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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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긴축 사이클에 돌입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함한 대규모 금융 완화를 멈추고,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시대를 끝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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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바뀌면서 이에 따른 변화도 예정돼 있습니다. 다만, 금리인상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부동산 시장에는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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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요. 일본을 둘러싼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긴축 사이클도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드릴게요.
일본이 길었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무려 2007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죠. 금리 인상과 함께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해제했어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예금이 쌓이면 손해를 보게 만들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시중에 계속 돈을 돌리도록 한 거죠.
더불어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시행했던 수익률곡선제어(YCC)를 폐지했습니다. 수익률곡선제어는 금리 변동 폭을 설정하고 금리가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건데요. 일본은행은 이 정책을 폐지하면서 1%로 정했던 장기금리 변동 폭 상한선을 없애고 금리 변동을 용인하게 되었습니다.
‘금리 있는’ 시대 돌입한 일본
일본은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긴축 행보에도 나섰습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올렸습니다. 이로써 일본 금리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변화가 불러온 또 다른 변화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 변화는 개인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는 물론 국가 간 자본 이동에도 변화를 미쳐요.
우선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의 투자 매력도 상승합니다. 보통 금리인하 국면에 국채 투자하는 전략이 널리 알려져 있어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이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사고팔 때의 경우이고, 이자 수익을 기대할 때는 조금 다릅니다.
기준금리가 높다는 건 이 시기 발행된 국채의 수익률, 즉 이자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매매 수익이 아니라 안정적인 이자를 노리고 국채를 매수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에 투자하는 게 좋겠죠?
실제 일본 국채 투자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마이너스 금리를 피해 해외로 나갔던 일본 자금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맞춰 돌아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일본 국채 순매수 행렬
지난 10월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8개월간 일본 투자자들은 28조 엔에 달하는 규모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어요. 이는 14년 만에 기록한 가장 큰 규모입니다. 반면, 외국 채권 매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7조 7000억 엔을 기록했어요.
일본 우정보험의 글로벌 신용투자 부서 수석 총괄 매니저인 마사히데 고마츠는 “여전히 해외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엔화 자산에 투자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것이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T. 로우 프라이스의 채권 책임자인 아리프 후세인은 “일본 투자자들이 귀환하면서 일본에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엄청난 양의 자본이 유입될 것이며 이는 향후 5년에서 10년은 지속될 슈퍼 사이클,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투자 자금이 일본 국내로 돌아온다는 건 슈퍼 사이클, 메가 트렌드를 만들 정도의 파급력이 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은 4조 4000억 달러. 인도 경제보다도 큰 규모입니다. 이 정도의 돈이 일본으로 유입된다면 다른 자금 역시 이 흐름을 쫓아 일본에 쏠릴 수 있어요. 물론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유지한다는 게 전제입니다.
좀비 기업들이 위험하다
그럼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변화를 알아봅시다.
미국은 최근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했지만 지난 몇 년 간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유지한 바 있어요.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심지어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기도 했죠.
미국이 금리 정책의 방향을 바꾼 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빠질 수 없는 건 부실 기업의 파산입니다. 특히 좀비 기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좀비 기업이란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정부나 채권자의 금융 지원 덕에 파산을 면한 기업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영업이익으로 부채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태의 기업을 이르는 말이죠.
일본은 무려 30년 간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왔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였으면 진작 무너졌을 기업들도 버텨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는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취약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에요. 약간의 금리 인상만으로 파산할 정도로요.
현실화된 기업들의 파산
10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도쿄상공리서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지난 4월부터 9월 사이 5095개 기업이 파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년 간 파산 건수가 총 8500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동안 5000개가 넘는 기업이 무너진 건 엄청난 일이죠.
게다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준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좀비 기업의 수는 56만 5000개에서 63만 2000개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당연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기업도 급증할 겁니다.
좀비 기업의 파산이라니, 언뜻 듣기에는 무시무시한 말인데요. 사실 경제 전체로 본다면 부실기업이 솎아지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좀비 기업은 저금리와 정책 지원으로 수년간 연명하면서, 투자도 고용 창출도 없는 상태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심화시키니까요. CLSA 재팬의 니콜라스 스미스 전략가는 “이들 부실기업을 정리해야 새롭고 건강한 회사들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다시 미국의 사례로 돌아갑시다. 좀비 기업의 파산 말고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바로 부동산 한파입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대출 금리도 오릅니다. 즉,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죠. 부동산은 자산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부담이 더해지겠죠. 게다가 리밸런싱도 더욱 어려워지고요.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소식이 부동산 시장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하죠.
다만 미국과 일본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워낙 금리가 낮았고, 금리 인상도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부동산 업계에 가해지는 압박도 적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미국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오피스 공실률 급증이라는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에 훨씬 취약한 상태였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일본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서 막 벗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약간의 금리 인상 정도로 꺾일 기세는 아니라는 거죠.
아직은 우호적 환경
이 역시 데이터로 증명되는데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 약 2조 6000억 엔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배 확대된 규모죠.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여전히 완화적 금융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또 엔저 현상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7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까지 살펴봐야 하겠지만, 당장 금리 인상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이이치 에스테이트의 노무라 나리야스 대표는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금리가 매우 낮은 편이고, 게다가 외국인 입장에선 엔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설명했어요.
또한 일본의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소폭 오르더라도 임대료 상승세가 그보다 더 크게 뛰어오르면, 여전히 일본 부동산의 투자 매력은 확실하다는 의미니까요.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도쿄의 소매용 부동산과 다가구 임대 아파트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임대료 성장세가 가속화됐으며 A등급 오피스 임대료도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일본 임대 아파트와 리츠에 주목
그럼 상업용 부동산에서 어떤 섹터가 유망할까요? 애버딘 인베스트먼트는 관련해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우선 도쿄에 위치한 다가구 임대 아파트 부문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고 있어, 임대 주택에 대한 입주자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죠.
실제 도쿄 다가구 임대 아파트의 전년 동기 대비 임대료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3.5%로 더 커졌습니다. 또한 도쿄 다음가는 대도시인 오사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리츠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까지 일본 리츠는 주식시장의 상승률을 하회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리츠의 순자산 가치 대비 평균 할인율도 13.6%까지 증가했죠. 일본 부동산 시장에 햇볕이 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츠가 저평가된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어떻게 될까?
마지막으로 금리 전망을 살펴봅시다.
일본은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했지만, 긴축 속도는 느립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10월 31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달에 이어 2회 연속 동결한 거죠. 일본은행은 금리 동결 이유를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이)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세를 이유로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일본에서는 중의원(하원) 총선거가 치러졌는데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참패했습니다. 심지어 연립여당을 꾸린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을 합쳐도 과반을 넘지 못합니다. 이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을 놓친 건 무려 15년 만의 일이에요.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시바 정권이 견고했다면 연말까지 한 차례,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에서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선거 참패로 인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중해진 중앙은행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정치권과 중앙은행은 밀접하게 엮여 있습니다.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함께 발맞출 필요가 있으니까요.
즉, 정치권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라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기우치 노부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의 주요 시나리오는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민당과 공명당이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다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실질 금리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물가와 경제 전망이 실현되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일본의 금리 정책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그만큼 금리의 영향은 크니까요. 다만 금리 인상의 속도에 따라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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