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셀프스토리지를 창고시설로만 알고 계셨다면 여기를 주목해주세요.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섹터 중 하나이고 상장 리츠도 있다는 사실.

  • 게다가 그 성과는 놀라워요. 셀프스토리지 리츠는 지난 28년동안 연평균 수익률 15.65%를 기록하며 미국 리츠 중 월등한 성과를 냈는데요. 누적 수익률 역시 타 섹터 대비 압도적인 수준이에요.

  • 이는 셀프스토리지의 조금 특별한 특성과 시장 변화 덕분에 가능했어요. 미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셀프스토리지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자유롭게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형 창고를 뜻해요. 보관시설을 임대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업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있죠.  

사실 셀프스토리지는 이미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은 상업용 부동산 섹터예요. 도심 밀집으로 물리적 공간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주거 환경 밖에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선진국 중심으로 성장하게 됐죠. 

미국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셀프 스토리지가 등장했다는 사실. 1987년에는 45명 중 1명 꼴로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했는데, 현재는 약 13명 중 1명꼴로 그 이용자가 증가했어요.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셀프스토리지는 5만여 개 수준이에요.

적은 돈으로 주거공간을 확장하고 싶다면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아직 셀프스토리지가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다락’, ‘공유창고’ 등의 간판을 가끔 마주칠 때도 있죠. JLL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서 운영되는 셀프 스토리지는 약 300여개로 지난해보다 1.5배 늘어났다고 해요.

국내 셀프스토리지 산업은 미국과는 약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미국은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창고를 대여하는 개념이 큰 반면, 한국에서는 주거 공간 확장의 의미로 셀프 스토리지에 접근하는 수요가 많아요.

박성식님의 저서 ‘공간의 가치’에서는 개인형 창고를 “형식적으로는 창고이지만, 실제로는 주거의 수납공간”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나오는데요. 도시화가 심화되며 도심 주거 공간의 가격이 상승하자, 개인 물품을 보다 저렴한 공간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셀프스토리지 리츠 수익률

미국의 셀프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40조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커요. 시장 규모에 맞게, 미국에 상장된 셀프스토리지 리츠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성과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섹터와 비교해봐도 월등한 편이에요.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팀버 등 신규 리츠의 상장 시점이 2010년도 이후인 섹터를 제외하고 지난 28년 동안의 미국 리츠 수익률을 살펴봤어요. 셀프스토리지는 연평균 수익률 15.65%라는 매우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는데요.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섹터라고 할 수 있는 오피스의 7.95% 수익률 대비 매우 큰 차이를 형성하고 있어요.

여기다가 ‘복리의 마법’을 적용하면 셀프 스토리지의 수익은 더욱 압도적으로 변해요. 셀프스토리지의 연평균 수익률(15.65%)이 28년 간 복리로 누적됐다고 가정해보면, 1994년에 셀프스토리지에 투자된 투자금 100 달러는 2022년 57배로 불어나게 돼요. 2위인 물류 섹터의 연평균 수익률은 11.1%로 셀프스토리지(15.65%)와 4.5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 수익은 셀프스토리지가 18배나 많아요. 

이러한 차이는 셀프스토리지의 ‘오퍼레이팅’이라는 속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로 꼽히지만, 자산 유형에 따라 입지 외 요소들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호텔을 예로 들어볼게요. 대부분의 호텔은 자산의 소유자와 자산을 운영하는 오퍼레이터가 분리돼 운영되고 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터콘티넨탈이나 메리어트, 힐튼 등은 모두 호텔 오퍼레이터에 속합니다. 소비자들은 호텔을 선택할 때 오퍼레이터가 보유한 브랜드의 이미지, 신뢰도 등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 때문에 호텔 자산 소유주는 오퍼레이터에게 수수료를 내며 운영을 맡기고 있어요.

셀프스토리지 리츠 역시 유사한 속성을 보이는데요. 대표적인 셀프스토리지 리츠인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Extra Space Storage) 등은 모두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오퍼레이팅을 하기도 해요. 이건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이익 창출이 가능하단 얘기예요.

기업화, 그리고 대형화되는 미국 셀프스토리지

‘시장통합’은 주식시장에서 구조적 성장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큰 주제 중 하나예요. 현재 미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 퍼블릭 스토리지와 같은 상장 리츠가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시장의 45%는 여전히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전국적 브랜드와 고객 관리시스템을 갖춘 셀프스토리지 상장 리츠들이 일명 ‘mom-and-pop’이라 불리는 소규모 셀프스토리지 시장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

과거에 국내에서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던 로컬 슈퍼마켓이 대규모로 운영되는 기업의 효율성에 통합되며 브랜드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었죠.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개인형 창고 또한 소규모 사업자가 자체 광고를 하고 실시간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대형사업자의 브랜드와 해당 시스템 안으로 통합 운영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입니다.

일반적으로 리츠가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본조달이 필요해요. 하지만 셀프스토리지 리츠는 오퍼레이팅을 하기 때문에 직접 소유하는 자산(Whlloy-Owned) 외에도, 개인사업자의 자산을 리츠가 소유한 브랜드로 전환하고 관리(Managed)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추가 자본 투자 없이도 부동산 운용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실제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관리만 하는 운영 비중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셀프스토리지의 진화와 함께 성장하는 리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셀프스토리지 시설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어요. 과거 1세대 셀프스토리지는 도심으로부터 멀리 위치한 매우 단순한 형태의 단일 창고였어요. 이어 2세대부터는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실내 공간에 다양한 사이즈의 창고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창고 사이즈가 다양하다 보니 사이즈 별로 가격 정책도 다양하게 매겨졌고, 소비자는 본인의 수요에 맞춰 창고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 셀프스토리지는 도심 내로 점차 더 가까워지며 대형 복층 시설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항온과 항습 기능을 갖추고 있고, 온라인에서 수요에 맞춰 실시간으로 가격 정책이 변동돼 최적의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죠. 시설에 따라서는 소비자를 대신해 물류를 입∙출고해주며 재고 수량까지 관리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어요.

출처: Green street 2023년 1월 호

대형화된 미국 셀프스토리지 리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위 점포 당 낮은 비용으로 온라인 채널 운영과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어요. 언뜻 온라인 채널 운영이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MZ세대에게 빈 창고 공간을 찾기 위해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가격을 알아보는 일은 매우 불편할 거라 생각돼요. 당연히 앱을 통해 빈 창고와 가격을 찾고 앱에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겠죠.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

그리고 소비자는 수많은 셀프스토리지 업체 중에 미국 전역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인지도 높은 업체의 앱을 사용할 확률이 높아요. 셀프스토리지가 이전보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시설로 진화하며 점점 더 기업화 되고 있는 거죠. 따라서 대규모 자본을 갖춘 리츠의 시장통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날 때가 많아요. 셀프스토리지를 알게 된 후에 미국 여행을 가보니 곳곳에서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시설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 글을 읽으신 독자분들도 이제는 셀프스토리지가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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