQ 자료에 따르면, BREIT 포트폴리오에 있는 임대주택의 올해 임대료는 전년 대비 13% 올랐습니다.

물류센터 등 인더스트리얼 자산도 수요가 강력합니다. 이커머스 성장 등의 영향이죠. 지난 3분기 기준 임대료 상승률이 전년 대비 38%에 달했다고 합니다. 블랙스톤의 부동산 투자를 ‘업어 키운’ 존 그레이(Jon Gray)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임대주택 및 물류센터 시장의 펀더멘털이 이토록 강력한 건 제 커리어 전반을 통틀어 처음 봅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포트폴리오의 지리적 분포 역시 블랙스톤의 선구안이 돋보입니다. 전체 자산의 약 70%가 선벨트(Sunbelt) 지역에 있습니다. 선벨트 지역은 일자리 및 인구가 타 지역 대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자금이 빠져나갔다, 왜?

이 같은 탁월한 성과 덕분에 BREIT는 블랙스톤의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상품으로도 평가받았죠.

하지만 최근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BREIT에서 유의미한 자금 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배런스는 2022년 10월 BREIT에서 약 7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급기야 블랙스톤은 환매 요청 규모가 사전에 설정한 한도를 넘겼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어요.

BREIT는 매달 순자산 가치(NAV)의 2%까지 환매 요청을 받아주겠다고 했어요. 분기 기준으로는 NAV의 5%가 한도고요. 11월에는 환매 요청이 쏟아지면서 전체 43%만 받아들이겠다고 한 거죠.

‘The Transcirpt’ Twitter

물론 전혀 예상 밖의 일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당분간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BREIT는 2017년 설정 후 강력한 성과를 보여 왔어요. 우리는 BREIT가 어떤 태풍이 닥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습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하지만 어쩌면 조금 심각한 문제일 지도 모릅니다. BREIT를 다소 비판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들어봐야 하겠습니다.

상장 리츠가 훨씬 싸다

상장 리츠의 가격은 떨어졌는데 비상장 리츠는 올랐다. 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건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기한 질문입니다. 사뭇 철학적으로도 들립니다. 똑같이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데, 상장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블랙스톤에 따르면, BREIT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3%입니다. 요즘처럼 모든 자산의 가격이 빠지는 가운데서도 플러스(+) 수익률이라는 겁니다.

반면 대부분의 상장 리츠 가격은 크게 빠졌습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물류센터 리츠인 프로로지스(PLD∙Prologis), 미국 남부 중심의 임대주택 리츠인 미드 아메리카 아파트먼트 커뮤니티스(MAA∙Mid-America Apartment Communities)의 연초 이후 주가 추이입니다.

물류센터와 임대주택은 BREIT 자산 대부분이 담긴 섹터죠. 두 리츠 모두 30% 남짓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BREIT는 플러스 수익률이라고 합니다. 크게 대조되는 결과죠.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요? 상장 리츠와 비상장 리츠의 가격을 매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장 리츠는 증시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있습니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곧 리츠의 가치입니다.

반면 비상장 리츠는 ‘주가’라는 개념이 없죠. 따라서 운용사가 매기는 기준가에 따라 거래됩니다. 물론 운용사가 제 멋대로 기준가를 매기는 건 아닙니다. 독립적인 감정평가 기관이 매달 부동산 자산의 가격을 평가합니다.

블랙스톤 측은 “BREIT의 가격은 매달 업데이트되며, 비상장 시장에서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BREIT 가격이 오른 것은 부동산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독립적인 감정평가 기관이 매기는 가치. 둘 중 어느 게 ‘진짜’일까요? 우선 상장 리츠 주가는 과잉 반응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투자 심리가 조금만 나빠져도 주가가 출렁거리니까요. 하지만 미래 가치를 ‘선반영’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반면 비상장 시장에서의 부동산 가치는 조금 더 차분한 편입니다. 변동성이 낮다는 겁니다. 감정평가 기관들은 미래에 거둘 임대료 수익 등을 할인해 현재가치를 구하는 방법, 최근의 거래 사례 등을 통해 평가하는 방법 등을 써서 부동산 가치를 구합니다.

이런 방식이 임대료 추이나 공실률 같은 펀더멘털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래’보다는 ‘과거’ 데이터를 참조하는 방식이죠. 앞으로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게 뻔하더라도 가격이 크게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어느 쪽이 ‘진짜’에 가까운 지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느 쪽이 저렴한지는 명백합니다. 주가가 크게 조정 받은 상장 리츠가 BREIT 같은 비상장 리츠보다 훨씬 싸죠. 그러니 BREIT를 팔아서 그 돈으로 비슷한 자산을 담은 상장 리츠를 사는 전략도 가능하겠습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그린스트리트(Green Street)의 애널리스트 데이브 브랙(Dave Bragg)은 배런스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장 리츠 주가가 순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될 때는 투자하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상장 시장에 투자 기회가 많을 때, (BREIT 같은) 비상장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데이브 브랙 그린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비싼 수수료도 유념해야

원래 하나가 미워 보이면 다른 것도 미워 보이기 쉽죠. 배런스는 BREIT 같은 사모 리츠에 투자하기에 앞서 유념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비싼 수수료입니다. BREIT는 순자산 가치의 약 1.25%를 수수료로 뗍니다. 또 토탈 리턴(TR)이 5%를 넘으면, 넘긴 부분의 12.5%를 성과 보수로 가져갑니다. 이 같은 수수료는 상장 리츠의 2~3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BREIT가 출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탁월한 성과를 고려하면, 그리 아깝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시 유념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또 BREIT에서 원할 때 돈을 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BREIT 투자자는 자신이 원할 때 환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신 월 기준으로 순자산가치(NAV)의 2%, 분기 기준으로 5%까지만 환매가 허용됩니다. 갑자기 환매가 대거 몰리면 자금을 못 빼낼 수 있다는 거죠. 부동산이라는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의 숙명입니다.

BREIT는 최근까지 모든 환매 요청에 응했습니다. ‘세계 최대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고요. 하지만 처음으로 환매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일이 나타난 것이죠. 투자자들은 투자 설명서 한 켠에 적혀 있는 “유동성이 제한되거나 비유동적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잊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해당 콘텐츠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 권유, 종목 추천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 상기 내용은 2022년 11월 28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