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에 이어 신흥 상권 특집 2탄을 준비해 왔습니다.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화보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연예인 브이로그 촬영지가 되기도 한다는 오늘의 주인공. 하지만 ‘나 인기 많다!’ 하고 뽐내는 다른 핫플과는 다르게 꼭꼭 숨은 리테일 때문에 겉보기엔 평범하다는데요. 동네 곳곳에 퍼져 있는 이색 공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던 이곳의 정체는 금호동입니다.


핫플같지 않은 핫플, 금호동

언뜻 봤을 때 금호동은 핫플같은 느낌이 전혀 없어요. 아직도 금호동 하면 언덕길을 따라 무허가 주택이 빼곡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과거 이곳은 옥수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손꼽혔던 곳이죠. 최근 들어서야 일대 재개발이 진행되며 낡은 주택 단지 사이사이 신축 아파트가 올라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나이스 비즈맵에 따르면 금호동은 주거 면적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단지인데요. 실제로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곤 온통 아파트와 주택뿐인, 잔잔하고 평화로운 동네였어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달라요. #금호동 해시태그 수는 벌써 약 29만 개에 육박하는데, 급증하는 키워드 수를 반증하듯 인터넷 금호동 검색량 역시 2023년 1월 대비 지난 4월에 1.3배 정도 증가했더라고요. 또 금호동 ‘바와 카페’ 업종의 시장 및 매출 규모와 이용 건수 모두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건 금호동의 4월 바/카페 업종 시장 규모가 19,204만 원을 달성했다는 거예요. 서울 대표 핫플인 성수동의 4월 바/카페 업종 시장 규모가 13,986만 원으로 집계됐으니, 이와 비교하면 금호동의 성장세가 얼마나 엄청난지 조금 감이 잡히시겠죠?

금호동 브런치 레스토랑, 제이드앤워터 입구

성장 이유 ①
저렴한 임대료와 풍부한 배후 수요

금호동에 자주 가는 2030에게 금호동을 찾는 이유를 물어보니 “힙한 와인바나 이자카야가 많아서”라고 하더라고요. SNS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금호동 게시물 중에는 독특한 메뉴가 돋보이는 이색 와인바가 자주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핫플도 아니고, 주변에 있는 거라곤 주택밖에 없는 이곳에 리테일들은 왜 문을 여는 걸까요?

사실 금호동의 가장 큰 장점은 핫플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 덕에 한남, 신사, 압구정과 같은 주변 핫플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거든요. 전문가들은 지금 금호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망리단길 형성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해요.

“핫플인 홍대에 매장을 오픈하고 싶지만 이 지역의 비싼 임대료는 작은 브랜드에게 큰 부담이었죠. 결국 홍대에서 눈을 살짝 돌릴 수밖에 없던 이들은 그 옆에 있는 망원동에 작더라도 자신의 개성이 담긴 공간을 차렸는데요. 이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망원동을 찾았고, 이들을 타깃한 개성 넘치는 리테일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지금의 망리단길이 되었어요.”

금호동 역시 을지로, 남산, 이태원, 서울숲, 압구정 등 유명 핫플과 인접하고 있으면서도 이곳들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는 브랜드가 첫선을 보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랍니다.

또 금호동 상권이 주거단지 곳곳에 형성된 점도 눈여겨봐야 하는데, 이는 금호동 리테일 주변에는 이곳을 찾아줄 잠재적 고객(=배후 수요)이 아주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실제로 팝콘이 취재하며 만난 몇몇 대표님들 역시 이곳에 매장을 오픈한 가장 큰 이유로 ‘주변에 아파트가 많아서’를 꼽았어요.

굳이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동네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비층이 형성되어 있는 금호동은 작은 가게들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었던 거죠.

성장 이유 ②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을 찾는 사람들

코로나 이후 MZ 세대 사이에서 사람 몰리는 핫플보단 나만 알고 있는 소소한 공간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퍼졌어요. 코로나 이후 MZ 세대 사이에서 사람 몰리는 핫플보단 나만 알고 있는 소소한 공간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퍼졌어요.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칵테일, 와인, 베이커리, 커피 등 자신의 관심사에 맞으면서도 남들이 잘 몰랐던 공간을 디깅하는 걸 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왁자지껄하진 않아도 지역 주민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던 금호동 리테일은 이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죠.

마침 금호동엔 트렌디한 와인바가 많이 오픈해 있었고, 또 마침 이 가게들이 높은 언덕 꼭대기나 고불고불한 골목 끝에 있는 등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점이 공간 발굴을 즐기는 MZ 세대에게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됐답니다.

“핫플 찾아왔다가 주변 보고 가지요”

요즘 뜨는 동네엔 공통적으로 처음 이슈몰이를 시작한 힙스터 가게가 있어요. 종로구 런던동을 만든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연예인도 줄 서게 한 진저베어 등 이색 콘셉트와 색다른 메뉴를 내세운 한 가게가 인기를 끌면, 점점 그 주변까지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는 건데요. 여기에는 캐치테이블과 같은 예약 어플의 영향이 커요.

예전엔 줄을 선다고 하면 말 그대로 문 앞에 긴 줄이 세워지는 걸 의미했잖아요. 하지만 요즘엔 어플로 줄을 서기 때문에 사람이 물리적으로 문 앞에 묶여 있지 않아요. 사람들은 대기 시간 동안 인근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편집숍 같은 동네 작은 공간들까지 눈길이 닿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상권 전체가 살아나는 효과를 내고 있답니다.

금호동에도 초반 인기를 견인한 힙스터 가게가 있는데요. 크로플 맛집으로 명성을 떨친 아우프글렛과 금호동 와인바 열풍의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금남방 같은 가게들이 SNS에서 인기를 끌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동네를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 MZ 세대에게 매력 어필을 하고 있던 금호동. 이게 비단 금호동만의 이야기는 아니래요! 최근 젊은 세대에게서 핫플이 아닌 핫플 ‘옆’ 동네를 찾아다니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업무 현장에서 트렌드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고 있는 스위트스팟 리테일 부동산 본부 Kay(김은광)님에게 ‘핫플 옆 동네 열풍’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Q

최근 신당, 금호, 약수 등 기존 핫플에서 살짝 빗겨 난 동네가 뜨고 있어요. MZ가 새로운 공간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질문에 정답이 나왔네요.

트렌드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MZ 세대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고 이를 SNS에 업로드하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쌓는 일에 진심이죠. 남들과는 다른 나,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직 핫플이 되지 않은 예비 핫플을 찾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요즘 MZ 세대가 찾는 신규 공간에는 색다른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어요.

금호동도 조선시대에는 대장간이 많아 무쇠막이라 불렸고, 이후 무허가 주택이 난립하는 달동네가 되었다가 현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 공간이 되었거든요. 금호동 상권 곳곳엔 이런 스토리가 묻어 있어 돌아다니는 데에 재미가 있어요.

Q

그렇다면 새로움을 좇는 이런 트렌드가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A

과거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 하나가 오픈하면 ‘아, 성공했다!’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아니에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왔죠. 최근 시장에선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더라도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리테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요.

급증하는 해시태그 금호동! 하지만 막상 가보면 리테일 공간이 주택가 사이사이 꼭꼭 숨어 있어 찾아가기 쉽지 않더라고요. 님의 헛고생을 막고 싶은 팝콘, 더 열심히 금호동을 탈-탈! 털어왔습니다. 땀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갔더니 바로 내려가라 하고, 골목 깊숙한 곳까지 겨우겨우 들어갔더니 곧장 나가라고 하는 밀당의 귀재 금호동, 팝콘팀이 총출동해 어렵게 포착해온 이색 공간들을 소개할게요

크로플의 창조자, 아우프글렛

📍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51길 7 1층
📍 매일 12:00 – 21:00

크루와상을 와플팬에 납작하게 눌러 바삭함을 더한 크로플.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며 이젠 ‘크로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고유명사화 됐을 정도인데요. 이 크로플이 처음으로 탄생한 곳이 바로 금호동 아우프글렛이랍니다~

패션, 인테리어, 호텔 경영, 그래픽을 전공한 네 명의 친구가 모여 만들었다는 아우프글렛은 ‘겉멋’에 집중했다는 이들의 경영철학에 맞게 공간이 아주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어요. 특히 대표님들의 가치관이 극대화된 지하는 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긴 테이블과 쇼파 덕분에 보기만 해도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전체적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그래픽 디자인 덕분에 갤러리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하는 곳이죠.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대표 메뉴 크로플부터 직접 공수한 원두로 내리는 깊은 맛의 커피 덕분에 여전히 많은 팬이 찾아오는 명실상부 금호동 대표 핫플이라고 하네요.

형제특선 이자카야, 미탄

📍 서울 성동구 금호산2길 3 지층 01호
📍 월-토 18:00 – 24:00 (매주 일요일 정기 휴무)

금남시장을 지나 조금 숨이 차오르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한적한 빌라촌 사이 홀로 반짝이는 미탄이 있어요. 깔끔한 흰 벽과 창문에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어쩐지 포근한 느낌을 풍겨, 괜스레 노크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이죠.

미탄은 일식에 매료된 두 형제가 각자 다른 이자카야에서 실력을 쌓은 뒤 오픈한 곳이에요. 일식 전문가 둘이 만나서 그런지 모든 음식이 다 맛있는데,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인 모둠 사시미는 매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들어 온 싱싱한 재료로 만들어 탱글한 식감이 예술이더라고요. 꽉 찬 속이 매력적인 후토마키는 맛있긴 했지만, 중간중간 와사비가 콧속으로 훅 들어와 살짝 눈물 나는 맛이었답니다. 주류 애호가이기도 한 미탄의 두 대표님은 요리 가짓수에 버금가는 주류 컬렉션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팝콘이 주문한 유자사와는 상큼한 유자 향이 술의 쓴맛을 가려 자꾸 홀짝이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음료였어요.

독립 출판물들의 동아줄, 프루스트의 서재

📍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1층
📍 화-토 13:00 – 20:00

언덕을 오르고, 오르고, 올라, ‘이럴 거면 서점이 아니라 산을 갔지’ 싶은 불평이 터져 나오려 할 때쯤 금호동 제일 높은 곳에 있어 그림자 하나 없이 온전히 햇빛을 받고 있는 빨간 벽돌 건물, 프루스트의 서재를 발견할 수 있어요. 평범한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공간은 넓진 않지만,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죠.

프루스트의 서재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요. 이곳엔 베스트 셀러보단 독립 출판물과 단행본 등,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없던 책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한쪽 벽에는 독립 출판물 작가님들이 대표님에게 보낸 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어 그 자체로도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어요. 껍데기보단 책의 본질에 집중한 곳이기에, 가끔은 헌책도 들여놓아 잘 찾아보면 세월의 손때가 묻은 이야기도 건질 수 있답니다. 아, 책 위에서 그루밍하는 이곳의 마스코트 까순이가 있으니 문 열고 놀라지 마세요.

우리 술과 퓨전 한식의 하모니, 금남정

📍서울 성동구 금호산2길 18 1층
📍월-토 17:30 – 24:00 (매주 일요일 정기 휴무, 6/19 추가 휴무)

온 세상 술이란 술은 다 모여 있는 금호동에서 오직 우리 술만으로 승부수를 던진 이색 주점, 금남정! 전통 문양 같은 로고와 한옥 대문을 똑 떼어 온 출입문이 우리 술에 진심이라는 설명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에요.

금남정은 딱 아홉 석의 바 테이블만 있는 작은 식당인데요. 가방걸이를 테이블 아래, 옷걸이는 좌석 뒤에 설치하는 섬세함 덕에 좁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오픈형 주방이라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주류 추천을 부탁드리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우리 술과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팝콘은 갈치속젓 파스타와 보쌈을 주문했는데 보쌈에 함께 나오는 묵은지가 예술이었어요. 묵은지 추가하면 추가금을 내야 하는데 과감하게 말씀드리지만, 이건 추가해야 해요! 모든 테이블에서 ‘맛있다’를 연발할 정도로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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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