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각종 장비로부터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전통적인 공랭식 냉각에서 벗어나 물을 이용하는 수냉식 냉각이 각광받고 있죠.

  • 수냉식 냉각은 공랭식 냉각 대비 데이터센터 폐열을 회수하기가 용이한 만큼 폐열 재활용에 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 실제 구글,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곧 이러한 시도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버, 네트워크 장비, 스토리지 장치 등 각종 전자 장비들이 끊임없이 전기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작동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전기의 일부가 열 에너지로 변환되어,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상당한 양의 열이 발생합니다.

이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장비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과열로 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즉, 열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과 장비 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까지는 데이터센터에 공기를 통과시키거나 팬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냉각 장치가 일반적으로 사용돼 왔어요.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전력 소비 증가에 따라 공기 냉각만으로는 효율적인 열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다 진화된 냉각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죠.

데이터센터 업계가 주목하는 건 액체 냉각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발열이 높은 부품에 냉각수 관을 연결하여 열을 빼앗는 냉각수 순환 방식(Liquid Cooling with Cold Plates)과 비전도성 액체 속에 서버를 잠기게 하여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등이 있습니다.

액체 냉각은 특히 고온의 폐열을 더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난방이나 산업 공정에서 폐열을 재활용하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이러한 장점 덕분에,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에서 액체 냉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나오는 열을 어떻게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을까요?

전 세계에서 22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에퀴닉스는 핀란드와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Heat Export progr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회수하여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이에요.

ⓒEquinix

이 프로그램 덕분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은 인근 지역 텃밭의 과일 재배부터 지역 난방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죠. 실제로 2024 파리올림픽 당시, 센느생드니에 위치한 올림픽 수상센터는 인근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에서 공급받은 폐열을 활용해 수온을 유지했습니다.

더불어 구글은 지난 5월 핀란드에 10억 유로(약 1조 4,8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추가 투자 소식과 함께 폐열을 활용한 에너지 재활용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핀란드 하미나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는 1950년대에 지어진 제지 공장을 개조해 건설되었으며, 북해의 차가운 바닷물을 대량으로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구글 핀란드 하미나 데이터센터 냉각시설> 출처: 구글

핀란드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은 지역 가정, 학교 및 공공 서비스 건물을 포함한 인근 하미나의 지역난방 네트워크로 재배선될 것입니다. 2030년까지 모든 운영 및 가치 사슬에서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벤 타운센드 구글 인프라 전략 및 지속 가능성 부문 글로벌 책임자

이외에도 메타는 덴마크 오덴세 데이터센터 열을 인근지역 10만 가구가 필요한 난방을 위한 열원으로 공급하며, 캐나다에서는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만들어진 열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의 50%에 해당하는 전기 생산을 실현하고 있어요.

<메타의 덴마크 오덴세 데이터센터> 출처: 메타

이러한 트렌드는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폐열의 지위를 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했으며, 폐열의 활용을 지원하는 제도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데이터센터의 폐열은 전 세계적으로 ICT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환경에서 매우 유망한 난방에너지원이자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 보고서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위하여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도 데이터센터 폐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어요.

협약식에 참석한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폐열 활용 모델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해당 기술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 방안과 연구 계획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시스템이 완성되면 고양 삼송에 건립 중인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인근 지역난방에 재활용하여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열섬 현상 해결과 저탄소화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