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1년만에 거래가 절반으로 급감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엔데믹이 도래하긴 했지만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저하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 일부 PF 사업장 리스크와 자금조달 이슈 등으로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조정이 예상돼요.

  •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는 사실. 이지스 투자전략실이 생각하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어떨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은 거래규모는 10조 9천억원으로, 일년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코로나19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자산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컸고,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투자 방식도 변동성을 키우는 데 일조했죠.

연초부터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은 어떤 흐름을 이어가게 될까요?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은 그간 과도한 레버리지로 성장해온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올해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올해 상업용 부동산은 어떻게 흘러갈지, 최자령 투자전략실장에게 물었습니다.

ㅡ최근 국내 PF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데다 경기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이 또 힘겨운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 방식에 대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PF 사업장 리스크는 물론 자금조달 경색이 심화되며 지난해 보다 더욱 공급과 거래, 가격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요. 이런 이유로 상업용 부동산 자산이 하반기 이후에 가격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입지가 좋지 않고 ESG 대응이 어려운 오피스 자산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자산의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트로피자산이나 입지가 좋고 ESG 대응 가능한 실물 자산의 투자 가치는 일부 조정이 있더라도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ㅡ국내 오피스 시장은 해외보다 견조한 편인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줄까요?

지난해 3분기까지 오피스 거래규모는 5조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감소했어요. 공실률 하락, 임대료 상승 지속 등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면적 성장세와 실질 임대료 증가세는 둔화로 접어들었죠.

단지 서울 오피스 공실률 2.2%만 놓고 보면 희망적인 숫자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봐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대로 예상이 되는 만큼 오피스 시장도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한계기업이라고 하는데, 지금 한계기업의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어요. 기업 3곳 중 1곳은 자금 운용이 안 된다는 말이죠. 이 기업 하나하나가 결국 오피스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거든요. 결국 이들 기업이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오피스 시장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프라임급 오피스는 건재하지만 중소형 위주의 B급 이하 오피스들은 어려워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요.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2025년까지 신규 오피스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에요. 2026년에는 어느정도 오피스가 공급될 걸로 보이지만 이것도 1, 2년 미뤄질 가능성이 있고요.

ㅡ올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업용 부동산 섹터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호텔이 좋은 흐름을 보여줄 것 같아요. 지난해 3분기까지 거래된 호텔은 6건에 불과하긴 하지만 국내 여행객 수요 증가로 인해 객실 평균 객단가(ADR)와 점유율(OCC)이 증가했거든요. 현재 서울과 부산, 제주 지역의 5성급 호텔 평균 OCC는 70%, ADR는 34만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숙박객수도 각각 팬데믹 이전 수준의 63%, 91%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고요.

트래픽과 인바운드가 계속 늘어난 만큼 성장이 어이지고 호텔 매물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호텔의 자산가치가 오르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있어요. 부실자산이거나 호텔의 변동성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간 자산의 경우 거래가 어느 정도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ㅡ서울 주요 상권이 펜데믹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리테일 자산에 대한 관심도 살아나지 않을까요.

지난해 3분기까지 리테일 거래가 총  9건이었어요. 그 이전엔 연간 단위로 20~30건 정도 거래가 됐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줄어든 수준이죠. 이커머스 이용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리테일 자산들의 운영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죠.

리테일은 독자적으로 수익을 높여서 자산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앞으로는 다른 자산의 가치를 지원하는 역할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요. 임대료를 적게 받더라도 좋은 임차인을 유치하면 트래픽이 늘어나고 자연히 자산가치도 올라가게 되죠.

호텔도 마찬가지예요. 오피스에 호텔이 들어가면 호텔의 브랜드로 인해서 오피스 자산가치가 높아지니까요. 즉 호텔과 리테일 자산은 해당 자산의 매력보다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시장 변동성을 시점 별로 상쇄하는 개념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ㅡ단일 자산보다는 복합자산이 새 트렌드가 되겠네요.

단일 자산 하나만으로는 자산 비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역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개발하는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죠. 오피스와 리테일, 주거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리고 임차인 이외 외부 트래픽을 유인할 수 있는 복합 용도 자산의 가치가 계속 증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ㅡ이번엔 물류센터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2020년을 전후로 물류센터 신규 개발이 급격히 증가한 만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크더라고요.

물류센터는 2023년 3분기까지 총 130만평이 공급된 것으로 파악돼요. 같은 기간 평당 거래 가격은 2023년 736만원에서 623만원으로 15.4%가 하락했습니다. 거래 사례를 살펴봐도 동남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 거래가 50% 이상 감소했어요. 특히 공급과잉 이슈가 큰 저온 물류센터의 거래가 61.6% 줄었고요.

이런 배경으로 올해 물류센터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자보다 물류센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싼 값에 나온 국내 물류센터를 사들이려는 시도가 나올 것 같고요. 그렇다고 물류센터 섹터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주거지와 도심에 가까운 도심형 물류센터, 즉 MFC(Micro fulfillment center)에 대한 수요는 아직 견조하다고 봅니다.

이미 국내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글로벌 대비 비교해봐도 상위 수준이에요. 이커머스 플레이어들도 기존 3대 플레이어 중심에서 쿠팡의 원탑 구조로 시장 지배력이 변화했고요. 메가 허브급 물류 네트워크와 더불어 인력 소싱과 운영 효율화, 가성비를 중시한 물류센터 이전 등이 키워드가 될 거에요.

ㅡ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 섹터 외에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신성장 섹터는 어떤 게 있을까요?

물류센터가 이커머스 산업을 딛고 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상업용 부동산은 신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앞으로 성장할 산업을 나열해보자면 AI, 로봇, 바이오, 컴퓨팅, 모빌리티 같은 단어들이 계속 등장하는데요. 많은 투자회사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에요. 고령화의 진행에 발맞춰 시니어하우징, 라이프사이언스 섹터도 주목받고 있죠. 가상현실(VR) 콘텐츠 스튜디오 같은 경우도 콘텐츠와 미디어 산업 발달로 생겨난 자산이고요.

더불어 하이엔드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도 강해질 것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증금 미반환 등 기존 사적 임대시장의 리스크가 강조된 만큼, 안정적인 기업형 임대 시장에 대한 성장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해요. 해외에선 이미 원룸과 패밀리 형태를 혼합해 가구 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이 탄탄하게 구축돼 있으니 이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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