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겠죠.

  • 그런데 이 구단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라는 것도 아셨나요?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쫓는 기업이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 그렇다면 프로축구 구단이라는 재밌는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벌까요? 맨유를 사례로 삼아 살펴봤습니다.

프로축구 구단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일정 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정기적으로 경기를 치르는 곳’ 정도로 답하실 분이 대다수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말한다면 프로축구 구단과 조기축구회가 크게 다르지 않겠죠. 프로축구 구단이 ‘프로’인 까닭은, 매년 수익을 창출하고 비용을 지불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데 있습니다.

프로축구 구단은 기업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를 무엇이라고 하죠? 네, 그렇습니다. 프로축구 구단은 ‘기업’입니다. 국내 K리그 구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원하고 운영하는 시민구단 형태가 많습니다. 그래서 구단이 기업으로서 하는 활동이 그리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프로축구 구단이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선수들에게 줘야 할 주급부터 밀리겠죠. 예를 들어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의 주급은 약 3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상당한 금액이죠.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는 데 드는, 이적료도 마련해야 합니다. 유명 스타의 이적료는 100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여기에 각종 행사를 담당하는 프론트 직원의 인건비, 구장 관리에 수반되는 각종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금액이 만만치 않습니다. 꼭 써야 할 비용만큼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구단은 파산하고 말겠죠.

잉글랜드 2부 리그 구단 더비카운티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음을 알리는 기사

구단이 파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네, 말이 됩니다. 실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많은 구단은 관중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일부 경기가 취소 또는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입장료나 중계권료 수익이 급감했죠. 재정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한 구단의 사례도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나오는 ‘더비카운티’처럼 말이죠.

뉴욕 증시 상장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렇다면 프로축구 구단이라는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맨유는 박지성 선수가 뛰기도 했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축구 구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하필 맨유냐고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필자가 응원하는 구단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맨유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티커는 MANU. 무려 IR 사이트도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 전경 ⓒflickr

상장기업은 각종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죠. 분기별, 연간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그 밖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자료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장기업’ 맨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맨유의 2022 회계연도(‘22년 6월 결산) 매출액은 5억 8300만 파운드입니다. 지금(1월 20일) 환율로는 약 8900억원 정도입니다. 전년 대비 18% 상승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억 2700만 파운드)에 아직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수익성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2021년 370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도 8700만 파운드의 적자를 냈습니다. 2년 연속 적자였죠.

하지만 주가는 향후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됐습니다.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입니다.

일정 공간에 선수와 관중이 모여야 하는 축구의 특성상, 코로나19 시기의 수익 감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2020년에도 5억 파운드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프로축구 구단은 어디서 돈을 벌까

이제 맨유의 2022년 재무제표를 뜯어보겠습니다. 연간 매출액은 5억 83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8900억원입니다.

맨유의 매출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됩니다. ①기업 스폰서십 및 저작권료 등 상업 매출(Commercial Revenue) ②중계권 매출(Broadcasting Revenue) ③ 경기 관련 매출(Matchday Revenue)입니다.

눈 여겨볼 점은 경기 관련 매출의 비중이 19%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즉 선수를 보유하고 정기적으로 경기를 개최해 얻는 수익보다는 여기서 파생되는 경기 중계권료, 상업 매출(기업 스폰서십 등)이 훨씬 크다는 겁니다. 이 같은 매출 구성 덕분에 경기가 없는 코로나19 기간에도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상업 매출(Commercial Revenue)입니다. 상업 매출은 ①기업 스폰서십(Sponsorship) ②소매, 판매 등 리테일 매출(Retail Revenue)로 구분됩니다.

기업 스폰서십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유니폼 전면, 후면 또는 팔 소매 등에 기업 로고를 노출시키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겁니다. 맨유 경기는 전 세계적으로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이 시청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있죠. 스폰서십을 제공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기업 로고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2022년 맨유의 기업 스폰서십 매출은 1억 40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2100억원에 달합니다.

중계권 매출(Broadcasting) 및 경기 관련 매출(Match day)의 비중은 각각 37%, 19%입니다. 맨유라는 기업의 매출은 꽤 다각화돼 있습니다. 경기 관련 매출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집합 제한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매출인 반면, 상업 매출 및 중계권 매출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제한적입니다.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독립된 기업로서의 구단은 축구와 직간접으로 파생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프로축구 구단이 기관 투자자나 유력가문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활약하고 있는 파리 생제르맹의 구단주는 카타르 국부펀드 자회사입니다.

축구 팬들은 아쉽지만…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스포츠라는 단어 옆에 ‘이윤 추구’라는 차가운 말이 붙는다는 데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맨유의 일부 팬들은 맨유가 축구 그 자체보다는 상업적 수익을 우선시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축구 종가’ 영국인들, 그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맨유의 골수 팬들이라면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축구 구단은 기업으로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고, 주주 가치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마주합니다. ‘팬’보다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죠.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영입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21년 맨유는 호날두를 영입했습니다. 호날두는 세계적인 스타지만 36세 노장이었죠. 많은 축구 팬은 호날두가 선수단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 스타인 그의 영업 소식이 알려지자 맨유의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당시 맨유 시총이 약 36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맨유의 팬입니다. 동시에 맨유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맨유라는 기업이 수익도 늘리고, 경기력도 끌어 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합니다. 결국 프로축구가 돈이 벌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해당 콘텐츠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 권유, 종목 추천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 상기 내용은 2023년 1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