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다카나와 게이트웨 시티는 일본의 민간 철도회사인 JR 동일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도시 재개발 사업입니다. 축구장 120개에 해당하는 도쿄 남쪽 84만 5천㎡(약 25만 5천 평) 부지를 “국내 최대급의 마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죠.

  • 교통의 요충지인 이곳에 고급 호텔과 국제 컨벤션 센터, 대규모 상업·문화 시설이 속속 들어서며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 도쿄의 경쟁력을 높이는 재개발 사업으로 손꼽히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를 정희선 필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국토 개조 및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쿄 남부에 위치한 시나가와 일대는 “일본 성장을 견인할 국제 교류 거점”으로 꼽힙니다. 2014년 도쿄도는 시나가와역 일대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이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선언했지요. 약 10년이 흐른 2025년 오늘날, 도쿄 시나가와 일대에는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조성된 시설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나가와는 탁월한 입지로 유명합니다. 하네다 공항과 도쿄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차세대 고속철도인 리니어 중앙 신칸센의 출발역이기도 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 관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곳이죠.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세계 도시 종합력 랭킹 2024’에 따르면, 도쿄는 문화·교류’ 분야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제 컨벤션 개최 건수와 외국인 방문객 수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공항 접근성, 고급 호텔 객실 수, 관광지의 매력도 등 일부 지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도시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시나가와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재편의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시바우라 블루 프론트’ 2곳입니다. 두 차례에 나누어 각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먼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49년 만에 들어선 새 전철역, 도시 재생의 신호탄

2020년 3월, 한국의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유사한 순환선인 JR 야마노테선에 49년 만에 새로운 역이 개통되었습니다. 바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Takanawa Gateway)역’입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이 역은 철골 구조와 목재를 결합한 지붕, 자연광이 들어오는 유리 천장 등 전통과 현대의 미학을 절묘하게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 역은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닙니다. 일본최대의 민간 철도 회사 ‘JR 동일본’이 추진하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출발점이죠. 시나가와 역과 타마치 역 사이에 있던 낙후된 차량기지를 재개발해 조성된 이 거대한 부지는 약 84만 5천 ㎡(약 25만 5천평) 로, 일본 내 재개발 사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네다 공항과의 뛰어난 접근성을 무기로 도쿄를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 내부 ⓒ정희선

MICE부터 쇼핑몰까지, 도심 속 거대한 복합 단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는 단순한 상업 시설 개발이 아닌 도쿄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총 5개 건물이 들어서며 2026년 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입니다. 쇼핑몰, 오피스, 고급 호텔은 물론 대형 국제 전시장까지 포함되어 있는데요. 특히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최대 2,000명 수용 규모의 대형 MICE 시설이 지하 공간에 배치된 점이 주목됩니다.

(출처: TAKANAWA GATEWAY 홈페이지)

2025년 3월 27일,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개업식을 통해 가장 먼저 완공된 복합빌딩 더 링크 필러 원(THE LINKPILLAR 1)을 공개했습니다. 공개했습니다. 다카나와 게이트 역 개찰구에서 연결된 이 건물은, 높이 약 160미터의 트윈타워 중 하나로 일본 통신사 KDDI 등 주요 기업이 입주를 마쳤습니다.

2025년 3월 완공된 더 링크 필러 원 빌딩. ⓒ정희선

앞으로 예정된 주요 시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링크 스콜라 허브(줄여서 LiSH): 도쿄대, 싱가포르국립대, 파스퇴르연구소 등과 협력하여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글로벌 창업 인큐베이터.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컨벤션 센터: 1,640㎡(약 500평) 규모의 다목적 홀을 중심으로 한 도심 최대 컨벤션 시설
링크 필러 홀(LINKPILLAR Hall): 최대 2,000명 수용 가능, 중소형 회의실 7개 포함
더 링크 필러 투(THE LINKPILLAR 2): 2026년 완공 예정 복합 상업 빌딩

JW 메리어트 호텔 도쿄, 국제학교,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도 입점 예정이며, 비즈니스와 문화, 교육이 어우러지는 복합 커뮤니티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곳은 국내외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창출하는 거점이 될 것입니다. 도심 최대 규모의 MICE 시설을 갖추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JR 동일본 마케팅 본부 도시개발 부문 시나가와 유닛 매니저, 쿠보타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달렸던 곳,  도쿄의 미래를 이끄는 곳으로

“100년 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실험장(100年先の心豊かなくらしのための実験場)”.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개발의 핵심 콘셉트입니다. 콘셉트에서 드러나듯 다카나와는 단지 건물을 짓고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데요. 이러한 철학은 다카나와가 지닌 역사성과 연결됩니다.

다카나와는 일본 최초로 철도가 달렸던 곳입니다. 1872년, 신바시와 요코하마를 잇는 일본 최초의 철도가 개통되고, 이 철도가 지나가기 위해 바다를 메워 선로를 깔았던 곳이 바로 다카나와였습니다. 당시로서 매우 혁신적인 토목 기술로 JR 동일본은 이 장소가 지닌 ‘혁신의 출발지’라는 의미를 계승해, 이번 개발을 통해 다시 한번 ‘100년 후의 삶’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JR동일본이 제시하는 미래 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람, 자연, 기술의 융합: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 풍부한 자연을 끌어들여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하네다 공항과 시나가와 역에 인접한 입지를 활용하여 국제 비즈니스와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기능한다.
지속가능성: 에너지 절감, 재생 가능 자원 활용 등 환경 친화적인 도시 모델을 실현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기여한다.
혁신 창출: 기업, 연구기관, 지역 사회가 긴밀히 협력하여 새로운 기술, 서비스, 문화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된다.

이러한 철학들이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요?

첫째, 친환경 건축입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건축가 구마 겐고(Kengo Kuma)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하지만, 환경 친화적인 건축 자재인 목재를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지향합니다. 다카나와 게이트 역사는 지붕 뿐 아니라 역내 화장실, 역 내부 인터리어에 이르기까지 목재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띕니다. 현재 개방 중인 더 링크 필러1 빌딩 1층 역시 누구나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목재 기반의 공공 좌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목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희선
ⓒ정희선

둘째, 다양한 기술의 실증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모빌리티 시스템과 배달 로봇이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실시간 혼잡도 분석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이 공간 내에서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실험 중인 배달 로봇 ⓒ정희선

셋째, 공간의 융합입니다. 많은 경우의 고층 빌딩은 쇼핑 공간과 비즈니스 공간을 분리하고 동선과 입구를 나누는데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서는 상업과 오피스 공간의 구분을 허물었습니다. 이는 일과 일상, 비즈니스와 휴식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시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창의력이 증폭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은 설계입니다.

ⓒnewoman

500그루 넘는 식물 정원이 들어선 쇼핑 시설, 루미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서 상업시설을 담당하는 핵심 플레이어는 JR동일본이 운영하는 쇼핑몰 브랜드 루미네입니다. 루미네는 자사 최대 규모의 상업시설 뉴우먼(NEWoMan) 매장을 이곳에 선보입니다. 루미네는 여태까지의 상업 시설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예컨대 초고층 빌딩 안에 500 그루가 넘는 식물을 배치하고 일본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다미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2025년 3월에는 일부 브랜드가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블루보틀 커피는 남쪽 타워에, 플로리스트 니콜라이 버그만은 ‘리빙(Living)’ 콘셉트를 적용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북측에 오픈했습니다.

오는 가을에는 트윈타워 남측과 북측의 저층부에 총 170여 개의 매장이 문을 열 예정입니다. 특히 북쪽 타워 28층과 29층에는 ‘루프트 바움(LUFTBAUM)’이라는 도심 속 식물 정원이 조성됩니다. 500그루 이상의 식물이 배치된 이 공간은 고도 100미터 이상의 고층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개성 있는 매장 10곳이 함께 입점할 예정입니다.

도심 속 식물정원, 루프트 바움 ⓒnewoman

2026년 봄에는 ‘뉴우먼 다카나와 미무레(MIMURE)’가 문을 엽니다. 약 8,000㎡(약 2,420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 공간은 일본의 로컬 콘텐츠와 식문화를 테마로 합니다. 커피, 맥주, 초콜릿, 젤라토 등 네 가지 품목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체험형 매장이 들어섭니다.

일본의 지역 콘텐츠와 식문화를 만날 수 있는 상업시설, 미무네 ⓒnewoman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공간은 ‘루프트 바움’인데요, 이 공간은 일본 각지의 장인들이 길러낸 식물과 자연을 도심 속 고층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지상 100미터 이상의 고도에서 펼쳐지는 식물 정원은 지금까지의 쇼피몰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입니다. 자연에 둘러싸인 100평 규모의 레스토랑,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고급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360도 입체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된 자연 친화형 휴식 공간은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휴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루미네 매장들과 가장 다른 점은 ‘체험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디자인, 아트, 크리에이티비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루미네 대표, 오모테
JR동일본이 운영하는 쇼핑몰 브랜드 뉴우먼이 건물 세 동에 각기 다른 콘셉트의 쇼핑 시설을 선보인다. ⓒnewoman

오늘날 도쿄 재개발 프로젝트들의 공통점

최근 도쿄의 다양한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점은 이제 도시개발이 단순히 땅 위에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시의 역사, 문화, 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역시 이러한 고민의 산물입니다.

일본 철도의 시작점 중 하나였던 다카나와는 이제 도시의 미래를 실험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국제 교류의 허브, 혁신 산업의 인큐베이터, 그리고 도쿄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이 공간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그 속에서 일어날 ‘경험’과 ‘교류’를 중심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도시가 진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물리적 크기의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공간과 사람, 기술과 문화가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그런 점에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도쿄가 그리는 미래 도시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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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5년 5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