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이제 글로벌 도시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미기후와 생활권을 고려한 환경 설계에서 나옵니다.

  • 서울형 15분 도시는 글로벌 창조계급을 서울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공의 전략이자, 민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과연 서울형 15분 도시는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기후변화는 여지없이 2005년을 강타했다. “가장 시원한 여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예언이 현실이 됐다. 인류는 이 폭염의 도시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전 지구적 기후 조절이 어렵다면, 생활권 수준에서의 미기후*를 인공적으로 조율해 생존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바람길을 최대한 활용해 생활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도시설계와 장소 전략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작열하는 태양은 태양광 에너지로 전환되어 이미 생명이 살기 힘든 사막에서도 전력을 생산하고, 태양광 패널 하부에는 그늘이 생기며 또 다른 미기후가 만들어진다. 결국, 사람이 발을 딛고 사는 ‘생활공간 차원’에서는 미기후가 핵심이며, 이는 도시설계와 같은 인위적인 기법을 통해 조절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도시열섬현상과 미기후 (사진출처: Vivek Bhardwaj, www.downtoearth.org.in/coverage/city-trapped-in-a-solar-oven-45291)

15분도시와 미기후 조절(mircroclimate control)

15분 도시는 마이크로한 도시공간 구조로, 15분 내 도달 가능한 거리로 구성되는 생활권이다. 이는 도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미기후가 작동하는 실질적 공간 단위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15분 도시의 조성은 악화된 미기후를 개선하고, 탄소저감과 미기후 친화적 생활권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전략 단위가 된다.

보행 중심의 도시 활동을 통해 단거리 접근성을 높이고, 자전거 모빌리티는 중거리 교통을 담당하면서 자동차 통행을 억제한다. 생활권 내 도시녹지와 친환경 외부 공간은 매력적인 보행축을 가능케 하며, 인공 쉐이드를 통해 그늘을 제공하면 상업축의 미기후 대응력이 높아진다. 그 결과, 활력 있는 이동과 보행이 이뤄지고, 도시 전체의 기후 대응력도 향상된다. 15분 도시는 이러한 실질적 공간 단위로서 단지설계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 이른바 ‘제4의 공간’으로서 15분 도시가 갖는 새로운 기회이자 강점이다.

미기후 조절을 고려한 국경산업신도시 Mexicali 신도시계획 (출처: SOM, Mexicali Industrial New Town, 2025)

창조계급과 15분도시

현시대를 이끄는 젠트리파이어, 즉 고학력·고소득의 창조계급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도시의 공간 사용을 재정의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소득 수준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인식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며, 일상 속 탄소저감형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일과 여가를 구분하고, 로컬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자신들의 도시 생활방식을 다른 계층에 전파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즉, 이들은 도시 내에서 준거집단으로 작동하며, 특히 고관여 부동산 상품에 대한 구매 및 사용 행태는 도시정책과 공간 기획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창조계급은 탄소저감과 15분 도시 같은 도시 전략에 대해 높은 공감력을 가지며, 정책 수용성과 확산력도 크다. 이들을 겨냥한 실험적 도시정책이나 부동산 머천다이징 전략은 사회 전환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구글 산호세 도시캠퍼스 사례 (출처: SOM, Dridon Station Area Plan, San Jose, USA, 2025)

국제도시 서울시의 재구조화

세계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제는 국가 경쟁이 도시 경쟁으로, 도시 경쟁은 특화지구 경쟁으로 넘어간 시대다. 서울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경제·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이제는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서울의 다음 전략은 특화지구 간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데 있다.

서울에서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용산일지도 모른다. 요즘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안을 보면, 이런 맥락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용산정비창 약 49만 5천㎡에 고밀 복합 개발, 수직적 녹지축 확보, 국제업무·업무복합·업무지원 존 구분, 친환경·제로에너지 도시 운영, 걸어서 접근 가능한 도심 중심 생활권(compact city)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글로벌 창조계급을 끌어들이는 공간 전략이다.

그들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고소득 창조계급은 일과 여가가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 로컬과 문화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 그리고 친환경 모빌리티와 수변·녹지가 어우러진 구조를 선호한다.

용산공원과 한강, 그리고 용산국제지구를 연결하는 수변축과 녹지축은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중심으로 사람 중심의 모빌리티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면, 용산은 자동차 중심이 아닌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하고, 로컬과 글로벌 문화가 융합된 ‘서울형 15분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국제지구 조감도와 코펜하겐 워터프론트 자전거전용도로

이 같은 방향성은 민간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앞으로는 창조계급의 감각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도시의 미기후 전략이나 15분 생활권 구조에 발맞춘 공간이 요구될 것이다. 고밀도 복합개발은 업무·주거·여가가 통합된 자산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며, 창조계급의 선호를 반영한 공유 어매니티, 저탄소 설계, 보행 친화적 프로그램은 향후 자산의 차별성과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이다. 공공 전략에 민간이 정교하게 호응할 때, 도시와 자산 모두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도시는 이제 단순히 확장하거나 멋지게 짓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미기후를 고려한 환경 설계, 그리고 사람 중심의 생활권 조성이야말로 앞으로 도시의 진짜 경쟁력이 된다.

앞으로 어떤 도시가 기후 위기 속에서도 삶의 질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바로 그런 고민을 담은 곳이 있다면, 우리는 그 도시를 ‘좋은 도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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