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지난해 Chat GPT의 등장으로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문장, 이미지 등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 생성형 AI 필수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 그리고 하나 더, 생성형 AI 데이터 폭증에 대응할 데이터센터의 자산가치도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건설사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봤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머신러닝을 위해 꼭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요. 엔비디아가 전 세계 GPU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시장은 생성형 AI 열풍을 이어받을 만한 ‘넥스트 엔비디아’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AMD와 더불어 데이터센터 리츠인 에퀴닉스를 엔비디아의 다음 타자로 지목했는데요.

글로벌 인기 섹터이지만 국내 투자자에겐 조금 낯선 데이터센터 리츠. 어떤 이유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아요.

기술력이 중요한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 및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돼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설을 뜻합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는 IT붐을 타고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됐던 1990년대 후반 즈음인데요. 이후 1998년 에퀴닉스, 2001년 디지털 리얼티가 상장하면서 데이터센터 비즈니스가 본격화됐어요.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는 ①전력 ②부지/건물 ③네트워크 등 세가지 물리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데이터센터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력 비용 부담이 낮으면서 입지가 좋은 데이터센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죠.

국내에서는 지역 간 전력요금 차이가 크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전력요금이 부지 선정의 큰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실제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북버지니아를 비롯해 시카고나 댈러스, 피닉스 등 주요 지역은 모두 저렴한 전력요금 정책을 내걸고 있어요.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특히 서버를 보관하고 조립하는 데 사용되는 구조물, 즉 ‘서버 랙’의 전력 밀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미션인데요.

랙 당 전력 효율성이 개선되면 필요한 랙의 개수를 줄여, 비용 절감과 공간 활용률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어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식히는 냉방 에너지, 인건비 등 관리 비용의 절감도 예상됩니다.

이렇듯 데이터센터는 부동산을 기초로 하지만 기술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입지와 교통, 면적 등이 최우선으로 중시되는 물류센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더불어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와 유지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디지털 인프라 산업이라 진입이 만만치 않아도, 인프라를 갖추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통신사업자가 주축이 되었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건설사 등 신규 플레이어들이 유입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선 이지스자산운용은 내년 1분기 중 하남 데이터센터를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상호연결성으로 성장한 에퀴닉스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가 데이터센터를 직접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사례는 국내에선 드물지만 선진국에서는 익숙한 사업 모델인데요. 뉴욕 증시에는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 등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인 데이터센터 리츠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요.

데이터센터 리츠는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거나 운영하며, 임대료 형태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한 경우엔 일반 부동산처럼 데이터센터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기도 하고요. 개인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리츠를 활용하면 데이터센터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죠.

그럼 데이터센터 리츠 양대산맥인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를 각각 살펴보도록 해요.

먼저 에퀴닉스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입니다. 32개 국가에 소재한 71개의 도시에서 총 248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데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기업으로 꼽혀요. 대표적으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이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죠.

에퀴닉스의 파트너들 ©Equinix

에퀴닉스는 주로 부동산을 임차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재임대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 모델 때문에 에퀴닉스 매출의 74%는 콜로케이션(colocation) 부문에서 발생하는데요. 콜로케이션이란 한 데이터센터 내에 여러 임차인을 두고 시설을 대여해주는 방식을 뜻해요.

더불어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인터커넥션(Interconnection)도 에퀴닉스의 주요 수입원인데요. 인터커넥션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운영∙관리 주체가 다른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하는 서비스에요. 만약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인터커넥션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에퀴닉스에 입주한 타 신용카드사, PG사와 네트워크를 연동할 수 있는 거죠. 

하이퍼스케일에 특화된 디지털 리얼티

플랫폼 성격이 강한 에퀴닉스와 달리 디지털 리얼티는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사용해요.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규모가 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디지털 리얼티의 주요 고객으로는 IBM과 오라클, 엔비디아, 휴랫팩커드 엔터프라이즈 등이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FACEBOOK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최소 10만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면서, 2만 2500㎡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뜻합니다. 대규모 컴퓨팅 환경에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을 탄력적으로 추가하고 할당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즉, 수요의 증가에 맞춰 유연하게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습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단일 임차가 많고 장기수요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산의 공실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임차 계약 만기 시점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공실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데이터센터 산업 트렌드는 하이퍼스케일로 기울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이 본격화되며 데이터 처리와 저장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죠.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어, 글로벌 빅테크들이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중소형 회사들의 콜로케이션 수요를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에퀴닉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xScale’이라는 이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있죠.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럭처 리서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콜로케이션 시장 점유율이 2022년 12.7%에서 2027년 11.1%로 하락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선호현상은 최근 기관들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나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에퀴닉스와 6300억원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세워 경기 고양시에 초대형 ‘SL2x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퍼시픽자산운용과 경기 용인시에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인데, 이것도 하이퍼스케일입니다.  

당분간은 압도적인 수요

그렇다면 앞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까요. “기술이 발전해 고성능, 저전력 장비로 채워진 데이터센터가 나오면 과연 지금 같은 대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지속적으로 필요할까?” 같은 의문도 생길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견고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만큼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에요. Chat GPT 3.5만 해도 4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50개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니까요. 맥킨지는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이 지난해 17GW에서 2030년 35GW로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어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 데이터센터 산업 전망은 밝을지라도, 이것이 꼭 데이터센터 리츠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콜로케이션 데이터센터의 오랜 고객이었던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등이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립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단기 계약이나 불리한 임대 조건을 감수하면서 대형 고객을 유치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1분기 실적은 에퀴닉스 우세

에퀴닉스와 디지털 리얼티의 올해 1분기 실적을 간단하게 살펴볼게요. 리츠 실적을 따질 땐 배당가능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좋아요. 현금흐름은 P/FFO나 P/AFFO로 판단하는데요, 오늘은 P/AFFO를 활용해 보겠습니다.

AFFO는 FFO에 임대료 인상분을 더하고 자본적 지출과 유지보수 비용을 뺀 값입니다. FFO를 한 번 더 조정한 순이익에 가까운 지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P/AFFO는 AFFO를 주식수로 나눈 것이에요.

에퀴닉스의 올 1분기 P/AFFO(diluted)는 8.59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미국의 시장조차업체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컨센서스인 7.92달러를 뛰어넘는 결과예요. 또 지난해 같은 기간의 P/AFFO와 비교했을 때 약 20% 상승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디지털 리얼티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습니다. 디지털 리얼티의 올 1분기 P/AFFO(diluted)는 1.56달러로 시장 전망치에 못 미쳤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 P/AFFO(diluted) 1.59달러와 비교해봐도 소폭 하락했네요.

꾸준히 상승하는 거래량

향후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외에도 데이터센터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금융 상품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거든요.

더불어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활발해 금융 상품화 하기도 좋은 편이에요. 시너지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M&A 금액은 총 480억 달러로, 2021년 49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평균 거래 규모(deal size)의 경우 2018년 8천만 달러에서 2억 3,500만달러로 약 세 배 늘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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