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유연한 업무공간의 미래를 제시하며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촉망받던 위워크. 하지만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
전문가들은 위워크의 몰락은 예견돼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요. 위워크의 비즈니스모델이 애초부터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죠.
-
위워크가 무너지면서 오피스 부동산 시장 전반에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종종 보이는데요. 국내 오피스 시장의 현황과 전망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공유 오피스의 시대를 열다
어느 산업에나 ‘혁신’을 일으킨 기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역시 애플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그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었죠. 빌 게이츠가 공언한 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느 가정에나 컴퓨터가 놓여있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더 옛날로 돌아가면, 컨베이어 벨트의 도입으로 누구나 자동차를 탈 수 있게 한 포드도 있고요.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기업은 많습니다. 그리고 위워크도 혁신적이라는 점에서는 빠지지 않습니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맨해튼의 한 건물에서 탄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이니, 얼마 지나지 않았죠? 몇 명의 직원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 시작한 위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뉴욕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임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를 넘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죠. 그 다음 해에는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50개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요. 그리고 이 혁신을 내세워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금을 유치했어요.
위워크가 이처럼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유경제 열풍이 있습니다. 공유경제란 말 그대로 하나의 재화를 여럿이 공유해 쓰는 것을 말합니다. 물품은 물론 생산 설비나 서비스까지,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고 빌려주는 거죠.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충격 이후 태어났는데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는 인식과 맞물려 각광받았습니다. 2011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죠. 이후 공유경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바로 최근까지도 말이에요.
위워크가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공유 오피스. 특정 공간을 작게 나눠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입주자에게 사무 공간으로 임대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공유 오피스는 회사, 그리고 사원들에게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데요. 우선 부동산 계약, 업무 환경 구축 등 사무 공간을 마련하는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사무 공간을 쉽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어요. 이보다는 조금 까다롭지만 이전도 가능하고요.
스타트업 역사상 유례없는 파열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던 위워크의 질주는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몰락은 한순간이었어요. 위워크는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습니다. 챕터11은 법인의 채무이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자산 매각 등으로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위워크는 이를 통해 임대 계약 50건에서 100건을 조기에 종료해 임대료 부담을 줄일 계획입니다. 또한 채권단과 합의를 통해 채무 중 30억 달러는 출자 전환하기로 했어요.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죠.
위워크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은 충격적이었지만, 아예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조짐은 있었거든요.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위워크는 매출의 80%가량을 이자와 임대료 지불에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야 할 임대료가 2027년까지 100억 달러에 달하죠. 고정 비용이 크다면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야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위워크의 매출은 6월 말까지 4개 분기 동안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어요. 당연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요. 쉽게 말하면, 돈을 못 버는 기업이었다는 겁니다.
방만 경영으로 몰락한 혁신기업
지금까지는 ‘I’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10년은 ‘We’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애덤 뉴먼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은 투자자들에게 We의 시대를 역설했어요. 그냥 보기에는 마치 공유 오피스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시각도 있습니다. 그가 말한 ‘I’는 사실 애플의 아이폰을 의미한다는 해석이죠. 즉 그는 위워크를 애플과 동일 선상에 올려놓으면서, 위워크가 다음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 한마디로 위워크는 단순한 부동산 전대차 기업에서 공유경제의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한마디에서 알 수 있듯이 뉴먼은 아주 영리한 달변가였습니다.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그보다 더 번뜩이는 말들로 위워크를 포장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40분 안팎의 대화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무려 44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입증한 뉴먼은 엄청난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2017년에는 포브스 지의 커버를 장식했고, 그 다음 해인 2018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도 했죠.
그러나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있었던 그의 실체는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2019년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뉴먼의 부도덕한 행태가 드러난 거죠. 그는 위워크의 ‘We’를 상표 등록한 후 회사에 판매해 돈을 챙겼고,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위워크에 재임대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경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이죠. 이외에도 뉴먼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수많은 기행을 벌였고, 이는 뉴먼을 넘어서 위워크의 평판에 흠집을 냈습니다. 즉 그의 존재가 위워크의 리스크가 된 셈입니다.
코로나19와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세상을 바꿨습니다. 이로 인해 뉴 노멀의 시대가 열렸죠.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그중에서도 업무 환경은 그야말로 급변했습니다. 전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활발해지면서 재택 근무가 일상화된 거죠. 이에 따라 직무 공간의 필요성은 줄어들었고, 이전과 달리 텅 빈 오피스가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수치로 드러납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의 주요 도시 어디에서나 일어났는데요. 특히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미국의 평균 오피스 점유율은 재택근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2020년 3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게다가 공실률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미국 경제월간지 포춘은 오피스를 포함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2030년에 1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이는 2019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입니다.
공실률이 오르고 있다는 건 결국 수요 위축을 의미합니다. 오피스 임대업을 영업하던 위워크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기존 고객들은 더 이상 오피스가 필요 없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빈 공간을 채울 새로운 고객은 구하기 힘들어졌으니까요. 위워크가 제공하는 공유 오피스의 매력도 고객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그 고객이 사라진 겁니다.
버는 돈은 적은데 나갈 돈은 산더미
위워크의 사업은 태생부터 대규모 부채와 뗄 수 없습니다. 위워크의 사업이란 결국 부동산을 빌리고 그걸 작게 나누어 기업이나 개인에게 오피스로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죠. 그리고 사업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부채도 커집니다.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부동산을 재임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제 전성기의 위워크는 39개국에서 777개 지점을 운영했는데요. 당시 위워크가 짊어진 부채의 규모는 무려 190억 달러, 한화로 24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어요. 숫자만 봐도 엄청나죠. 이 막대한 부채는 위워크의 사업이 한창 물이 올랐을 때에는 큰 문제가 안됐습니다. 위워크의 오피스를 임대한 기업들이 지불하는 금액의 일부로 충당하면 됐으니까요. 게다가 당시에는 대부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위워크는 임대료를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임대 수요가 줄어들고, 뒤따라 경기가 둔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도전적인 사업 환경 속에서 긴축에 들어간 기업들이 방을 빼기 시작한 거죠.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돈줄이 끊기자, 부채를 관리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사업을 통해 버는 돈은 줄어들었는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돈은 여전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기업들처럼 긴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할 수도 없었고요. 즉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건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위워크의 손해는 커졌고, 현금도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럼 위워크는 단순히 운이 나빠서 무너진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위워크의 비즈니스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위워크를 망가뜨린 것은 팬데믹이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이다.
존 아레나스 세렌디피티 랩스 CEO
위워크의 비즈니스모델은 단순 전대차 계약 사업이 아니라 부동산을 5년에서 10년가량 장기로 빌린 다음 몇 개월씩 단기로 나눠 세를 내주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은 대외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다시 팬데믹 시기로 돌아가 봅시다. 경기가 둔화되자 위워크의 고객들은 빠르게 방을 뺐습니다. 그러나 위워크는 부채에 짓눌리면서도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했죠. 그건 부동산이 위워크의 사업 기반이기도 했지만, 장기 계약에 묶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로 인해 위워크는 붕괴했고요. 즉 아레나스 CEO의 말처럼 위워크의 비즈니스모델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그는 30년 동안 업계에서 일하면서 무려 5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위워크는 애초부터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던 셈입니다.
위워크가 불러온 후폭풍, 우리나라는?
위워크의 붕괴는 더 큰 여진을 낳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상태였던 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되고 있는 거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건물주들이 제때 갚지 못한 대출액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태인데요. 위워크 파산을 기점으로 시장이 더욱 위축된다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를 맡고 있는 제프리 해브시는 “위워크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인해 시장에 부정적인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국내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견조한 수요 속에 공실률도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요.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2%를 기록했어요. 수요가 특히 높은 강남권(GBD)은 1.8%, 여의도권(YBD)의 공실률은 1.4%로 나타났고요. 공실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임대료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과는 다소 상반되죠.
그럼 국내 오피스 시장이 흐름을 역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오피스 공급량 부족입니다. 특히 오피스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서울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요. 서울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은 거의 남지 않은 데다가 용도도 이미 정해져 있어, 오피스를 대량 건설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오피스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인데요.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연 등으로 건축업계가 위축된 상태라, 향후 5년은 오피스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에 대한 기대도 여전합니다.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며 대부분 기업이 빠르게 재택근무 제도를 일부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했어요. 직원들을 다시 근무 공간으로 불러들인 거죠. 반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고, 불균형이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공유 오피스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해요. 오피스가 필요하지만 구하지 못했거나, 업무 공간의 유연성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들이 공유 오피스로 몰려들 테니까요. 위워크의 파산은 분명 여파가 큰 이슈지만, 국내에서는 논외인 듯합니다.
• 해당 콘텐츠는 외부 필진이 작성한 글로 당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콘텐츠 이용자의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로 이용될 목적으로 작성되었거나,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 권유, 종목 추천, 투자의사결정의 조언을 위하여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해당 콘텐츠에 제공되는 어떠한 자료나 정보에 대하여도 당사는 자료나 정보의 정확성 및 완전성에 대하여 명시적으로든 또는 묵시적으로든 어떠한 의견 표명이나 보증을 하지 않으며, 해당 콘텐츠에 근거하여 잠재적 투자자가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로 발생하는 어떠한 종류의 손해나 피해에 대하여 당사는 어떠한 책임과 의무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에 대하여 잠재적 투자자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습니다.
• 상기 내용은 2023년 11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관련 법령 및 내부통제기준에 따른 관련 절차를 준수하였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자료 및 정보는 시장 환경이 변화하거나, 주식 시장, 금리, 인플레이션, 세제 정책 등 사회적, 경제적, 정책적 환경이 변화할 경우, 기타 자산가격 변동, 환율 변동, 신용등급 하락, 부동산 가격하락, 운용결과 등 또는 화재, 홍수, 전염병 창궐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등의 경우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은 투자원금의 일부 또는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되고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과거의 운용실적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컨텐츠 작성시점 및 미래에는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거래비용, 기타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법적으로 제출되거나 등록되지 아니하였으며, 어떠한 법률에 의하여도 승인된 것이 아닙니다. 본 콘텐츠에는 일부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당사의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나 견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해당 컨텐츠는 주식의 모집 또는 매매 및 청약을 위한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투자자는 (금융상품판매업자)로부터 관련 법령에 따라 충분히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투자자의 모든 투자결정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또는 (예비)투자설명서 및 약관 등을 반드시 읽어 보시고 이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만을 바탕으로 내려져야 합니다. 본인의 투자 판단 하에 신중하게 투자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