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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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첨단 기술의 심장입니다. 인공지능, 로봇, 전기차, 클라우드 등 모든 미래 기술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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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충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팽팽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수출 통제와 동맹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자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기술 산업으로 옮겨붙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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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메모리, 파운드리 등 전 영역에서 변화를 일으키며, 글로벌 반도체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하죠. 실제 과거를 되짚어 보면,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교전이 일어나는 전쟁부터 물밑에서 이뤄지는 전쟁,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맞붙는 전쟁 등이죠. 그리고 현대사에 들어서면서 주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건 미국과 중국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제법 오래됐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낯선 이야기는 아닌데요. 양국의 적대 관계가 극에 달했던 게 한국 전쟁이었거든요. 당시 미국이 주도하는 UN군은 남한을 지원하고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면서 일종의 군사 충돌을 겪었죠. 이후에도 이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요. 물론 영원한 싸움은 없다고 관계가 정상화되며 협력 전선을 구축하거나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하게 되기도 했지만, 신경전은 여전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지나 최근의 패권 다툼 양상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드러내 놓고 충돌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가운데 두고 전략적으로 경쟁하게 된 거죠.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현재진행형으로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21세기의 석유
반도체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쉽게 말하면 순수한 상태에서는 부도체처럼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도체처럼 전기가 흐른다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빛이나 열을 가하거나, 특정 불순물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도핑 과정을 통해서요. 이 덕분에 불순물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여 전기 저항, 그러니까 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특성만 보고도 왜 현대 기술의 심장이라 불리는지 짐작할 수 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도 사용되고, 심지어 자동차에도 활용됩니다. 또 통신 네트워크나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에도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죠. 즉, 반도체 없이는 디지털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21세기에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는 현재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 공동체, 나아가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자산이라는 거죠. 핵심 광물인 희토류나 에너지 자원인 석유, 천연가스 등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겁니다.
‘반도체 경쟁’의 시작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중국의 과거를 살펴봅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막대한 양의 반도체를 소비하는 주요 수입국이자 생산 기지였죠. 그러나 핵심 기술이나 설계 기술, 장비 등은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였던 거죠. 이러한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선언했습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2015년 5월에 공식 발표한 산업 고도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 목표는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거였습니다. 단순히 많이 생산하기만 하는 저비용 생산 중심 국가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이었죠. 중국은 10대 핵심 육성 산업을 선정했는데요. 그 1순위가 바로 차세대 정보기술(IT), 특히 반도체였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목표는 핵심 부품 및 소재의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1단계로는 2020년까지 핵심 부품 자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려 했고, 2단계로는 2025년까지 핵심 부품 자급률을 70% 달성하려 했죠. 그래야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를 벗어나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나아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요.
중국 견제하는 미국
그런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는 없겠죠.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으며 반도체를 포함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무역 전쟁의 신호탄이었던 셈이죠.
그다음 해인 2019년에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했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또 1년 후인 2020년에는 제재를 한층 강화해,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어요.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갔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 노선을 이어받아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압박을 가했습니다. 기존에는 중국보다 몇 세대 앞서 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지연시키고 최대한 큰 격차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거죠.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법’이라 불리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를 제정하고 50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목적으로요. 다르게 말하면,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 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와 관련 장비,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은 셈입니다.

미국 견제에 대응하는 중국
이에 중국도 핵심 원자재를 통제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주요 생산지입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글로벌 생산량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헤이그 전략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갈륨은 90% 이상 그리고 게르마늄은 68% 수준이죠. 당시 중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처는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 수라고 해석했습니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3년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이 자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에 심각한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구매를 금지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중국은 최근 자국의 주요 기술 기업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죠. 마찬가지로 백도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요. 즉, 두 국가의 치열한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중국은 미국에 반격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아예 미국의 기술 통제에서 벗어나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 거죠.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의 가장 핵심적인 동력으로 삼은 건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입니다. 대기금, 혹은 빅펀드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 펀드는 총 3번에 걸쳐 조성되었습니다. 1기(2014년)는 약 1400억 위안, 2기(2019년)는 약 2000억 위안, 3기(2024년)는 약 3440억 위안 규모였죠. 통화가 달라서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각각 27조 5000억 원, 39조 원, 65조 5000억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보니 얼마나 큰 규모의 펀드인지 알 것 같죠?

이 중 가장 최근에 조성된 3기 펀드는 1기와 2기 펀드의 자금을 합친 컷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게다가 중국 재정부만이 아니라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6대 국유 상업은행이 출자에 참여했죠. 그리고 이 거대한 규모의 펀드는 반도체 제조 분야, 특히 미국의 제재로 인해 취약한 고리가 된 반도체 장비와 소재, AI 칩 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종합하자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그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첨단 기술의 시대에 반도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죠. 그러나 경쟁 구도에 있는 미국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니, 중국은 반드시 기술 자립을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끊임없는 대중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했다”고 말했죠.
국운이 달린 문제라 그런 걸까요? 생존을 위한 노력은 빛을 보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향상됐습니다. 그것도 모든 분야에서 말이죠. 이제는 전통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대만, 우리나라와 겨룰 수준이 됐습니다. 과연 엔지니어의 나라라고 불리는 중국답다고 할까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소식도 하나 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화웨이, 캠브리콘 등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빅테크를 불러 엔비디아 칩을 분석했고 중국 제품의 성능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벤치마크 등 객관적 성능 지표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니 단순한 허풍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여겨볼 만한 건 분명합니다.
그럼,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의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
- 인공지능(AI) 반도체
너나 할 것 없이 AI 기술을 쓰는 시대가 되면서, 이 기술의 근간이 되는 AI 반도체의 중요성도 더없이 커졌습니다. 빅테크 가운데서는 이 칩을 쓰지 않는 기업이 없고, 첨단 기술을 접목해 성장을 노리는 기술 기업들도 앞다퉈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는 가장 치열한 격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현재 AI 반도체 분야의 명실상부한 1위는 엔비디아입니다. 미즈호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AI 가속기(GPU) 시장의 70%에서 최대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력은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습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엔비디아의 칩을 활용해 AI 기능을 쉽게 개발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래밍 모델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데, 이런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냉정하게 말해 엔비디아와 비견할 만한 라이벌은 아직 없습니다. 시장 선점과 독과점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엔비디아를 놀라운 속도로 추격하는 기업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화웨이입니다.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한 것만 봐도 이 기업을 위협으로 느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화웨이는 여전히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지만,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AI 칩은 ‘어센드’ 시리즈로 불리는데요. 화웨이는 약 7년 전 출시한 어센드 310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어센드 910C를 출시했습니다. 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에는 못 미치지만, H100 성능의 6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테크놀로지 매체인 톰즈 하드웨어는 “이번 어센드 910C 성능 테스트는 어려운 외부적 환경에도 화웨이의 AI 프로세서 역량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어요.
화웨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화웨이는 지난 9월 향후 3년간의 AI 칩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는데요. 이 계획에 따르면, 2026년에 어센드 950 시리즈, 2027년에 어센드 960 시리즈, 2028년에 어센드 970 시리즈를 차례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엔비디아가 그러는 것처럼 매년 성능을 두 배씩 향상한 신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보기에는 엔비디아를 따라잡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릴 것 같죠. 화웨이가 두 배씩 성능을 높이더라도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니까요. 화웨이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묘수를 냈는데요. ‘아틀라스’라고 불리는 슈퍼클러스터 솔루션입니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수많은 어센드 칩을 고속으로 연결하여 단일 칩의 성능 열세를 압도적인 규모로 만회하는 ‘스케일 아웃’ 전략이에요. 반도체 하나의 성능으로는 겨룰 수 없다면, 효율성을 높여 시스템 전체의 연산 능력에서 능가하겠다는 거죠.
화웨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치 엔비디아가 쿠다(CUDA) 플랫폼을 구축한 것처럼요. 이름은 마인드스포어(MindSpore) 플랫폼인데요. 화웨이의 어센드 칩에 최적화돼, 함께 사용하면 연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훈련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오픈소스로 공개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요. 화웨이는 이를 통해 개발자를 유치하면서 어센드 칩 위주의 생태계를 조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중국에는 화웨이밖에 없는 걸까요? 당연하지만, 그건 아니고요. 화웨이가 크고 강한 기업이라면, 작고 강한 기업도 있습니다. ‘중국의 엔비디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입니다.

캠브리콘은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입니다. 말 그대로, AI 칩만 설계하는 기업이라는 거죠. 캠브리콘은 엔비디아가 본격적으로 AI 전용 GPU를 선보이기도 전 세계 최초의 상업용 AI 칩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캠브리콘은 이러한 성과 덕분에 화웨이의 파트너로 낙점받으며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캠브리콘의 봄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캠브리콘도 상무부의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랐거든요. 이로 인해 캠브리콘은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직원 수백 명을 해고해야 했습니다. 상장 전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들은 2023년 내내 주식을 전량 팔아 치우고 떠났고, 상장 후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도 분노했습니다. 이게 2023년. 전 세계가 AI 열풍에 휩싸이기 시기, 캠브리콘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었던 겁니다.
죽어가던 캠브리콘을 되살린 건 미국의 반도체 규제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이 수출길을 끊어버리자 중국은 자구책을 찾아야만 했거든요. 캠브리콘은 이 타이밍에 쓰위안 590을 출시했습니다. 총연산성능(TPP) 기준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100 성능의 90% 안팎 정도 되는 제품이었죠. 캠브리콘은 이 제품을 계기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선택을 받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습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인 H20의 대체품으로 가격이 더 저렴한 쓰위안 670을 출시했고요.
물론 캠브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AI 반도체 시장에서 캠브리콘이 차지한 비율은 1%에 그쳤습니다. 66%에 달하는 엔비디아는커녕 화웨이(23%)와 AMD(5%)에도 한참 못 미치죠. 올해도 4% 남짓일 것으로 예상되고요.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외치는 한 캠브리콘은 수혜를 입을 테니 성장세를 이어 나갈 수 있겠죠.

AI 반도체는 데이터 처리와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그럼 이 반도체의 처리와 연산을 거친 데이터가 저장될 장소도 필요하겠죠. 이게 흔히 말하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D램, 낸드플래시,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이죠. 익숙한 이름들이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주력 분야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기술력보다 몇 단계는 아래라고 여겨졌어요. 그러나 이것도 옛날 일이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자국의 탄탄한 생태계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건 낸드플래시입니다.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낸드플래시 업체 YMTC는 기술을 고도화하며 선두 주자들을 추격하고 있어요.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수준이죠. YMTC는 지난 2월 294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낸드플래시는 단을 수직으로 많이 쌓을수록 저장 밀도가 늘어나는데, YMTC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과 단수 경쟁을 벌일 정도로 기술력을 높인 겁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HBM 자립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 전략이 흥미로운데요. 중국 기업들은 낸드플래시 1등 YMTC와 D램 1등 CXMT를 위주로 뭉치고 있어요. 일종의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고 할까요. 구체적으로 CXMT가 D램을 제공하고, YMTC가 이를 쌓아 올리는 본딩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이죠. 참고로 이러한 연합 전략은 중국 제조업 기업들이 압도적인 속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시장을 제패한 비결이기도 합니다.
3. 파운드리
제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설계한다고 해도 실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지금까지 생산자의 역할은 대만의 TSMC가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업계에서도 자립을 꾀하고 있어요.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22nm)은 글로벌 시장의 21%를 차지했습니다. 1위인 대만(23%)을 바짝 뒤쫓는 수치로, 우리나라의 19%보다도 높죠. 그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중국이 2030년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의 30%를 차지하며 글로벌 1등 파운드리 국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생산 능력은 몰라도 기술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현재 중국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가 보유한 가장 진보된 공정은 7nm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할 수 없어 기존의 장비를 활용해 구현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TSMC나 삼성전자가 이미 3nm 공정을 안착시키고 2nm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약 5년 정도 격차가 있습니다. SMIC는 올해 안으로 5nm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술 수준에서 차이가 있죠.
그래서 중국은 전략을 다시 짰습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니, 28nm 이상의 레거시 공정 시장을 우선 장악하기로 한 거죠.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력 경쟁보다는 가격 경쟁을 하는 게 더 유리하니까요. 게다가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수요도 강하기 때문에 이 점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면 들어선 패권 다툼
반도체 산업의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다툼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누가 승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중국은 아예 자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미국은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니까요. 갈등은 깊어질 테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죠. 크리스 밀러 교수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반도체를 놓고 싸우고 있다”며 “누가 승자가 되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대국이 되는 열쇠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두 국가의 싸움인 만큼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는데요. 사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흔들리고 게다가 중국에 세운 생산 공장에 최신 장비를 반입하거나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어요. 물론 그 가운데서도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려할 요소가 많아진 건 확실하죠. 새로운 판이 짜이는 이 시점에 과연 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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