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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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 한복판, 낡은 도로 위에 도시를 세운 전례 없는 프로젝트, 토라노몬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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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의 주요 건물로 구성된 이 거대한 부지는, 올해 4월 ‘글래스록’이라는 새 시설이 더해지며 10년간 약 7조 원이 투입된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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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복합개발과 규제 완화, 오피스 전략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지금 만나보세요.
지난 4월,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도쿄도 미나토구에 위치한 토라노몬 힐스(Toranomon Hills)의 새 시설 ‘글래스록(Glass Rock)’이 공개됐습니다. 토라노몬 힐스는 일본의 부동산 회사 모리빌딩이 2014년 6월, 모리 타워의 개장을 시작으로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약 7조 원의 사업비를 들인 장기 재개발 프로젝트입니다. 글래스록은 작은 시설이지만,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도로 위에 초고층 빌딩을 올리다, 토라노몬 힐스
도쿄의 토라노몬 힐스(Toranomon Hills)는 대형 상업 시설인 롯폰기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리빌딩(Mori Building)이 주도한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입니다. 도심 한복판임에도 오래된 골목과 낙후된 주거지가 밀집해 있던 토라노몬 지역에 주목해, 입지의 잠재력을 살려 본격적인 재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02년 도쿄도청의 모집으로 시작된 토라노몬 지역 개발은 민관 합동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1946년부터 개발 계획은 존재했지만, 일부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려 50여년간 도로를 짓지 못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모리 빌딩은 해당 부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고, 설계와 건설을 주도하는 조건으로 전체 사업 지분의 87%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개발을 추진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토라노몬 힐스가 도로 예정지 위에 건설됐다는 사실입니다. 모리 빌딩은 도쿄도로부터 도로건설 예정지인 1만7068㎡ 규모의 땅을 받았는데, 지상이 아닌 지하에 도로를 내고 그 위에다 52층, 247m 높이에 달하는 건물을 지었습니다. 2011년 착공으로부터 약 15년에 걸친 긴 여정이었습니다. 공사비만 해도 약 7천억 엔(한화 약 7조 원)으로, 도쿄에서 큰 화제를 부른 아자부다이 힐스의 공사비 6천 4백억 엔을 웃돌았습니다.
토라노몬 지역이 개발되는 데는 모리 빌딩의 노력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 도로 위에 건축을 허용하는 ‘입체도로 제도’를 도입하며, 지하에 도로를 깔고 지상에 건축물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도쿄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왕복 4차선 간선도로를 지하로 내리고 지상에 초고층 복합건물을 세운 방식은 일본 내에서도 도심개발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개통 56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역인 ‘토라노몬 힐스역’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토라노몬 힐스는 모리 타워, 비즈니스 타워, 레지던셜 타워, 스테이션 타워 등 크게 4개의 주요 건물로 구성된 복합시설입니다. 건물과 건물을 사이에는 보행 데크를 설치해 단지를 하나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단지는 업무, 주거, 상업, 문화, 의료, 교육 기능이 집약된 ‘도심 속 도시’를 표방하며 조성되었습니다.

▶ 모리 타워 (Mori Tower): 도라노몬 힐스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첫번째 건물로, 지상 52층, 지하 5층 규모입니다. 오피스, 레지던스, 상업시설 등이 입주해 있으며, 일본 최초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안다즈’가 일본 최초로 들어섰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약 30여 개의 식음료 매장이 운영 중입니다.
▶ 비즈니스 타워 (Business Tower): 2020년에 개장한 오피스 중심 빌딩으로, 총 임대면적은 약 30만㎡에 달합니다. 도쿄의 관공서가 모인 가스미가세키, 대사관이 밀집한 아카사카, 외국계 기업이 모여 있는 롯폰기 등 인근에 있는 세 오피스 지역에 1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어 입지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이 빌딩 3층에는 다이닝 스트리트 ‘토라노몬 요코초’가 조성되어 있어 퇴근 후 유동인구를 토라노몬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레지던셜 타워 (Residential Tower): 2022년에 완공된 고급 주거동으로, 37층부터 46층까지 레지던스 172가구가 있습니다. 전용 면적은 45㎡에서 240㎡까지 다양한데 월 임대료가 55만~292만 엔(약 3000만 원) 정도로 당시 도쿄 최고의 분양가에 달했음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해외 투자자들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 스테이션 타워 (Station Tower): 가장 마지막인 2023년 10월에 개장한 타워로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토라노몬 힐스’ 역과 직결됩니다. 높이 266m, 지하 4층~지상 49층 규모로, 토라노몬 힐즈 중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상업시설과 오피스, 호텔 외에 고층부에 인피니트풀과 갤러리 및 이벤트 공간인 ‘도쿄 노드(Tokyo Node)’가 있습니다.


스테이션 타워의 이미지를 만든 핫플들
도쿄 노드(Tokyo Node). 노드(Node)는 결절점을 의미하지만, 명칭만으로는 어떤 시설인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약 1만㎡ 넓이에 달하는 도쿄 노드는 스테이션 타워의 최고 입지라 할 수 있는 지상 45층부터 49층에 걸쳐 자리잡고 있는데요, 갤러리, 홀,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옥상 풀과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션 타워의 건축 디자인을 담당한 네덜란드의 건축 설계 사무소 OMA는 도쿄에 즐비한 오피스 빌딩 중 하나로 전락할지도 모를 타워를 차별화시킬 아이디어를 모리 빌딩에 제안했습니다. 스테이션 타워는 역 직결 초고층 빌딩이라는 명확한 강점이 있지만, 오피스 기능만 있다면 여기서 일하는 테넌트 기업 직원 외에는 스테이션 타워를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고층부에는 ‘도쿄에 오면 꼭 방문하고 싶어지는,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매일 열리는 듯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도쿄 노드입니다.
가장 화제가 된 곳은 지상 250m에 위치한 루프탑 인피니티 풀입니다. 어떠한 울타리나 창문에 가려지지 않고 황궁 방향으로 탁 트인 수영장에서는 도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호텔도 없는 이 도쿄 한복판 초고층 빌딩에 왜 수영장이 들어선 것일까요? OMA의 파트너 쇼헤이(重松象平) 파트너는 ‘메모러블 (Memora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는 당시 모리 빌딩 사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츠지 신고(辻 慎吾) 대표에게 ‘메모러블한 체험’의 필요성을 설파했으며, 그 상징이 일본에서는 전례가 없는 초고층 옥상에 설치하는 인피티니 풀입니다.
초고층 꼭대기에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은 위험과 비용 모두 큽니다. 실제로 옥상 수영장은 마지막까지 많은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뻔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현된 옥상의 풀은 결과적으로 성공. 개업 전부터 ‘스테이션 타워하면, 인피니티 풀’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도 가장 먼저 수영장에 주목했고요.
도쿄 노드에서 수영장과 함께 주목받는 공간은 갤러리입니다. 수영장의 발상은 OMA에서 나왔지만 갤러리는 모리 빌딩이 고집한 공간입니다. 모리 빌딩은 이미 롯본기 힐스의 53층에 ‘하늘 위의 미술관, 모리 미술관’을 만든 경험이 있죠.

갤러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문화 공간입니다. 갤러리가 들어서면 그 지역은 자연스럽게 방문하고 싶은 장소로 주목받게 됩니다. 도쿄 노드의 갤러리 공간은 총 3개(A,B,C)로, 각각 다양한 목적에 맞게 천장 높이와 면적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각 갤러리는 크기와 특징이 조금씩 다른데요. 특히 갤러리 B에서는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합니다. 평범한 칸막이 대신 컴퓨터로 제어가 가능한 자율 이동하는 8개의 ‘움직이는 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벽은 공간을 완만하게 구분하는 가림막이 되기도 하고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의 역할도 합니다.

정보 발신 거점으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모리 빌딩은 개업과 동시에 도쿄 노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획도 준비했습니다. 총 1500㎡에 달하는 갤러리 공간에서 최신 기술과 실제 무용수의 퍼포먼스를 융합한 공연을 한 달 이상 개최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46층에는 460㎡ 크기의 ‘도쿄 노드 홀(TOKYO NODE HALL)’이 있습니다. 단상과 대형 스크린, 무대를 갖추고 있어 극장, 토크 이벤트, 음악 라이브에도 이용 가능한 방음 구조를 채택한 다목적 홀인데요, 스크린을 올리면 보이는 전면 유리창 너머로 황궁 방향의 풍경이 장관입니다.

모리빌딩은 “옥상 수영장보다 음악 라이브가 가능한 홀을 고층부에 마련하는 것이 시설 개발로서는 더 어려웠다”고 털어놓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 공연이 가능한 홀은 소음 유출을 줄이기 위해 지하에 설치하거나 혹은 이벤트 시작 전의 엘리베이터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저층부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층부에 위치한 시설은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 빌딩은 “배경에 도쿄 풍경이 펼쳐지는 아이코닉한 무대에서 강연을 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신제품을 발표하고 싶다는 요청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예상은 적중하여 최근 홀 이용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 셰프들이 모인 식문화 공간, T-market
스테이션 타워 지하 2층에는 ‘T-MARKET’이라는 식문화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약 900평 규모의 중정형 공간에 개성있는 식음료 브랜드 27곳이 입점했는데요.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는 단순히 도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일반적인 브랜드가 아닙니다. 미슐랭 1스타의 명성을 자랑하는 ‘아카사카 오기노(赤坂おぎ乃)’가 선보이는 일본식 디저트 브랜드 ‘아카사카 오기노 와칸(和甘)’,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된 셰프 니시 쿄헤이(西恭平氏)가 이끄는 새로운 형태의 이자카야 ‘Uké’ 등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브랜드들이죠.

공간 중심부에는 약 140석 규모의 공용 좌석 공간인 ‘T-MARKET PUBLIC TABLE’가 있습니다. 이용자는 각 매장의 다양한 메뉴를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어 마치 하나의 대형 레스토랑에서 여러 셰프의 요리를 경험하는 듯한 새로운 형태의 다이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4월 공개된 ‘글래스록’은 회원제 교류 공간으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토라노몬 힐스에 유동인구를 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공서, 기업, NPO 등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공간으로, 업무공간과 전시장, 바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창업가 및 전문가와의 교류 프로그램과 다양한 이벤트가 운영됩니다. 이용료는 법인 기준 월 33만 엔, 개인은 월 1만1,000엔으로 현재 10여개 기업이 이미 입주했습니다. 향후 100개 기업의 약 1,000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토라노몬 힐스에는 대기업의 신규 사업 개발을 지원하는 거점인 ‘아치(ARCH)’도 2020년부터 운영 중입니다. 현재 약 120개사, 1,0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힐스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혁신 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힐스 시리즈 내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관건
토라노몬 힐스는 인근의 롯폰기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와는 뚜렷하게 다른 개발 철학을 가지고 조성되었습니다. 롯폰기 힐스가 예술과 문화 중심지로, 아자부다이 힐스가 고급 주거와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기획된 반면, 토라노몬 힐스는 인근의 관공서 밀집 지역이라는 입지를 살려 오피스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총 임대면적 약 30만㎡로 힐스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이며, 가스미가세키, 아카사카, 롯폰기 등 주요 비즈니스 지역과 인접해 있어 약 3만 명의 인구가 이곳에서 근무 중입니다. 현재 오피스 공간은 사실상 만실 상태입니다.
한편, 도쿄 도심의 오피스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도심 남측에 JR 동일본의 복합 개발인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가 개장했는데, 이곳은 토라노몬 힐스와 약 4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시나가와 주변 블루 프론트 개발 등 오피스 공급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입니다. 토라노몬 힐스는 이런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위해 힐스 시리즈 간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리 빌딩은 “지금의 오피스는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기업 간 연계와 정보 수집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힐스 시리즈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이벤트를 기획해, 예컨대 롯폰기 힐스에서 근무하는 이용자가 토라노몬 힐스 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식의 교차 유입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메이지대학교 이치카와 히로오 명예교수는 “이업종 간 교류가 가능한 오피스의 부가가치는 글로벌한 흐름이며, 그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며, “각 힐스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간 회유를 촉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합니다.
모리 빌딩은 단순한 복합 개발을 넘어, 도시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뉴욕, 런던과 견줄 수 있는 ‘도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세 힐스 프로젝트 전반에 ‘콤팩트 시티’라는 철학을 반영해 왔습니다.
롯폰기 힐스가 문화, 상업, 오피스를 결합한 복합 개발의 시작이었다면 토라노몬 힐스가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도쿄의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자부다이 힐스에서는 앞선 두 힐스의 기능에 더해 지속 가능성, 그린에 더욱 힘을 쓴 느낌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마침내 완성된 3개의 힐스를 전부 돌아보며 단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디자인’하는 모리 빌딩의 저력을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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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5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