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얼리 매장, 티파니앤코의 뉴욕 5번가 매장이 4년여의 대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 새로운 매장의 이름은 ‘랜드마크’. 5번가를 넘어 뉴욕시 또는 티파니앤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이름이죠.

  • 2021년 티파니앤코를 인수한 LVMH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티파니앤코의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강화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186년 역사를 가진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 (Tiffany & Co., 이하 티파니)에게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매장은 브랜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은 최근 모회사 LVMH의 아낌 없는 투자를 받으며 2019년부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는데요. 지난 4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티파니의 정수가 담긴 공간이라는 찬사를 듣는 이곳. 1편에 이어 ‘티파니 랜드마크’의 내부 곳곳을 소개합니다.

(1편으로 돌아가기)


4층은 티파니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디자인 주얼리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향후 가장 많은 수익을 책임질 핵심 영업장입니다. 티파니는 원래 스톤 주얼리에 강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졌습니다. 시그니처 디자인을 활용한 디자인 주얼리가 많이 팔기에도 좋고, 자체 수익률도 유리했죠. 보통 2000달러에서 1만 달러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주얼리 제품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부르는데요. 이에 해당하는 디자인 주얼리인 티파니 T, 티파니 하드웨어, 티파니 노트, 티파니 락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만 있지는 않아요.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디자인한 엘사 페러티와 팔로마 피카소(Paloma Picasso)의 컬렉션을 단독으로 구성해 한 층에서 최대한 많은 주력 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4층 일부 © Tiffany & Co.

5층은 특히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LVMH가 새롭게 추구하는 티파니의 하이엔드화 전략이 그대로 반영된 곳인데요. 티파니는 다른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에 비해 문턱 넘기가 무척 쉽습니다. 실버 주얼리 컬렉션을 판매하기 때문이죠.

이번 랜드마크에는 금과 은 주얼리를 판매하는 공간을 서로 완전히 분리했습니다. 서로 다른 관심과 예산을 가진 고객을 섞어내기 위한 고도의 술수입니다. 특히 은 주얼리를 소개하는 5층에 오드리 헵번을 기념하는 공간을 만든 점은 박수가 나올 정도로 절묘합니다. 랜드마크가 낭만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티파니의 여신이 된 헵번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곧, 헵번의 영화 속 흔적을 살펴보려는 (뜨내기) 손님들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을 다른 판매 공간에 퍼뜨리지 않고 특정 장소에 밀집시키기 위해서 영화 속 의상을 재현한 쇼룸을 5층에 마련한 것입니다. 게다가 랜드마크에 들린 김에 기념품으로 가볍게 구입할 수 있는 은 주얼리를 동일한 층에 배치한 일은 영업적인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해결책이죠. 다수의 저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수 있으니까요.

5층에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온 오드리 헵번 의상을 재현한 코너를 만들었다. © Tiffany & Co.
티파니를 대표하는 실버 컬렉션을 모아놓은 5층 코너 © Tiffany & Co.

6층은 티파니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다루는 섹션과 더불어 기존 4층에 있던 ‘블루 박스 카페’를 옮겨와서 결을 맞췄습니다. 이번에는 미슐랭 스타 쉐프인 다니엘 벨루(Daniel Boulud)를 초빙해 레스토랑의 급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고급화의 일환입니다.

다니엘 벨루가 운영하는 6층 블루 박스 카페 © Tiffany & Co.

7층은 티파니를 대표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과 공방, 그리고 오랫동안 티파니와 협력한 최고급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의 살롱을 배치했습니다. 7층의 숨은 주인공은 티파니 역사상 가장 출중한 디자이너로 꼽히는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입니다. 그는 자연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생명력으로 움틀 거리는 수많은 하이 주얼리를 디자인했는데요. 잘 알려진 작업이 티파니 다이아몬드 위에 올라간 새를 형상화해 만든 ‘바위 위의 새(Bird on the rock)’입니다. 7층에는 이 바위 위의 새를 변형한 하이 주얼리와 티파니 다이아몬드 주변을 다섯 마리의 새가 감싸는 펜던트 겸 브로치가 자리 잡고 있어요. 랜드마크를 홍보하는 비디오를 보면 한 마리 보석 새가 건물이 날아들면서 내러티브를 풀어가는데요. 명확하고 구체적인 동물 아이콘이 없는 티파니 입장에서는 1960년대 슐럼버제가 디자인한 새를 마치 까르띠에의 팬더처럼 이용하는 계기로 삼는 듯합니다. 향후 티파니의 마스코트가 될지, 이를 통한 IP 확장을 시도할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이미 6층 라이프스타일 코너에서는 새가 박힌 컵을 팔고 있습니다.)

6층 라이프스타일 섹션 © Tiffany & Co.
랜드마크 리오프닝을 기념해 ‘바위 위에 앉은 새’에서 영감 받아 리디자인한 티파니 다이아몬드. © Tiffany & Co.

계단이 끝나는 8층부터 9층은 이벤트와 전시가 열리는 공간입니다. 8층 밖으로는 바람을 쐴 수 있는 테라스가 존재합니다. 대망의 최상층인 10층은 VIP 전용 공간입니다. 마리노가 엘사 퍼레티의 뉴욕 아파트에서 영감받아 VIP가 편안히 머물 수 있는 도심 속 집을 디자인했습니다. 기존 VIP 전용 공간보다 훨씬 넓고 최상층에 위치한 덕에 센트럴파크 풍경이 내려다보인다는 점에서 돈 쓰는 큰 고객을 우대하는 LVMH의 특성이 잘 나타납니다. 이렇게 층마다 타깃과 콘셉트를 확실하게 구분 짓고 더욱더 효율적인 고객 경험을 끌어내는 모습에서 LVMH의 엄청난 노하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OMA가 리뉴얼한 상층부. 야외 테라스가 존재하며 센트럴파크를 조망할 수 있다. © OMA, Photo: floto+warner

랜드마크를 쭉 살펴보면 곳곳에 눈길을 끄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미술품입니다. 그라운드 플로어에 있는 바스키아의 회화뿐 아니라 3층 계단 중앙에 위치한 다니엘 아샴의 청동 비너스 상을 비롯해 각층 군데군데 예술 작품이 숨어 있습니다. 3층 프라이빗 룸에는 데미언 허스트가 디자인한 벽지를 붙였고, 6층 라이프스타일 섹션에는 줄리앙 슈나벨의 회화와 함께 그가 꾸민 디너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곳곳에는 영상 작업도 있고요. 10층 VIP 공간에는 더욱 많은 예술품이 고객을 맞이하죠.

이런 예술품은 결국 럭셔리가 향하는 방향을 말합니다. 럭셔리 제품은 하나의 예술품과 같고 이를 판매하는 상점은 미술관과 같으며,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은 결국 예술을 경험하는 곳과 같다랄까요.

다니엘 아샴의 조각품 © Tiffany & Co.
줄리앙 슈나벨의 그림과 그가 꾸민 디너 테이블 © Tiffany & Co.

럭셔리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을 장인 정신, 크리에이티브, 희귀성이란 단어로 감싸며 마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처럼 대하도록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비싼 재화를 내도록 만드는 저변에는 럭셔리와 예술 간의 은밀한 저울질이 존재하죠. 그런 면에서 랜드마크는 티파니의 예술을 응집한 공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정의내린 공간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엄청난 자본 투자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2019년 2억 5000만 달러(약 3천 266억 원)로 책정했던 리노베이션 금액이 LVMH의 손을 거치면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로 늘어났다는 예측이 헛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LVMH 측에서는 금액에 대해 절대 함구하고 있습니다. 환골탈태한 티파니의 명소, 랜드마크는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발전할까요? 미지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올해 실적이 벌써 기대됩니다.

(1편으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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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