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최근 1년간 맨해튼 오피스 재고가 약 300만 sf 줄었습니다. 상당 부분이 주거 전환으로, 현재 약 1만 7천 세대가 파이프라인에 있습니다.
-
뉴욕시의 ‘City of Yes’ 정책과 467-m 세금감면 프로그램이 민간 주도의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등 오피스 중심 지구가 24시간 생활권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아시아 주요 도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피스 재편에 대응하고 있어, 도시별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Editor’s Note
지난 3월 뉴욕 출장에서 관찰한 내용을 두 편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1부에서는 맨해튼 1층 상권의 변화를 다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변화의 배후에 있는 더 큰 전환, 오피스에서 주거로의 이동을 살펴봅니다.
맨해튼의 변화는 리테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피스 빌딩의 껍데기는 유지한 채, 속을 집으로 바꾸는 변화도 진행 중이다.
최근 1년 새 맨해튼 오피스 재고는 약 300만 sf(약 28만 m²) 줄었다. 미드타운에서 146만 sf, 다운타운에서 167만 sf. 상당 부분이 주거 전환이다. 다운타운에서만 520만 sf 규모의 전환이 계획·발표되어 있고, 101 그리니치 스트리트(48만 sf), 80 브로드 스트리트(40만 sf)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의 건축 사무소 베이어 블라인더 벨(BBB)에서 시니어 아키텍트로 일했던 석원의 말이 짧지만 명쾌했다. BBB는 건축물의 역사적 보존(preservation)과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여긴 여전히 집이 부족하잖아.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것도 있고. 그래도 집을 공급하면 잘 팔리거든.
전환의 경제학
팬데믹 이후 오피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환의 경제성이 생겼다. 뉴욕타임스(이하 NYT)의 2025년 4월 기사에서 디벨로퍼 포스트 브라더스(Post Brothers)의 CEO 마이클 페스트론크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sf당 400-500달러에 거래되던 노후 오피스가 지금은 100-200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시 주택보존개발국(HPD)의 2023년 주택 공실률 조사에 따르면, 임대주택 공실률은 1.41%로 1968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였다.
이 흐름을 일찍 내다본 사람이 있다. <부동산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Real Estate)>를 쓴 경제사학자 드로르 폴렉(Dror Poleg)은 2021년 NYT 기고에서 오피스 공간의 일부는 결국 주거로 전용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훗날 그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편집자들이 예측이 과하다며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보수적인 예측이었다.
2024년 12월 뉴욕시의회는 ‘City of Yes for Housing Opportunity’를 통과시켰다. 15년간 약 8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도시계획 개편이다. 여기에 뉴욕주의 467-m 세금감면 프로그램이 붙는다. 상업용 건물을 임대 주택으로 전환할 때, 전체 세대의 25% 이상을 시세보다 낮은 어포더블 주택으로 운영하면 최대 35년간 재산세의 90%를 감면받는 구조다. 어포더블 유닛은 시장가 세대와 같은 현관과 공용공간을 써야 하고, 임대료 안정화 대상으로 영구 유지된다.
이 두 축이 맞물리면서 전환 착공 면적은 2023년 160만 sf에서 2024년 330만 sf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5년 8월까지 이미 410만 sf가 착공됐다. 현재 파이프라인에는 약 1만 7천 세대가 잡혀 있다. 감면 기간은 착공 시점에 따라 단계적으로 줄어드는데(35년→30년→25년), 최대 혜택 구간이 마감된 지난 6월 30일 직전까지 착공 러시가 이어졌다. 뉴욕시 감사원은 이 시한 안에 착공해 35년 감면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던 물량을 약 1,220만 sf, 1만 4,500세대(어포더블 3,600세대 포함)로 추산했다. 이후 착공분은 30년(2028년 6월까지), 25년(2031년 6월까지)으로 혜택이 줄어든다.


남은 오피스는 오히려 희소해졌다
경쟁력 없는 오피스가 주거로 빠지면서 남은 오피스 시장은 여유가 없어졌다.
2026년 2분기 미드타운 공실률은 17.7%로 21분기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는 이스트 57번가 135, 서드 애비뉴 845 등 주거 전환이 확정된 빌딩들이 오피스 재고에서 빠진 것을 주요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CBRE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 전체 호가 임대료는 sf당 80.17달러로 전년 대비 4% 올랐고, 상반기 리스 물량은 1,770만 sf로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다. 전환 대상은 어디까지나 오피스로는 더 이상 경쟁이 어려운 건물들이다.

뉴욕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도 이 점을 지적했다.
뉴욕은 워낙 지역이나 거리, 특정 자산마다 상권, 방문하는 사람들 특성이 천차만별이라 보고서에 나온 평균 수치만 봐선 맥락을 놓칠 수 있어요.
1부에서 언급한 허드슨 야즈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Phase 2는 카지노 유치가 무산되자 주거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최대 민간 개발 프로젝트조차 주거 수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거리의 시간표가 바뀐다
오피스에서 주거로의 전환이 1층 상권에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직장인 수요가 핵심이었던 거리에,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아침 커피, 피트니스, 캐주얼 다이닝이 더 중요해진다. 9-to-5 오피스 지구가 24시간 생활권으로 바뀌는 것이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가 대표적이다. 10년 전만 해도 저녁 7시 이후엔 식사할 곳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3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곧 4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석원과 걷다가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100 Pearl Street의 푸드코트 한 곳(The Hungry Pearl)을 들렀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엄청 붐벼.
그의 말이 맞지만, 가까운 미래에 피크 타임은 점심만이 아닐 수 있다. 두 블록 거리에 1,320세대의 주거 전환 프로젝트(SoMA, 25 Water Street)가 들어섰고, 주변으로 수천 세대가 더 계획돼 있다.

전환된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NYT에 따르면 SoMA의 입주민 중 한 명인 비비안 아얄라는 허드슨 야즈에서 5년을 살다가 이곳으로 왔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라며 사무실이었던 곳에 아무도 살아본 적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SoMA를 만든 디벨로퍼 메트로 로프트(Metro Loft)는 이제 미드타운 42번가의 과거 화이자 본사 건물을 약 1,600세대로 바꾸고 있다. 완공되면 미국 최대 규모의 오피스-주거 전환 프로젝트가 된다. 다운타운에서 시작된 흐름이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타임스스퀘어의 상징이던 5 타임스스퀘어(5 Times Square)도 올해 1월 1,250세대 규모의 주거 전환에 착수했다. NYT 기사에서 NYU 교수 아르핏 굽타는 이 과정을 “긍정적 순환(positive cycle)”이라 불렀다. 입주민이 늘면 리테일과 식음료 업종이 따라 들어오고, 그게 다시 새로운 입주 수요를 만든다는 것이다.
도시라는 유기체
같은 오피스 문제라도 도시마다 해법의 방향이 다르다.
아시아에서 이 흐름에 가장 가까운 건 싱가포르다. URA(도시재개발청)의 ‘CBD Incentive Scheme 2.0’은 도심 노후 오피스를 주거·호텔 복합으로 전환할 때 용적률 보너스를 제공한다. 도쿄는 정반대다. 오피스 공실률이 1.5%. 역대급으로 여유가 없는 시장이라 전환이 아니라 철거 후 신축 복합개발이 주류다.
서울은 뉴욕과 방식이 다르다. 뉴욕이 민간 디벨로퍼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라면, 서울은 LH가 직접 사서 고친다. 2026년 4월 국토부와 LH는 빈 오피스나 호텔, 상가를 매입해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수도권에서 2천 호 이상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선례도 있다. 2020년 성북구 안암동의 관광호텔을 LH가 사들여 5개월 만에 122세대 청년 임대주택 ‘안암생활’로 바꿨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7만~35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뉴욕과 달리 낮은 공실률을 유지해왔다. 다만 올해부터 도심권(CBD)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공급이 이어지는 만큼, 건물의 경쟁력과 새로운 쓰임에 대한 고민은 서울에서도 유효한 질문이 되고 있다.
건물이 바뀌면 도시가 바뀐다
뉴욕은 세제 인센티브로 민간을 움직였고, 싱가포르는 용적률로, 서울은 공공매입으로 첫걸음을 뗐다. 방식은 달라도 도시가 하는 일은 같다. 쓰임을 다한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다.
도시는 한 번 지으면 끝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계속 대사하는 유기체에 가깝다. 오피스가 줄면 남은 오피스는 프리미엄이 붙고, 주거가 늘면 거리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소비 패턴이 바뀌면 1층에 들어오는 브랜드의 성격이 바뀐다.
앞서 언급한 폴렉도 최근 에세이에서 비슷한 미래를 그렸다.
비선형 경제(nonlinear economy)1에서 성공하는 도시는 하나의 예측 가능한 미래에 최적화한 도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미래가 나타나고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도시일 것이다. 그런 도시는 기계보다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 가깝다. 필연적으로 다가올 뜻밖의 일들에 대응할 수 있는, 복잡하고 적응적인 시스템이다.
그가 이 에세이에서 모범으로 꼽은 사례는 흥미롭게도 도쿄였다. 공실이 없어 전환 사례 자체가 드문 도시지만, 식당이 상점이 되고, 상점이 오피스가 되고, 오피스가 집이 되는 용도 변경의 제도적 마찰이 가장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사무실이던 건물에서 누군가의 아침이 시작되는 장면을, 맨해튼은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 이 유기체가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움직일지 궁금하다. 서울의 빈 건물들이 그 답의 일부가 될 것이다.
글 손현
건축학을 전공하고 공장을 짓다가 에디터로 직업을 바꿔 퍼블리, 매거진 B, 토스를 거쳤다. 2024년 헤르츠앤컴퍼니를 설립해 상업용 부동산부터 미디어까지 여러 기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다. <글쓰기의 쓸모>, <아무튼, 테니스>, <경험을 기획하는 일> 등을 썼다.
- 폴렉이 제시한 개념. 투입과 산출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있던 20세기 산업 경제와 달리, 소프트웨어·콘텐츠·아이디어 같은 무형자산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같은 투입과 노력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균형하며, 변동성이 크다. 그는 AI가 이 비선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
참고
CBRE, Downtown Manhattan Figures Q1 2026 & May 2026 / Midtown Manhattan Figures Q1 2026 / Manhattan Office Figures Q2 2026
Cushman & Wakefield, MarketBeat Manhattan Office Q2 2026
NYC Comptroller, “Office-to-Residential Conversions in NYC: Economics and Fiscal Estimates”
NYC Department of City Planning, City of Yes for Housing Opportunity / NYC HPD, 467-m(AHCC)
NYT, “A Former Office Tower Goes Big for Residents,” Apr 25, 2025 / “Apartments for Rent in a Former Office, but You Have to Live in Midtown,” Apr 28, 2025 / “Hudson Yards Developer Drops Casino Bid,” May 19, 2025
New York YIMBY, “5 Times Square Begins 1,250-Unit Office-to-Residential Conversion,” Jan 4, 2026
Dror Poleg, “General Purpose Urbanism” (drorpoleg.com, 2025.4.10) / “Housing Is the New Office” (2022.12.6)
서울경제(2026.4.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본 콘텐츠는 외부 필진이 작성한 글로 주관적 견해를 포함할 수 있으며, 당사의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나 견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본 콘텐츠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 권유, 종목 추천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본 콘텐츠는 2026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