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며, 그 전력의 대부분은 열로 변합니다.

  • 스톡홀름, 핀란드, 파리 등 유럽 도시들은 이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해 수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 한국 수도권의 지역난방 인프라는 이러한 순환 모델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AI 검색 한 번에 전력이 얼마나 들까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GPT-4로 100단어 분량의 이메일 하나를 생성할 때 LED 전구 14개를 한 시간 켜두는 것과 맞먹는 0.14kWh의 전력이 소비됩니다. 구글 검색 한 번의 약 10배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가장 보수적인 추산치에 해당합니다. AI 연구기관 에폭 AI(Epoch AI)는 GPT-4o 기준으로 일반적인 질의 한 건에 약 0.3Wh, 그러니까 LED 전구를 2분 남짓 켜는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 역시 2025년 블로그에서 비슷한 수치(0.34Wh)를 공개했고요. LLM 모델이 발전할수록 질의당 효율은 빠르게 나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GPT-4o 기준 일반 질의(0.3Wh)는 LED 전구 2분 사용량에 불과하지만, 긴 문서를 입력하면 소비량은 수십 배로 늘어난다. (출처: Epoch AI)

그런데 문제는 질의 한 건의 효율이 아닙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인 945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2022년 기준 약 870TWh)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질의 한 건은 가벼워져도, 질의의 총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전력의 대부분은 결국 열로 변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쉬지 않습니다. 서버는 24시간 돌아가고, 그만큼 끊임없이 열을 뿜습니다. 지금까지 이 열은 대부분 냉각탑을 통해 대기 중으로 그냥 흘려보내졌습니다.

그런데 이 열을 버리지 않고 쓰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비용이 수익이 되는 도시, 스톡홀름

스웨덴 스톡홀름은 1950년대부터 구축해 온 약 3,000km의 지역난방(district heating) 배관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 건물의 약 90%가 이 망에 연결돼 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시는 한 가지 선언을 했습니다. 

우리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되, 그 열을 도시 난방에 쓰겠다.

스톡홀름 데이터파크(Stockholm Data Parks)는 시, 지역난방 사업자 스톡홀름 엑세르지(Stockholm Exergi), 전력망 사업자 엘레비오(Ellevio), 광섬유 사업자 스토캅(Stokab)이 공동으로 만든 이니셔티브입니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도시 생태계의 일부가 되면, 비용이 수익으로 바뀐다.” 실제로 이 모델에 참여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폐열에 처리 비용을 내는 대신, 도심 지역난방망에 열을 팔아 수익을 얻습니다.

사실 스톡홀름이 폐열을 회수한 역사는 더 길어요. 스톡홀름 엑세르지의 전신은 1979년 IBM 데이터센터에서 처음으로 폐열을 공급받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오픈 지역난방(Open District Heating)’이라는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슈퍼마켓, 쇼핑몰 등 잉여 열을 보유한 모든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였죠. 

2022년 기준으로 이 플랫폼의 공급자는 20개사로 늘었고, 회수되는 열의 양은 연간 현대식 아파트 약 3만 세대를 난방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됐습니다. 현재 스톡홀름 엑세르지는 데이터센터 폐열로만 약 3만 개 이상의 아파트를 난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스톡홀름 전체 지역난방을 재생에너지 및 회수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스톡홀름이 이 모델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인프라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저렴한 재생에너지와 안정적인 광섬유 연결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도시 차원의 ‘비즈니스 케이스’를 먼저 설계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구글의 첫 번째 선물, 핀란드 하미나

2024년 5월, 구글은 프로젝트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핀란드 남부 항구도시 하미나(Hamina)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2025년부터 인근 지역사회에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구글이 시설 외부에 폐열을 공급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었습니다. 발표와 함께 시설 확장에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나왔고요.

하미나 데이터센터 (출처: 구글)

하미나 데이터센터는 핀란드만 연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구글은 2011년부터 이 지역 해수를 서버 냉각에 활용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현지 에너지 회사 하미난 에너지아(Haminan Energia)의 지역난방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새로 설치될 7.5MW 히트펌프 플랜트가 폐열 온도를 지역난방에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약 1.3km의 신설 배관을 통해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수치가 인상적입니다. 이 시스템은 하미나 전체 지역난방 수요의 최대 80%를 충당하고, 연간 약 2,000가구에 열을 공급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2,000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미나 데이터센터가 97% 탄소 무배출 에너지로 운영되는 만큼, 공급되는 열 역시 97%가 탄소 중립적입니다.

구글의 인프라 및 지속가능성 총괄 벤 타운센드(Ben Townsend)는 발표 당시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지역사회 파트너십이야말로 넷제로를 향한 핵심 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핀란드에서 이런 움직임은 구글만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헬싱키 인근 에스포(Espoo)키르코눔미(Kirkkonummi)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 중이며, 완공 후에는 에스포를 포함한 인근 세 개 지자체의 지역난방 수요 상당 부분을 이 시설의 폐열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파트너 에너지 회사 포르툼(Fortum)은 이미 현지 지역난방의 25%를 폐열로 공급 중이고, 데이터센터가 완전 가동되면 이 비율이 6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르툼은 이를 위해 2023년~2027년 사이 약 2억 2,500만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에요.

올림픽 수영장을 데운 파리의 서버들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생드니(Saint-Denis) 올림픽 수중센터에서 수영과 다이빙 경기가 열렸습니다. 풀을 가득 채운 물을 데운 것 중 일부는 파리 근교 에퀴닉스(Equinix) PA10 데이터센터의 서버에서 나온 열이었습니다.

에퀴닉스 PA10 데이터 센터는 파리의 올림픽 아쿠아틱 센터를 난방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출처: Paris 2024 / MGP / Proloog)
2024년 6월, 한 엔지니어가 파리 올림픽 수영 센터의 공사 막바지 단계를 점검하고 있다 (출처: Alamy)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는 2024년 파리와 헬싱키의 세 곳에서 폐열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파리의 경우 수중센터 인근 약 1,000가구도 이 데이터센터의 폐열로 난방을 공급받고 있고요.

캐나다 마컴(Markham)에서는 2023년 말부터 에퀴닉스 TR5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주거, 상업, 교육 시설이 혼재한 약 130만 제곱미터 규모의 복합개발지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탤러트(Tallaght)에서는 아마존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지역 건물 난방에 활용되어 첫 해에만 약 1,100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냈습니다.

올림픽 수영장이라는 상징은 우연이 아닙니다. 스포츠 시설, 학교, 온수 수영장처럼 연중 안정적으로 열수요가 있는 시설은 데이터센터 폐열과 가장 잘 맞는 파트너입니다. 열은 전기와 달리 멀리 보내기 어렵고, 가까운 곳에 꾸준히 쓰는 수요처가 있어야 온전히 순환될 수 있거든요.

열에너지는 어떻게 다시 활용될까

원리 자체는 단순해요. 작동 원리를 단계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1. 외부의 찬 공기가 서버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2. 서버를 지나며 데워진 공기가 열교환기로 모입니다.
  3. 열교환기가 이 열을 물(냉각수)로 옮겨 지역난방망으로 보냅니다.
  4. 히트펌프가 물의 온도를 난방에 필요한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5. 데워진 물이 지하 배관을 따라 지역 곳곳으로 공급됩니다.
  6. 주택, 학교, 온실 등에서 난방으로 쓰이며, 탄소 배출은 줄어듭니다.
열 회수 프로세스 다이어그램 1~6단계 (출처: Microsoft Azure Heat Reuse Infographic)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온도를 다루는 기술이에요. 공랭식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는 통상 23~25℃에 불과하지만, 지역난방망은 60~90℃의 물을 순환해야 하거든요.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히트펌프입니다. 히트펌프의 성능계수(COP)는 3.0~6.0으로, 전기 1kWh를 투입해 열 3~6kWh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고온·초고온 히트펌프는 최대 140℃까지도 가능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프라 자료에 따르면, 공랭식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여름에는 소비 전력의 최대 86%, 겨울에는 69%까지 열에너지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차세대 냉각 방식인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은 이 가능성을 더 넓히고 있어요.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그는 방식으로, 더 높은 온도의 열을 회수할 수 있어 히트펌프 없이도 활용 가능한 범위가 넓어집니다.

현실의 과제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계절적 불균형이 첫 번째 문제예요. 데이터센터가 열을 가장 많이 뿜는 여름은 역설적으로 난방 수요가 가장 낮은 계절입니다. 겨울에는 외기냉각(free cooling)이 작동해 발열량이 줄어드는데, 이때 부족한 열을 채우려면 히트펌프를 별도로 가동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거리와 배관 비용입니다. 열은 전기처럼 먼 곳까지 저렴하게 보내기 어렵습니다. 온수 배관을 매설하는 비용은 미국 기준 선형 피트당 약 600달러에 달하며, 250m 거리의 연결만으로도 75만 달러 이상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지역난방망의 거리가 1~3km 이내일 때 비로소 경제성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전기요금입니다. 히트펌프 가동에도 전력이 필요합니다. 스웨덴은 kWh당 약 0.06유로, 핀란드도 낮은 편이라 이 모델이 잘 작동하지만, 독일처럼 전기요금이 높은 곳에서는 경제성 계산이 달라져요.

지역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기준 시나리오(2020-2030년) (출처: IEA 보고서 ‘Energy and AI’)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인프라입니다. 스톡홀름과 핀란드 도시들이 이 모델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지역난방 인프라가 이미 도시 전체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가능성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특히 수도권은 폐열 활용을 위한 기본 조건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분당, 일산, 하남, 안산 등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난방 인프라를 운영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이 인프라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입지할 수 있다면, 스톡홀름식 순환 모델과의 접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하남 데이터센터 개발 및 매각 경험에 이어, 안산과 고양 삼송 일대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지는 수도권 지역난방 인프라와 물리적으로 인접한 위치에 있어, 향후 폐열 활용과 같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확장될 수 있습니다.

EU는 2023년 에너지효율지침 개정을 통해 산업 폐열 활용을 의무화하고,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폐열 행동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2026년 7월 이후 신축 데이터센터에 폐열 재활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규제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시설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선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개발이 중요합니다. 스톡홀름, 하미나, 파리가 보여준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그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의 에너지 순환에 기여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 가능성을 설계에 담아야 합니다.

서버가 뿜는 열이 도시 난방 온수로 돌아오는 순환.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이지만, 이미 세계 여러 도시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