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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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시장은? 바로 일본이었어요. 싱가포르 자본부터 골드만삭스 그룹과 KKR, 블랙스톤 등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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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시장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초저금리 환경과 엔저 현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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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분석해봤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버블’과 ‘잃어버린 10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 일본을 뒤흔든 거품 경제의 중심에는 부동산 시장이 있었거든요. 폭등과 폭락을 모두 경험했다는 뜻이죠. 그리고 이후 이어진 기나긴 경기 침체 속에서 일본 부동산 시장은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암흑기를 벗어난 일본 부동산 시장이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았거든요. 초저금리와 기록적인 엔화 약세, 활발한 부동산 개발이라는 환경 속에서 기회를 엿본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몰려가고 있는 겁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일본을 무너뜨렸던 부동산 버블
잠시 과거의 일본 부동산 시장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시작은 유명한 ‘플라자 합의’입니다. 이 합의의 골자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는데요. 이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이 취약한 위치로 몰리자 일본 정부는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에 돈을 푼 거죠.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를 끌어내렸고 이러한 금리인하 조치는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덕분에 일본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형성됩니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대출금리 상승률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았기 때문에 실패할 리가 없었던 거죠. 이 때문에 투자 심리가 과열됐고, 지나치게 뜨거워진 열기는 거품을 더욱 키웠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 곡선이 얼마나 가파른지,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상승은 없는 법이죠. 이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 정부는 금리를 인상에 나섰습니다. 물론 이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지만, 문제는 금리를 지나치게 급격하게 올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판의 결과로 일본 경제는 경착륙했고, 엄청난 부채를 기반으로 부풀어 올랐던 자산 가치도 무너졌습니다. 그 한가운데 있던 부동산 시장 역시 붕괴를 피할 수 없었어요.
이후 일본은 오랜 경기 침체에 빠집니다. 그동안 일본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조업을 중심으로 실물 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꺼내 들었으나 쓴맛을 봤고, 거듭된 실패 속에서 재정 적자는 악화일로를 걷게 됩니다. 한때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던 부동산 시장 역시 얼어붙고 말죠. 그리고 오랫동안 ‘갈라파고스’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일본으로 몰려가는 부동산 큰손들
이처럼 긴 시간 외면 당했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지만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는 투자처로 부상한 건데요. 올해 일본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진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1분기에는 일본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 증가했고,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2조 1400억 엔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화로는 19조 5000억 원이 넘는 돈이 오간 거죠. 특히 오피스와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가 많았고, 호텔에도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건 싱가포르 자본입니다. 지난 1분기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오사카의 기타하마 넥수 빌딩(Kitahama Nexu building)을 무려 1억 8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블랙스톤이 보유하고 있던 일본 내 물류시설 6개를 8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에 대해 GIC의 최고투자책임자 제프리 젠수바키즈는 “일본 부동산은 가치 실현을 기대할 수 있는 매우 저렴한 시장이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신탁 메이플트리 인더스트리얼 트러스트는 오사카 데이터센터에 3억 7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물론 싱가포르의 투자자들만 움직인 건 아닙니다. 이외에도 미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의 투자자들이 일본의 호텔 시장으로 몰려들었는데요. MSCI 리얼에셋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미국의 큰 손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은 올해 8월까지 일본 내 호텔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어요.
특히 세계 최대 대체투자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은 호텔 투자에 그치지 않고 더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블랙스톤의 일본 부동산 책임자인 다이스케 키타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여러 건의 입찰을 진행 중이며 특히 호텔이나 데이터센터와 같은 부동산 자산을 추가 인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투자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인데요. 블룸버그는 블랙스톤이 향후 5년 동안 일본에 최소 2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어요.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23구 내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상반기 1억 2960만 엔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60%나 상승한 수치로, 이 연구소가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주거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일본에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건 일본인만이 아닙니다. 외국인 부호들도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어요. 특히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고액 자산가들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전한 세컨드 하우스를 구하려는 게 비단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만이 아닌 겁니다. 포스트 린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일본의 고급 주거용 부동산 거래는 약 40% 증가했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을 견인한 초저금리
얼어붙었던 일본 부동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배경에는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있습니다. 세계의 흐름과 역행하는 초저금리, 그리고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바로 그것이죠.
최근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영향을 받은 거죠. 마찬가지로 긴축에 나선 다른 국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연 1~2% 수준이고, 변동 금리 같은 경우는 연 1% 미만도 있습니다. 물론 대출 조건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고요. 이는 돈을 끌어오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부동산 투자는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지 머니’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엔화 약세 현상도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혹할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 현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인다면, 환율 영향으로 실질적으로는 더욱 저렴하게 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니까요. 게다가 엔화가 저렴한 지금 일본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나중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을 때 팔아서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본 부동산 투자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들은 또 있습니다. 부동산 수요로 연결되는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고, 그동안 정체돼 있던 부동산 개발이 활발해졌다는 점 등입니다. 특히 일본 부동산이 외면 받았던 이유 중에는 투자를 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 흔치 않다는 것이었는데요. 세대교체로 인해 젊은 부동산 개발 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도로 고가에 거래되는 초호화 아파트 등 매력적인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앞으로도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이처럼 순풍이 불어오고 있지만, 관건은 호황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입니다. 특히 일본 부동산 투자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초저금리라는 투자 환경이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일본만은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자연스레 자금이 쏠리고 있는 거죠.
이 말을 거꾸로 뒤집어볼까요? 일본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비정상적이던 현재의 금리 수준을 끌어올리면 간신히 되살아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거꾸러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일본 내에서는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압박을 받습니다. 환율 효과로 인해 수출품은 저렴해지고, 반대로 수입품은 비싸지니까요. 특히 일본은 여전히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는 비싸지고 완성품을 내다 팔았을 때 벌 수 있는 돈은 줄어드니, 도전적인 사업 환경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거고요.
그러나 일본이 당장 저금리 기조를 버리고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여요. 일본 국채 규모는 현재 1200조 엔에 달하는데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몇 십 년 동안 초저금리 환경에서 살아온 일본 국민에게 금리인상은 엄청난 충격을 줄 수도 있고요.
이러한 금리의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은 3분기 들어 일본 부동산 시장을 약간 보수적으로 대하고 있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1월 30일 CBRE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해외 투자자의 일본 부동산 구입액은 약 830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이 기간 매각액은 1조500억엔으로 2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어요.
대표적으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 있는 초고층 오피스 빌딩인 시오도메 시티 센터의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고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도 1800억엔 규모의 복합시설인 메구로 가조엔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본 상업용 부동산의 위상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다만 일본의 금리와 상업용 부동산이 깊게 연관돼 있는 만큼 일본의 금리 정책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한데요. 일본이 내년 4월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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