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전세가격의 경우 입주물량 감소, 전세수요 증가 등 수요공급의 논리가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 전세가격은 ‘금리’를 제대로 살펴봐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급량이 늘어나도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 그럼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지금, 전세가의 움직임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전세가격 뒤에 숨겨진 공식을 함께 알아보아요.


근래 아파트 ‘전셋값 상승’과 ‘전세대란’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씨로 거론되곤 한다. 그 배경으로는 (1)입주물량 감소 (2)매매수요 감소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 (3)비아파트 전세기피 심화현상 등이 주로 꼽힌다. 이는 모두 타당한 것일까?

우선 (3)의 경우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 평균치는 70.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아파트 월세 또는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1)과 (2)를 당연하다는 듯이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입주물량이 감소하면 전세가가 오른다?

얼핏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보면 입주 물량이 많은 시기에는 전세가가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상승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입주장에 장사 없다”는 표현은 신축 아파트가 입주하는 시기 인근 아파트 전세가도 조정 받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직관 혹은 경험적으로 이해되는 면이지만 연간 단위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 편차는 있으나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대체로 2020~2021년에 동반 상승, 2022년은 동반 하락으로 귀결된다. 아래 그림은 수도권과 대구, 세종의 5년 간 입주 물량과 기준금리를 나타낸 것이다. 2022년의 매매가, 전세가 동반 하락을 두고 두고 인천과 대구는 입주 물량이 증가한 탓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경기, 세종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았던 2020~2021년에 매매가와 전세가가 크게 상승하였으며, 입주 물량이 감소한 2022년에는 반대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크게 하락하였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데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줄어드는 해에 가격이 하락했으니 수요 공급의 논리와는 완전히 반대였던 셈이다.

공급량이 늘어났음에도 전세가격이 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입주물량 뿐 아니라 기준금리를 함께 보면 가격 변동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진다. 기준금리를 크게 낮추고 저금리를 지속했던 2020~2021년의 동반 상승, 금리를 급하게 인상한 2022년의 동반 하락으로 금리의 영향력이 입주물량을 압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금리의 오르내림이 아파트 가격 변화와 무조건 일대일로 대응하는 건 아니지만, 2020년이나 2022년처럼 금리가 많이 변하게 되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매매수요가 위축되면 전세가가 오른다?

매매수요가 감소해서 전세수요가 증가했다는 것도 딱히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아래 그림은 서울시 및 강남3구의 월별 아파트매매 거래량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매매 거래량이 비교적 많았던 2020~2021년에는 전세가가 상승하였고, 2022년 하반기에는 매매 거래량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강남3구를 포함한 서울 전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하반기엔 전세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바 있다.

이렇듯 매매가와 전세가는 약간의 시차를 두더라도 동행하는 경우가 좀 더 일반적이다. 매매수요 감소가 자연스럽게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하기엔 들어맞지 않는 사례가 많다.


전세가의 핵심 키워드: 금리

그럼에도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1)입주물량 감소 (2)매매수요 감소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 위주의 설명이 되풀이되는 것은 전세가의 핵심 키워드인 ‘금리’를 외면한 탓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이 매우 낮은 순수 월세보다는 전세가 훨씬 흔한 임대차 계약 방식이다 보니 전세가 상승(하락)을 임대비용 상승(하락)으로 인식하기 쉽다.

집값이 전세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임차인이 원한다면 전세 보증금은 2년 뒤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은히 2년전 8억원이었던 전세가가 9억원이 되면 1억원이나 전세가 부담이 상승하였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2년 정기예금 금리(또는 조달금리)가 2년전 4%에서 3%로 하락하였다면 실질적인 임대비용은 낮아졌다고 해석해야 한다. 2년전 8억원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연 3200만원(8억원 x 4%)이었지만, 지금 9억원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연2700만원(9억원 x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4분기 전세자금대출금리는 5%를 상회했으나, 최근에는 4% 수준으로 내려왔다. 강북의 대장아파트로 거론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9월 준공, 3,885세대)를 예로 들면, 34평 아파트 전세가가 2022년말~2023년초 7억원대를 형성하였지만 2023년말~2024년초에는 9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당 시기의 전세가격에 전세자금대출금리를 각각 곱해보면 7억원 x 5% = 3,500만원, 9억원 x 4% = 3,6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 아파트 단지의 월세는 약 300만원(보증금 1억원 기준)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월 300만원(연 3,600만원)에 상응하는 전세가격은 시장금리가 5% 일 때는 7억원 대인 것이고, 4%일 때는 9억원대로 상승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전세가를 더욱 상승시킬까?

시기와 횟수의 문제일 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돌입할 거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올해 중에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금리는 고점을 보았고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전세가는 오를 일만 남은 걸까?

사견으로는 금리 인하가 급격히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가계 대출금리의 하락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판단한다. 한국은행 통계로 장기간 주택담보대출과 기준금리의 차이(스프레드)를 살펴보면 대략 1.5%~2.5%p 사이를 형성하며 평균 2.0%p 수준의 차이를 보인다. 즉, 기준금리가 3%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대략 5%였던 것이다.

그런데 2023년부터는 이 차이가 현격하게 줄어들어, 현재 기준금리가 3.5%인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로 둘 간의 차이가 0.5%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금융기관 협응의 결과물로 실제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세 대출금리는 이미 1년 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을 제공하면서 전세가 상승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본래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력사업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수록 자산 건전성이 크게 저하될 위험에 놓이자 비교적 안전한 전세대출 확대로 활로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간 점유율 경쟁으로 역마진 수준의 출혈 경쟁이 발생한 것이다.

금리 하락 속도와 선호지역 입주물량을 유심히

현 수준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기준금리 3회 이상 인하한 효과를 선반영한 수준이라는 점, 은행간 출혈경쟁이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온전히 대응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

2022년에 목도했듯 빠른 금리 인상은 집값과 전세가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느린 금리 인하는 이들 가격을 부양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통상 빠르게 변하는 변수가 가격에 충격을 주는 법인데, 올해 연말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만 2천세대 입주가 미칠 파장은 전세가 상승세를 제한할만한 공급물량이 아닐까 싶다. 과거 2018년말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9,500세대 입주 당시 서울 전반의 전세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입지와 물량 측면에서 유사한 사례로 환기된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데 갭투자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전세가 상승은 집값 상승의 단초를 제공한다. 최근의 경험은 ‘앞으로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어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된다. 근 1년 간 전세가가 올랐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집값을 밀어 올릴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된다.

다만, 전술한대로 전세가를 좌우하는 주 요인은 금리와 공급인데 대출금리는 미리 많이 내려서 전세가 상승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공급의 경우 둔촌주공 외에도 반포, 방배, 잠실 등 다수가 선호하는 지역에 대단지 신축아파트 입주물량이 순차적으로 대기 중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최근 1년의 추세대로 전세가가 꾸준히 상승하기 보다는 횡보 또는 하향 안정화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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