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주식시장: 새로운 투자 환경 속에서 훈풍이 불어오고 있어요. 약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횡보장과 강세장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 채권시장: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어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관건이 되겠죠.

  • 부동산 시장: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돼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최악의 시기는 무사히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불안요소가 있어 잘 알아보는 게 좋아요.


2023년은 전 세계가 다수의 도전에 직면한 한 해였어요. 역사적인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던 전 세계 경제가 긴축 사이클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2024년에는 조금씩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요.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궁금하시다면 월스트리트의 전망을 참고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아요.

거시경제: 금리 인하는 확실, 문제는 타이밍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파월 의장은 사실상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것을 알렸어요. 그는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며 “따라서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물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이유로 여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죠.

2023년 12월 13일 공개된 FOMC 점도표 FOMC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금리 인하예요. 사실 긴축 사이클이 곧 마무리될 것은 누구나 예상했고, 관건은 금리가 언제 그리고 얼마나 떨어지느냐였죠. 우선 횟수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단서가 있는데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은 4.6%로 나타나 있어요. 현재 금리 수준에서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죠. 당초 금리인하 횟수는 1~2차례로 예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한 셈입니다.

파월 의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질문에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며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어요. 물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발언은 섣부른 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풀이할 수도 있지만, 이미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이상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요. 소위 말하는 중앙은행의 문법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방향을 전환하는데요. 통화정책에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얼마나 큰 파급효과가 일어나는지 불 보듯 뻔하니까요. 이후 연준 인사들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럼 금리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고 내년 거시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우선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은 분명해보여요. 중앙은행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소 성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할 요소니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금리인 하 시기를 잘못 잡거나, 아니면 뒤늦게 발언을 뒤엎고 입장을 바꾼다면 거시경제는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어요. 이미 취약해져 있는 미국 경제가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거꾸러질 수도 있는 만큼, 변동성의 파도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기준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 다음 경기 사이클로 넘어간 후에도 말이죠. 따라서 미국 경제가 고금리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게 유의미하겠네요.

주식시장: 약세장은 아니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주식시장이 최소한 약세장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어요. 하지만 강세장과 횡보장 사이에서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요. 배런스에 따르면 올해 주식시장 전망치를 제시한 투자은행 중 강세를 예상한 곳은 8곳, 횡보를 내다본 곳은 7곳, 약세를 전망한 곳은 2곳이었습니다.

UBS ‘A new world’

UBS가 내놓은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건 역시 제목입니다. UBS는 제목에 ‘A new world’라는 단어를 썼는데요. 말 그대로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리라는 의미입니다. 즉 내년이 올해와는 사뭇 다를 거라는 시각을 제목에 담은 거죠.

통상적으로 금융기관들은 전망을 내놓을 때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시나리오마다 각기 다른 분석과 인사이트를 내놓습니다. UBS는 총 4가지로 시나리오를 구분했습니다. 각각 연착륙 시나리오, 이륙 시나리오, 경착륙 시나리오, 그리고 채권 수익률 상승 시나리오입니다.

UBS의 시나리오별 2024년 전망 USB

가장 확률이 높은 건 기본 시나리오로 연착륙을 가정합니다.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요. 그다음으로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건 연착륙을 넘어선 이륙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무려 5100까지 올라갑니다. 현재 나온 금융기관의 전망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죠. 물론 이보다 낮은 확률로 증시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UBS는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착륙의 성공적인 조율”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3년이 한 마디로 거의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한 해였다고 총평했습니다. 경기침체는 오지 않았고, 금리 인하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채권시장은 단기적 악순환을 제외하고는 반등했고 증권시장 역시 상승 랠리를 펼쳤죠. 하나같이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가 내놓은 예상과는 빗나가는 결과였습니다.

그럼 2024년 총평은 어땠을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준이 조종간을 잘 잡고 있고, 각종 지표가 가리키는 게 연착륙 시나리오라는 거죠. 다만 경고의 말도 잊지 않았는데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변동성이 극대화된 거시경제 환경이 예상되므로,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어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말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50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불어 “상승 랠리를 예상하는 건 금리인하 때문이 아니”라면서 “연준이 취한 조치와 기업들의 적응 방식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 “S&P 500, 4700까지”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 중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편인데요. 내년 전망에 있어서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약세장을 예상한 건 아니지만, S&P 500 지수가 4700까지 오를 거라는 다소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내놨어요. 이 수치는 지난해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에요. 즉 전 고점을 넘기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죠.

골드만삭스는 도전적인 환경을 예상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오히려 특이한 일이 없고서야 경기 침체는 없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은 15%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어요. 한때 극대화됐던 인플레이션은 완화됐고, 그 과정에서 큰 성장 둔화나 실업률 상승 등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험은 더 균형 잡힌 상태가 됐고요. 물론 중동 전쟁의 확전 등 변수가 작용한다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만요.

신흥국 및 G10의 핵심 인플레이션 중앙값 추이 Goldman Sachs Group

즉 경기가 침체되지 않더라도 상승 여력은 적다고 본 셈인데요. 배경에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적정 밸류에이션을 뛰어넘어 상승하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필요하죠. 마치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투자심리에 불이 붙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골드만삭스가 보기에는 아직 그런 모멘텀은 없는 듯하네요.

다만 12월 FOMC가 지나면서 골드만삭스가 새로이 내놓은 전망은 조금 더 공격적인데요.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S&P 500 지수가 내년 5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거죠. 코스틴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예고로 국채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실질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증권시장의 상승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모건스탠리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바로 월스트리트의 대표 약세론자로 유명한 마이클 윌슨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미국 주식 전략 부문 수장인 그는 증권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의 이목을 끌죠. 심지어 그는 지난해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 해, 그가 내놓은 올해 전망은 결과적으로 크게 빗나갔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 그는 올해 S&P 500 지수가 3900으로 마감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러나 연말 상승 랠리가 펼쳐지면서, 이 예상이 적중할 확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인사이트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가 쏟아내는 비관론은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내년에도 횡보장을 예상했는데요. 그가 내다본 2024년 말 S&P 500 지수는 4500으로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입니다.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이와 같은 예상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현재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조성된 높은 금리 환경이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고, 이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겁니다.

그러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더 먼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어요. 올해 열풍을 이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의 마진이 확대되면서, 2025년에는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죠. 종합하자면, 마이클 윌슨 전략가와 그가 이끄는 모건스탠리 팀은 2024년에는 횡보장이 펼쳐지지만 서서히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그 다음 해에는 조금 더 기대할 만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네요.

채권시장: 진정한 기회의 땅

금리가 움직일 때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라면 역시 채권 시장입니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금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지난 2년 동안 채권 시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혼돈이었는데요. 금리가 요동치면서 시장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흘러갔거든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바로 이 부분을 꼬집었습니다.

뱅가드는 “글로벌 채권 시장은 새로운 고금리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가격이 크게 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즉, 채권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거죠. 이는 달리 말하면 채권 분야에서의 투자 기회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금리인하가 다가오는 만큼, 이에 앞서 진입한 후 차익 실현을 노릴 수 있는 타이밍이죠.

뱅가드가 특히 강조한 건 고금리 환경입니다. 뱅가드는 최근 분기별 전망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라는 개념을 견지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즉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상승 여력은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를 선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동산 시장: 혹한기 끝에 봄이 올까?

마지막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입니다. 다른 시장도 그랬지만, 부동산 시장은 특히 혹한기를 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냉각된 거죠. 이런 상황 속에서 부동산에 껴있는 대출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했고, 거품이 하나둘 터지면서 시장은 휘청댔습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이 위기를 겪었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조금씩 볕이 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미국 주택 시장에는 견조한 수요와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활기가 돌 전망입니다. 전미 부동산업자 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비해 주택은 너무 적다”며 “매물 부족 현상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업체 프래디 맥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주택 건설이 늘어났지만 매매와 임대 모두에서 약 38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nsplash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또 있습니다. 부동산 회사 질로우는 “지속적인 경제성 문제가 있겠지만, 내년 중반까지 주택 가격은 쭉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구체적으로 2023년 7월부터 그다음 해인 2024년 7월까지 주택 가격이 6.5% 오를 것으로 봤죠. 또한 프레디 맥은 비슷한 기간인 2023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주택 가격이 0.8% 오르고, 이후 12개월 동안 0.9%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요? 다행히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두되며 흐름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고 내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둔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요. 이 기업의 글로벌 부동산 거래 부문 리더인 팀 보드너는 “경직됐던 시장에 훈풍이 불겠지만, 여전한 고금리 환경의 영향으로 절대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다만 조금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내년 어쩌면 후년에도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거죠.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3.6%로 2019년 말에 기록한 9.4%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공실률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코스타는 공실률이 내년 말에는 15.7%를 찍고 2026년 말에는 17% 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현재 사무실 임대 계약의 거의 절반이 팬데믹 이전에 체결된 것이라, 계약이 만료된 시기의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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