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얼리 매장, 티파니앤코의 뉴욕 5번가 매장이 4년여의 대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 새로운 매장의 이름은 ‘랜드마크’. 5번가를 넘어 뉴욕시 또는 티파니앤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이름이죠.

  • 2021년 티파니앤코를 인수한 LVMH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티파니앤코의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강화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은 부가 넘쳐흐르는 곳입니다. 특히 5번가(Fifth Avenue)는 값비싼 물건을 파는 상점, 백화점,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이 몰려있어 ‘명품 거리’라고 불리죠. 이 중 57번 스트리트와 직교하는 사거리 지역은 핵심이라 할 만합니다. 사거리에 맞닿은 부분 중 좌상단, 우상단에는 뉴욕 부호가 선호하는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의 본관과 남성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좌하단에는 1921년 지어진 크라운 빌딩이 있어요. 지난 2020년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 아만이 크라운빌딩의 4층부터 꼭대기인 24층까지 20층을 매입해 레지던스 호텔 ‘아만 뉴욕’으로 만들었죠.

그럼, 우하단에는 어떤 건물이 있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디벨로퍼 시절 지은 역작인 트럼프 타워입니다. 트럼프 타워는 1983년 개장한 고급 복합공간인데요. 이곳에 자리 잡은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우하단 모서리에 있는 한 빌딩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뉴욕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동산으로 생각했던 곳. 그가 너무도 사랑해서 트럼프 타워의 이름을 원래 이 건물에서 따려고 했고, 실제 자기 막내 딸 이름으로 삼기도 한 곳.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 & Co., 이하 티파니) 뉴욕 본점입니다. 1940년 지금 부지에서 영업을 개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며 4년 간 긴 잠을 자던 이곳이 지난 4월 28일 드디어 깨어났습니다. ‘랜드마크(The Landmark)’란 새로운 명찰을 달고요.

뉴욕 5번가 사거리에 위치한 티파니 랜드마크. © OMA, Photo: floto+warner

랜드마크는 티파니가 억만금에도 팔 수 없는 귀중한 곳입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오프닝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환상의 공간으로 각인됐거든요. 새벽 택시에서 내려 검은색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 차림으로 티파니 제품을 진열한 윈도를 바라보며 빵과 커피를 먹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이곳은 영업장으로서도 엄청난 가치를 갖습니다. 리노베이션을 하기 전, 티파니의 전체 매출 중 10%가 이 10층짜리 건물 한 동에서 나왔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캐시카우인 셈이죠. 미국 대표 주얼리 브랜드의 본사, 유명 영화와 여배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은 명소, 그리고 브랜드 매출을 견인하는 황금 매장이란 점은 티파니 5번가 매장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얼리 매장으로 만들었습니다.

© Tiffany & Co.

2019년 발표한 티파니 뉴욕 본점의 리노베이션 계획은 원래 간단했습니다. 1940년 세운 건물은 7층 규모였다가 1980년 사무실 용도로 3개 층을 증축했는데요. 건축사무소 OMA 뉴욕 지사와 협업해 이 3개 층을 통으로 리뉴얼하고 건물의 전체 동선을 다시 짜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리노베이션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가 2021년 LVMH가 158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으로 티파니를 인수하면서 건물 리노베이션 계획도 전면 수정됩니다. 앞으로 고쳐나갈 전 세계 수많은 티파니 매장의 이정표 역할을 맡게 되었거든요.

LVMH는 믿을 만한 해결사를 부릅니다. 뉴욕 출신의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입니다. 그는 럭셔리 리테일 매장을 만들 때 업계가 자주 호출하는 인물입니다. 셀러브리티의 가정집 인테리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루이 비통, 샤넬, 크리스찬 디올, 펜디, 제냐, 그라프, 불가리, 위블로 등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했죠.

럭셔리 리테일 매장 디자인 장인, 피터 마리노 © Peter Marino Architect

마리노는 먼저 전체적인 활용 공간을 넓혔습니다. 기존 고객 공간이었던 상당수를 소매 공간으로 바꿔버렸어요. 약 30% 정도 증가했다고 예측하는데, LVMH가 정말 돈독에 오른 것이죠. 그렇다고 전보다 좁아 보이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습니다. ‘마리노 터치’라고 부르는 디자인 덕분입니다. 마리노는 랜드마크의 콘셉트를 밝고, 즐겁고, 흥미로운 장소로 잡았습니다. 어두운 톤은 철저히 배제하고 베이지 계열 위주로 아주 환하게 꾸몄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1층 그라운드 플로어입니다. 1940년 건물을 지을 때부터 뉴욕 본점의 그라운드 플로어는 아주 유명했습니다. 1층과 2층의 층고를 합치고 트러스 공법을 통해 기둥 하나 없이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 장대한 모습은 위엄 있고 단단한 화강암과 석회암 재질의 외관과도 잘 어울렸는데요. 마리노는 이런 장점을 그대로 살린 채 여러 가지 장치를 더해 환상적인 인상을 구현했습니다.

그라운드 플로어 전경, 정 중앙에 장미셸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가 보인다. © Tiffany & Co.

내부로 진입하면 천장에 박힌 거대한 조명이 보입니다. ‘다이아몬드 스카이라이트 샹들리에(Diamond Skylight chandelier)’로 불리는 약 7m 길이의 직사각형 조명 내부는 다이아몬드 컷팅에서 영감을 받아 반사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하학적 패턴으로 잘게 나누었어요. 마치 하늘에서 기쁨의 광채가 쏟아지듯 풍부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조명은 유리를 잘 쓰기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휴 뒤통(Hugh Dutton)의 작업입니다. 이내 주변을 돌아보면 아치 형식으로 모양낸 창문들이 보이는데요. 평소에는 거울이었다가 전원을 켜면 LED 디스플레이로 변신해서 왼쪽에는 센트럴 파크, 오른쪽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뉴욕의 마천루 풍경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이 패널에 쓰인 픽셀의 수는 총 3303만 144개라고 해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여주는 LED 윈도 © Tiffany & Co.

메인 플로어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엘리베이터가 모인 한 가운데에는 티파니 블루를 연상시키는 회화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2021년 8월 팝스타 비욘세와 Jay-Z 커플이 출연한 ‘사랑에 대하여’ 캠페인에 나온 장미셸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Equals Pi)>죠. 티파니의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상징물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조각처럼 보이는 곡선형 계단이 시작됩니다. 마치 파도를 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대리석을 연상케 하는 피니싱으로 처리한 오크 재질 계단의 난간은 투명하고 이를 에워싼 벽에는 각도 조절이 가능한 거대한 거울이 붙어 있어서 끝없이 확장하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 계단은 티파니를 대표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엘사 퍼레티(Elsa Peretti)의 팔찌 ‘본 커프(Bone Cuff)’에서 영감 받아 마리노가 직접 고안한 결과입니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8층까지 닿을 수 있는데 그에 맞춰 144개의 단으로 구성되었어요.

엘사 퍼레티의 본 커프에서 영감받은 거대한 계단. 3층부터 8층까지 이어준다. © Tiffany & Co.
1970년대에 엘사 퍼레티가 디자인한 팔찌 본 커프 © Tiffany & Co.

3층부터 최상층인 10층까지 각 층을 구성하는 프로그램은 한 층만 제외하고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라운드 플로어에서 층별 매장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관문인 3층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테마로 한 ‘러브&인게이지먼트(Love & Engagement)’ 섹션이 차지하고 있죠. 부드러운 실크 느낌의 곡선으로 이루어진 패널 벽은 마치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킵니다.

3층 일부 © Tiffany & Co.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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