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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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논의가 활기를 띠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상한 수단이 바로 ‘리트로핏’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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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로핏은 시간과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친환경 자산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에요. 게다가 투자 비용 회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더욱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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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로핏을 거친 부동산 자산은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 속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입니다.
리트로핏(Retrofit),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리트로핏은 기존 기계 장치에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추가 장비를 부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완전히 새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업그레이드해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는 방식이죠. 쉽게 말해,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는 개념입니다. 때로는 ‘개조’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리트로핏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장비를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인프라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그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부분 업그레이드’. 특히 기존 설비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화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죠. 이렇게 리트로핏은 현대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리트로핏 개념이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관이나 내부만 바꾸는 리모델링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에서의 리트로핏은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웁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흔히 말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기존 건물은 단순히 리모델링된 건물이 아니라 수명이 연장된 자산으로 거듭납니다. 동시에 건물의 가치는 올라가고, 사용자에게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결국, 리트로핏은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기존 자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트로핏 유행? 당연한 일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리트로핏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기후 변화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부동산과 기후 변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둘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건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국내에서는 그 비중이 60%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건물을 개선하는 것은 곧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모든 건물을 새로 짓거나 전면 리모델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만 개선하는 리트로핏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죠.
실제로 건물에 대한 ESG 기준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는 유럽, 특히 영국입니다. 영국은 에너지 성능 등급 인증서(EPC)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해 A부터 G까지 7단계로 등급을 부여합니다. 모든 부동산은 신축, 매매, 임대 시 이 인증서를 보유해야 하며, 높은 등급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현재 E등급 이하 건물은 임대나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2027년에는 최소 C등급, 2030년에는 B등급으로 기준이 상향 조정될 예정입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도 탈탄소화를 위해 유사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성능 인증서(EPC)와 최소 에너지 성능 기준(MEPS)을 통해 기존 건물도 단계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여기에 더해 건물에너지법(GEG)을 제정하고 2050년까지 모든 건물을 기후 중립적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 모두에 통합 기준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미국은 다소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보다는 지방정부 중심으로 정책을 시행하며, 주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연간 탄소 배출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면 벌금을 부과합니다. 매사추세츠주는 주요 도시에서 화석연료 설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지역 단위에서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에서도 필수 요소
이러한 기조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ESG 기준을 충족해야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고, 나아가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산은 더 높은 프리미엄까지 붙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환경친화적인 자산을 원하는 게 당연하겠죠? 즉, 리트로핏을 통해 친환경 요소를 강화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CBRE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의 70%가 ESG 기준을 고려한다고 해요. 참고로 이 수치는 직전년도에는 56% 수준이었고요.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친환경 요소를 따져보는 투자자 비중이 더 늘어났겠죠.
수요가 강해지면 공급자도 그에 맞춰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ESG 기준을 충족하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부동산 소유주들도 적극적인 리트로핏을 통해 일명 ‘그린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습니다.

나이트 프랭크 오스트레일리아의 ESG 담당 책임자인 제인 크랜스턴은 “환경친화적 요소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며 “ESG 기준을 충족한 부동산을 소유주가 매각을 원할 때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꼭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습니다. ESG 요소는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만이 아니라 임차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거든요. 이는 국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JLL의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차인 중 80% 이상이 2030년까지 100% 그린 인증 포트폴리오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소유주 입장에서는 리트로핏을 하면 더 많은 임차인을 유치해 공실률을 낮추고 또 임대료도 높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일부 투자자들은 아예 이 리트로핏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디스카운트와 그린 프리미엄을 활용해 차익을 얻는 전략인데요. 브라운 디스카운트는 ESG나 친환경 에너지 기준 미달 자산에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 것을 뜻하고, 반대로 그린 프리미엄은 더 높은 등급을 받은 자산에 웃돈이 붙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동산을 매입한 후 리트로핏을 통해 자산 가치를 높이고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식입니다.
리트로핏, 방식도 여러 가지
ESG 기준을 충족하고 친환경적인 요소를 더한 부동산.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부동산을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일단 가장 쉬운 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거겠죠. 노후한 냉난방 시스템이나 조명 시스템을 교체해 절감 효과를 추구하는 겁니다. 시스템 교체에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또 건물의 소재를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외벽이나 지붕, 창문 같은 접근성 높은 건물 외피를 고성능 단열재나 친환경 창호로 교체하는 거죠. 그러면 열 손실을 막고 내부 온도 변화를 억제할 수 있을 테니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어요. 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현장 소비를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보다 조금 더 번거롭지만 효과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노후 배관을 교체하거나 모터나 펌프 등을 고효율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거죠. 또 유량을 제어하는 물 절감 설비를 추가할 수도 있고요. 이 역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건물의 질을 개선하고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딥 리트로핏’도 있습니다. 딥 리트로핏은 이름처럼 단일 항목을 교체하는 대신 여러 시스템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겁니다. 당장 드는 비용은 많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적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그린 빌딩 협회(CaGBC)에 따르면, 딥 리트로핏을 단행할 경우 건물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51%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의 리트로핏 유행.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몇 년 전부터 부각된 트렌드입니다. 그 때문에 리트로핏을 통해 가치를 높인 성공 사례도 세계 각국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게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대규모 리트로핏 프로젝트는 2010년 완료됐는데요. 건물 전체적인 에너지 시스템 개선과 친환경 업그레이드가 주 목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창문을 이중유리로 교체했으며 방사 차단막을 설치하고 냉각기 설비를 개조했습니다. 또 디지털 자동제어 시스템(DDC)을 추가하거나 엘리베이터의 재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관리 기능을 더했어요.
결과는 어땠냐고요? 물론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38%에서 40% 줄였고, 연간 400만 달러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 회수 기간도 3년으로 길지 않았고요. 이를 통해 임대 매력을 강화하고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리트로핏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일랜드 더블린의 독라인이라는 1980년대 오피스 건물입니다. 이 오래된 건물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리트로핏을 거쳐, 지난해 기준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습니다. 기존 구조물을 대부분 재사용하면서, 단열 성능이 높은 자재와 고효율 에너지 설비, 스마트 빌딩 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전형적인 리트로핏을 통한 밸류 애드 사례로 평가되며, 2023년에는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요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리트로핏 유행은 이제 시작
리트로핏은 여러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탈탄소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적이고 초기 투자 비용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절감 효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즉, 리트로핏에 투자했을 때 경제적 실효성이 높다는 의미예요. 게다가 부동산은 장기 보유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길게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이 훨씬 크고요.
리트로핏 유행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지겠죠. 탈탄소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에 따라 필요성이 부각될 테니까요.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신규 건설이나 재고 공급이 줄어드는 대신 리트로핏에 투자가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BCC 리서치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과 공공 건물에서의 리트로핏 산업 규모는 지난해 1347억 달러에서 2029년 191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7.3% 정도로, 가파른 곡선은 아니지만 꾸준한 확대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탈탄소화를 위한 규제 강화나 투자자나 임차인의 수요 변화 등 요인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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