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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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앞 ‘마루노우치’는 일본의 월스트리트로 불립니다. 공실률이 1.45%에 불과한 도쿄 최고의 프라임 업무 지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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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노우치 지역의 자산 약 30%를 소유한 부동산 회사 ‘미쓰비시 지쇼’는 이곳에서만 연 약 2.5조 원의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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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의 비밀은 건물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린 미쓰비시 지쇼의 플레이스 메이킹 전략에 있습니다. 마루노우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오늘날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 일대는 도쿄 최고의 프리미엄 업무지구다. 유라쿠초–마루노우치–오테마치를 아우르는 약 36만 평의 광활한 부지에는 100개가 넘는 건물이 모여 있다. 경쟁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년 9월 기준 도쿄 주요 도심 5개 구 평균 공실률은 4.61%, 도쿄 전체는 2.7%인데, 마루노우치는 1.45%로 현저히 낮다. 이 지역에는 약 5천 개 기업이 입주하고, 업무 상주 인구는 35만 명에 달한다.1
주목할 점은 이 우량 오피스의 약 30%가 한 기업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2 바로 미쓰비시 지쇼다. 미쓰비시 지쇼는 마루노우치에서만 2025년 3월 기준 연간 2,595억 엔(약 2조 5천억 원)의 임대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분양수익이 아닌 순수한 ‘연간 임대료’로, 미쓰비시 지쇼 전체 임대사업 수익의 50~60%를 차지한다.3
입지 1위와 탁월한 접근성만으로는 이 성과가 설명되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이 과정에서 발휘된 플레이스메이킹의 힘은 무엇인가. ‘연 2조 5천억 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린 미쓰비시 지쇼의 전략을 살펴본다.
미쓰비시 지쇼는 어떻게 마루노우치 개발에 나섰나
1890년대, 재정난에 직면한 메이지 정부가 군용지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마루노우치 개발이 시작됐다. 해운업을 주력으로 삼던 회사 미쓰비시는 10만 평이 넘는 대규모 부지를 인수했고4, 당시 대표 이와사키 야노스케는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 런던과 뉴욕 같은 비즈니스 중심지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135년이 흐른 지금까지 미쓰비시는 이 땅을 지키고 있다. 1907년 런던을 본뜬 ‘잇초런던’ 건물과 1923년 뉴욕을 본뜬 ‘잇초뉴욕'(현 마루노우치 빌딩)을 건설하며 기반을 다졌고, 1937년에는 전문 부동산 개발회사인 미쓰비시 지쇼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금도, 100년 뒤에도 계속될 마을 만들기”라는 장기 비전 아래, 마루노우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도쿄역 앞이라는 탁월한 접근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쓰비시 지쇼는 개별 건물 개발을 넘어 마루노우치 지역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닌 종합적 도시계획 관점에서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구현하며, 지역 전체의 가치를 제고한 것이다.

마루노우치에서 배우는 플레이스메이킹의 힘
앞선 글에서 플레이스메이킹의 3요소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미쓰비시지쇼가 지난 25년간 마루노우치 일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최고의 자산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플레이스메이킹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오그웨어(운영)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 글의 목표는 단순한 벤치마킹이나 공간 소개가 아니다. 마루노우치의 성공 원리를 우리 도시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에서 플레이스메이킹의 진짜 힘을 확인해보자.
1. 하드웨어: 건물을 넘어 지역으로 확장된 혁신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마루노우치는 롯폰기힐즈와 에비스가든 같은 새로운 업무지구에 밀려 깊은 침체를 겪었다. 기업들이 떠나기 시작하자 미쓰비시 지쇼는 1998년 “마루노우치 재구축” 비전을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터랙션이 활발한 거리’를 목표로 대대적인 물리적 환경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이들의 접근법은 남달랐다. 건물 만 바꿔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역 전체 환경을 함께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1890년부터 이 지역을 이끌어온 미쓰비시 지쇼는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역 전체 건물주들과 위기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을만들기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소유주들이 직접 도시공간 개선 계획을 수립·합의하고, 공공과 제도·거버넌스를 함께 설계하도록 한 것이다. 이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각 건물의 공간 개선 방안부터 공공 공간과 거리의 아름다운 조성, 서로 다른 건물들의 조화로운 개발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까지 담았다. 공공은 이런 계획이 구상에 머물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거버넌스를 함께 구축했다.
미쓰비시 지쇼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며 앞장섰다. 신마루노우치 빌딩 등을 최신 기술로 변화시키는 등 건물 외관부터 인테리어, 지하공간, 건물 간 연결 공간에 투자하고 공공 부지까지 조성하며지역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도쿄역 앞에는 잘 정비된 광장이 자리잡고, 조화롭게 배치된 고층건물들, 그리고 저층부에는 도쿄역과 동일한 높이의 포디엄들이 통일감과 위요감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루노우치 곳곳에는 보행자 중심의 연결된 길들이 있고, 마루노우치 스트리트 파크 같은 공간에서는 국제업무지역 한복판의 역동성을 느끼며 쉬어갈 수 있다. 도쿄역과 연결된 지하공간, 가로수와 벤치, 열린 건물 로비와 공공공간이 어우러져 지역 전체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 변화는 공공 주도 개선만으로도, 민간의 개별 업그레이드만으로도 불가능했다. 건물의 1/3을 소유한 핵심 플레이어(미쓰비시 지쇼)가 다른 이해관계자를 설득·연결했고, 공공은 장기 계획에 기반한 제도 지원으로 응답했다. 도시공간의 진정한 개선은 건물 단위를 넘어서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마루노우치가 보여준 것이다.


(출처=Tokyo serviced apartments: the comfort of home with hotel benefits | The Australian)

2. 소프트웨어: 지역에 개성을 부여하는 기업 유치, 상권, 문화전략
대규모 복합개발의 성패는 이제 무엇을 짓느냐보다 어떤 기업이 입주하고, 어떤 상권과 콘텐츠로 차별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 플레이스메이킹의 소프웨어적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인 건축물 조성과 그 안에 담길 소프트웨어는 동시에 고민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함께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주체에 의해 통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건축물 조성 후 부동산 임대관리 회사에 기업유치를, MD 대행사에 상업시설 운영을 맡긴다. 하지만 마루노우치 소프트웨어 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마루노우치의 부활을 위해 미쓰비시 지쇼가 진행한 소프트웨어 전략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기업유치, 매력적인 상권과 문화 콘텐츠 주입을 통한 방문객 유입 전략이다.
● 기업유치: 단순임대를 넘어 양질의 기업이 모이게 만들다
기본적으로 마루노우치는 업무중심지역이다. 1980-90년대에는 업무 지역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직장인이 퇴근한 후 빠져나가면 유령 도시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매력도 저하로 인해 우수 기업 유치가 힘들어지면서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앞서 설명한 대대적인 하드웨어 개선과 함께, 이 지역에 들어설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미쓰비시 지쇼는 직접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인터랙션이 활발한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 유수기업의 본사와 글로벌 거점 유치를 위해 나선 것이다.
2000년 초반 공간개선과 함께 이전에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았던 산업구조를 금융, 법률 및 컨설팅 등의 전문 서비스분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0년 경에는 금융업이 1위, 제조업 2위, 법무·회계 및 컨설팅이 3위로 재편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는 Fortune Global 500대 기업의 본사 19곳, 상장기업 본사 125곳이 모인 일본 최고 수준의 기업 집적지다. .

다음 단계는 성장 기업의 ‘직접’ 발굴·육성하는 시스템이다. 미쓰비시 지쇼는 기존의 공유오피스 브랜드를 유치해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유오피스 공간과 브랜드를 조성했다. 이 공유오피스는 단순히 공간과 편의시설, 커뮤니티 모임 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여 자신들의 근거지인 마루노우치 일대 공유오피스에 입주시키고, 가장 큰 차별점은 이 기업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미쓰비시 지쇼가 만든 대표적인 공유오피스 모델로 EGG(Entrepreneur Group for Growing Japan)와 GBHT(Global Business Hub Tokyo)가 있다. EGG는 2007년 신마루노우치 빌딩 10층에서 시작해 9층까지 확장되었다. 이후 GBHT는 오테마치 지역에 2016년 일본 내 유사시설 중 최대 규모로 오픈되었다.
두 시설 모두 미쓰비시 지쇼가 직접 기획·투자하고 운영을 주관하는 공간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아 일본진출을 모색하는 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일본 내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을 타깃으로 한다.
미쓰비 지쇼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시설, 커뮤니티, 이벤트 제공뿐 아니라 마루노우치 일대에 입주해 있는 대기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해외기업이 일본 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법률, 행정 컨설팅뿐 아니라 다양한 일본 내 기업들과 연결하며 해외 유수기업들이 일본 내 잘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제공한다.
차이점은 EGG가 신생 스타트업 위주라면 GBHT는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들이 더 많이 입주한다는 점이다. EGG 입주 후 규모가 커진 기업의 Next Step 공간 역할도 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 포부를 가진 스타트업의 Tokyo HQ 역할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현재 ‘The M Cube’라고 불리는 기업가 커뮤니티 네트워크 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이곳에서 성장한 기업가들의 지속가능한 연결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외주 형태의 기업유치가 아니라 이곳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개발업체이자 운영자로서 미쓰비시 지쇼가 주도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이미 검증된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외 성장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모델을 개발했다. 마루노우치 일대의 기업 간 시너지, 활기, 그리고 서로 간 성장을 지원하고 지속시켜 궁극적으로는 도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Marunouchi Property Business. IR report. 2024.12 ↩︎
- Marunouchi Property Business. IR report. 2024.12 ↩︎
- 미츠비시주식회사 FactSheet 2025/03 ↩︎
- https://www.meri.or.jp/siryo-kan/siryo-syokai.html#:~:text=%E4%B8%B8%E3%81%AE%E5%86%85%E6%89%95%E4%B8%8B%E3%81%92%E4%BB%A3%E9%87%91%E3%81%AE%E9%A0%98%E5%8F%8E%E8%A8%BC%EF%BC%881890%EF%BC%89 ↩︎
▶ 플레이스메이킹 시리즈
① 세계 주요 도시의 화두가 된 플레이스메이킹
② 플레이스메이킹을 완성하는 요소 3가지
③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말하는 플레이스메이킹의 효과
④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플레이스메이킹을 찾은 이유 (1)
⑤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플레이스메이킹을 찾은 이유 (2)
⑥ ”일본의 월 스트리트” 마루노우치가 도쿄 최고의 업무 지구가 된 비결 (1)
⑦ ”일본의 월 스트리트” 마루노우치가 도쿄 최고의 업무 지구가 된 비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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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5년 9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