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공유형 창고라고도 불리는 셀프 스토리지는 물품을 보관하는 생활 편의 시설입니다.

  • 우리나라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국내 소비자의 특징에 맞게 현지화 됐습니다

  •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직접 가봤습니다.


“10년간 힘들게 모은 레고가 버려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고 시일 내에 처분하지 않으면 아내가 버리겠다고 하네요. 레고 보관할 만한 곳 좀 추천해 주세요.”

“아이들 학군 때문에 이 아파트로 왔는데 집이 너무 좁아요. 다른 입주민 분들은 계절 지난 옷은 어떻게 보관하고 계시나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보다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물품이 쌓여가는 데 이사는 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도심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유형 창고라고도 불리는 셀프 스토리지는 물품을 보관하는 생활 편의 시설입니다. 이용자가 직접 짐을 가져와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에 셀프(Self)라는 단어가 붙었습니다. 셀프 스토리지의 운영 주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보관 공간을 빌려주고, 그 공간에 대한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죠.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미국, 일본 같은 국가에서 셀프 스토리지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18년에 이미 380억 달러를 넘어서는 시장으로 성장했는데요. 우리나라의 셀프 스토리지 산업은 태동하는 단계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셀프 스토리지 생태계는 어떤 모양으로 뿌리내리고 있을까요? 한국의 셀프 스토리지를 직접 방문하고 시설 관계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셀프 스토리지 시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

많은 사업이 특정 국가에 진입하면 해당 국가의 사회, 경제적 특징에 맞게 현지화 되죠. 셀프 스토리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보다 빠르게 짐을 보관하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위치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셀프 스토리지에 대한 각 국가 소비자들의 ‘인식’의 차이는 운영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미국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물류 창고 같은 외양이라면 한국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아기자기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항온·항습·살균처럼 보관 환경 자체를 관리하는 데에도 큰 신경을 기울이고 있죠.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물리적인 의미의 물품 보관소보다는 개인 공간의 확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셀프 스토리지 시설 대부분이 무인이나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엑스트라스페이스 홈페이지)

한국 소비자의 성향과 생활 패턴에 맞춘 서비스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해외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비교적 아날로그 감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직원이 상주해 있고, 자물쇠 같은 잠금장치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셀프 스토리지 시설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엑스트라스페이스, 다락 등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 대부분이 무인이나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스마트 출입 시스템을 기반으로 상시 이용 가능합니다. 다락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셀프 스토리지 시설 출입구 뿐만 아니라 개별 보관 유닛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다락의 단골은 30대 1인 가구 “취미 생활을 위한 방으로 이용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셀프 스토리지 운영 방식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K 다움’의 옷을 입은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생생한 이용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다락을 방문했습니다. 다락의 운영사 세컨신드롬의 관계자가 취재에 동행했습니다.

다녀온 곳은 다락 강남역점입니다. 미니창고 다락은 지금까지 60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요. 강남역점은 그중 두 번째로 개점한 곳입니다. 그만큼 강남은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주거지, 상업 지구, 업무지구가 모두 몰려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공간적 수요를 지닌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죠.

다락 강남역점 입구 ⓒ더비비드

입구에 들어서면 100명 남짓 되는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각 보관 공간을 ‘유닛’이라고 하는데요. 각 유닛이 질서정연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락에서는 큐브, 슬림, 스몰, 미디움, 라지 등 총 5가지 타입의 유닛을 제공하는데요. 타입별로 가격은 월 10만원~30만원대로 책정돼 있습니다. 평균적인 이용 기간은 1년 내외라고 합니다.

강남역점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레고의 방’입니다. 지점 중간에 레고와 피규어 등의 고급 장난감으로 꾸려진 방을 유리문 넘어 구경할 수 있는데요. 실제 고객의 동의를 받아 조성한 조성된 쇼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셀프 스토리지 이용 모습을 직관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준 공간이죠.

다락 강남역점 내부에 자리잡은 ‘레고의 방’.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셀프 스토리지 이용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더비비드
우리나라 소비자는 취미 용품을 보관할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 시설을 많이 활용합니다. ⓒ더비비드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요?

A

1인 가구입니다. 전체 이용 고객 중 1인 가구가 46%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35.9%), 20대(24.9%), 40대(24.2%) 순으로 이용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20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8년 10%대에 머물렀던 20대 이용 비중이 2022년 25%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2030대는 스스로에 대한 투자와 소비에 관련이 많은 연령층인데요. 이들은 주거 생활 개선과 소장품, 취미생활을 위해 셀프 스토리지를 활용합니다.

Q

1인 가구와 셀프 스토리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A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2019년 614만명, 2020년 664만명, 2021년 716만명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46.2㎡(14평)으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면적(20평)의 67%에 불과하죠. 상당수의 1인 가구가 10평대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주거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가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Q

소비자가 선호하는 유닛이 궁금합니다.

A

스몰(W 1.0m x D 1.0m x H 2.0m)이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의류 100~150벌 수납 또는 우체국 5호 박스를 최대 20개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의 유닛인데요. 행거나 선반, 수납 상자 등을 적용해서 재량껏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활용 사례가 있을까요?

A

한정판 명품을 구매했다가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리셀러 분들이 왕왕 이용하세요. 온습도 관리가 되는 셀프 스토리지 시설에 제품을 보관했다가 좋은 컨디션에 되팔기 위해서죠.

유명 가수의 팬클럽 분들이 앨범이나 응원도구, 가수의 굿즈를 보관하기 위해 다락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캠핑장이 가까이 있는 상암 지점은 캠핑 장비를 보관하려는 캠핑족들이 자주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근처에 야구장이 있어서 야구 동아리 분들이 배트, 글러브, 보호장비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활용된 적이 있다네요.

셀프 스토리지는 주거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한 ‘공간의 아웃소싱’

부동산 컨설팅 기업 존스랑라살(JLL) 한국 법인이 발간한 ‘셀프 스토리지, 새로운 공간의 창출’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국내에서 200여 개의 셀프 스토리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셀프 스토리지가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락의 운영사 세컨신드롬의 홍우태 대표는 우리나라의 셀프 스토리지 생태계에 대해 주거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한 ‘공간의 아웃소싱’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가 공간의 아웃소싱에 눈 뜬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비즈니스는 자산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홍우태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다락의 운영사 홍우태 대표는 추가 공간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 생태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세컨신드롬

Q

다락이 셀프 스토리지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단순히 해외의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국내에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창업 전 금융권에서 일했는데요. 당시 거시경제를 면밀히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국내 부동산 가격과 주거 소득 지표를 관심 있게 살펴봤어요.

당시 도심 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주거 면적 당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죠. 여기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면서 ‘추가 공간’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거 공간이 가진 물리적 한계성을 해결해서 쾌적하게 주거 생활을 하는 대안으로 공간 아웃소싱을 구상하고 오랜 시간 준비 끝에 다락을 론칭했어요.

Q

소득 수준과 추가 공간에 대한 수요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A

우리나라는 2017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만50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새로운 취미, 반려동물 입양, 집 꾸미기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출이 늘어나는데요. 주거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보관 공간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Q

셀프 스토리지 시설 운영 및 추가 출점 시 주안점을 두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각 지점에 무인 운영 시스템인 ‘AI 관제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점 모니터링을 비롯해 온∙습도 관리, 보안 관리, 출입 관리 등 IT 기술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십 개의 지점을 관리하고 있죠. 효율적인 운영 방식은 이용자의 경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추가 출점 시에는 주거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도심 지역을 먼저 발굴합니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인구 활동 반경과 수요를 고려해서 입지를 분석하죠. 여기에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데이터를 활용해 행정 구역을 기준에 맞게 추출하고, 필터링 과정을 거쳐 신규 지점 개점을 검토합니다.

셀프 스토리지 시설 입주 시 건물주는 장기 우량 임차인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세컨신드롬

Q

셀프 스토리지 시설 입주 시, 건물주는 어떤 효용을 누릴 수 있을까요?

A

대로변에 위치한 최상급 건물 뿐 아니라 지역의 이면, 삼면 도로 인근에 위치한 건물 등에서도 셀프 스토리지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아쉬운 건물의 건물주도 공실 우려 없이 장기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죠.

이슈 발생 시 빠른 대응이 가능한 것도 이점입니다. 다락의 경우, 무인 운영 시스템으로 지점 관리가 용이하며 신원이 확인된 이용객만 출입합니다. 또한 단시간에 많은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비교적 조용히 유지할 수 있죠. 셀프 스토리지 비즈니스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건물주와 윈윈(win-win)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의 향후 전망이 궁금합니다.

A

최근 월세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빠르게 개편되고 ‘공간 소비’ 개념이 확장되면서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별 건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집합건물 수요까지 고려하면 국내 시장 규모는 80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셀프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80억 달러(약 64조원)에서 2026년 640억 달러(약 86조원)으로 30% 이상 성장할 전망입니다.

전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내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도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소보다 1.5배 늘어났으니 반대로 집이 1.5배 작게 느껴질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가 2021년 발간한 저서 <공간의 미래>에서 한 말처럼 여유 공간을 찾아 나서는 움직임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홈 트레이닝, 홈카페, 홈파티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게 됐으니까요.

한반도에 상륙한 셀프 스토리지가 ‘한국화’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눈여겨봐야겠습니다.

홈파티, 홈카페, 홈 트레이닝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진 걸 알게 된 소비자는 보다 넓은 공간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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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내용은 2023년 2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