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런던에서는 전체 공실과 별개로 프라임 오피스에 임차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 기업의 오피스 선택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인재 유치와 생산성, 조직 경험을 고려해 접근성·편의시설·디지털·친환경 성능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 서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일부 관찰되며, 앞으로는 시장 전체보다 어떤 자산이 선택받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몇 년간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서는 오피스 수요의 구조 변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재택근무 확산과 공실률 상승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수요 감소 여부보다 기업의 오피스 선택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런던에서 특히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만 제곱피트(약 5,600평)가 넘는 새 본사 공간을 찾고 있지만, 조건에 맞는 건물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택근무용 협업 도구 ‘팀즈(Teams)’를 제공하는 기업조차 원하는 수준의 오피스를 찾기 쉽지 않은 셈입니다.

이는 오피스 수요가 단순히 줄고 있다는 해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입지와 접근성, 편의시설, 디지털·친환경 성능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시장 내에서도 자산별 선호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이후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오피스를 선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임차 수요와 자산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런던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찾는 오피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신규 본사 후보지로 검토하는 지역은 런던 서부 패딩턴에서 동부 카나리 워프까지 이어지는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 인근입니다. 이 지역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최근 기업의 오피스 선택 기준 변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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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이후 기업의 오피스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접근성과 통근 편의성, 업무 환경의 질이 임직원의 출근 경험과 공간 활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들 요소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지는 모습입니다.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외곽 주거지와 주요 업무지구를 빠르게 연결해 이러한 변화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교통 인프라로 평가됩니다.

공간 자체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야외 테라스와 피트니스센터, 식음시설, 휴식·명상 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이른바 ‘호텔급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 통근 편의성과 공간 경험, 업무 환경의 질까지 함께 고려되는 흐름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오피스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입지와 면적만으로 자산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보다, 임직원의 이용 경험과 업무 효율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점차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 관점: 오피스가 인재 전략의 일부가 되다

JLL이 전 세계 68개 도시, 40개국을 조사한 ‘2026 글로벌 오피스 피트아웃 비용 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오피스 인테리어 비용은 지역에 따라 2~6% 상승했습니다. 중간 사양 기준 글로벌 평균 비용은 제곱미터당 약 2,150달러, 제곱피트당 약 205달러입니다. 미국·캐나다의 평균은 제곱피트당 295달러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오피스 투자에서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공간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JLL은 기업 간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간의 품질’이 인재 유치와 조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주목할 점은 기업이 요구하는 오피스의 ‘기준선’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합 빌딩 시스템과 고사양 AV, 충분한 전력과 냉방 능력 등 과거에는 부가적인 사양으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이제는 기본 조건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 도입 확대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합니다. 기계·전기·배관(MEP)과 AV·IT 설비가 전체 피트아웃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 시장에서 12%까지 높아졌습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통신·냉방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존 오피스와 최신 오피스 사이의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자 관점: 좋은 공간은 조직 경험을 바꾼다

설계·디자인 기업 젠슬러(Gensler)가 15개국 약 1만6,00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서베이에 따르면, 현재 업무 공간이 자신의 최고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하게 동의’한 근로자는 26%에 그쳤습니다. 반면 우수한 업무 공간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현 직장에 계속 근무할 의향이 약 3배 높았습니다.

또한 업무 공간에 만족하는 근로자의 90%는 회사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공간과 단절감을 느끼는 근로자 가운데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47%에 그쳤습니다. 근무 장소와 방식에 대한 선택권이 높은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공간이 개인과 팀의 생산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2.5배 높았습니다.

공간이 단순한 복지 요소를 넘어 생산성과 조직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다음 해인 2026년 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업무 공간의 부족한 기능을 스스로 보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용한 공간이나 회의실이 부족해 기존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업무 방식을 스스로 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 Gensler, Global Workplace Survey 2026

예를 들어 회의실 부족으로 회의를 취소하거나, 회의 공간 대신 개인 좌석에서 미팅을 진행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소음·온도·프라이버시·수납 등 공간의 기본 기능을 근로자가 직접 보완하고 있다는 응답도 확인됐습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 좋은 오피스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인테리어 비용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인재 유지와 업무 효율, 조직 경험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공간 투자의 의미도 보다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관점: 수요는 프라임으로 이동한다

기업과 근로자의 변화는 임대차 시장에서도 확인됩니다.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에 따르면 2025년 런던 오피스 시장에서는 1,400건, 총 1,210만 평방피트(약 34만 평) 규모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계약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2만 평방피트 이상 대형 거래 98건 가운데 70건이 면적을 늘리는 확장 이전이었고, 이들 거래를 통해 약 290만 평방피트(약 8만 평)의 순흡수면적이 발생했습니다. 순흡수면적이 플러스라는 것은 비워진 면적보다 새롭게 사용된 면적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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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수요가 모든 오피스로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티 코어의 신축 고사양 오피스 공실률은 0.3%까지 낮아졌습니다. 시장 전체에는 빈 공간이 남아 있지만, 기업이 선호하는 최상위 자산은 오히려 부족한 모습입니다.

대형 임대차 거래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딩 기업 스퀘어포인트(Squarepoint)는 2025년 런던 시티의 65 그레셤 스트리트에 위치한 약 40만 평방피트 규모의 건물 전체를 임차하기로 했습니다. 법률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논빌러블이 인용한 나이트프랭크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런던 법무법인의 오피스 수요는 전 분기 대비 6.1% 증가했고, 최근 계약의 약 4분의 3이 면적을 확대하는 거래였습니다.

즉 런던 오피스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수요의 회복 여부보다 그 수요가 어떤 자산으로 향하고 있는가입니다. 최근 거래에서는 상대적으로 입지와 사양이 우수한 자산으로 기업의 선택이 모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급은 왜 따라오지 못할까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맞는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발 물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오피스를 새로 공급하기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런던에서 계획 단계에 있는 약 3,600만 평방피트의 신규 개발 물량 가운데 실제 착공 가능성이 높은 물량은 430만 평방피트로 전체의 12%에 불과했습니다. 공사 중인 물량 역시 모두 프라임 오피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8년까지 완공 예정인 약 1,190만 평방피트 가운데 기업들의 높아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물량은 약 760만 평방피트로 추정됩니다. 이를 과거 평균 임차 수요와 비교하면 2028년까지 약 800만 평방피트, 약 22만 평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 부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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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급이 제한되는 배경에는 개발비 상승과 요구 성능의 고도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른 데다, 전력·냉방·통신 등 기업이 요구하는 설비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친환경 성능과 에너지 효율까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규 개발이나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프라임 오피스의 희소성은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신규 공급은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간극이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짚어볼 변수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고 해서 이러한 흐름이 모든 시장 환경에서 동일하게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리와 경기, 기업의 투자 계획에 따라 수요와 공급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금리와 리파이낸싱입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개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기존 상업용 부동산의 차환 부담도 커집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 도래와 차환 위험을 주요 변수로 지적해 왔습니다.

금융비용 상승은 신규 투자와 임차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동시에, 개발 사업의 지연을 통해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 셈입니다.

둘째는 경기와 기업의 확장 전략입니다. 경기 둔화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거점과 인력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습니다. 최근 런던에서 확장 이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여건이 달라지면 오피스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수들은 모든 오피스에 동일한 영향을 주기보다 자산별 경쟁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JLL은 프라임 입지의 ‘future-fit’ 자산이 임차 수요와 임대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반면, 비프라임 자산은 가격 형성과 유동성 측면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분석합니다.

서울에서도 나타나는 ‘Flight to Quality’

런던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한 흐름은 서울에서도 일부 확인됩니다. 특히 시장 전체의 공급 여건과 별개로, 신축·대형·우량 자산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세빌스의 글로벌 임차인 시장: 프라임 오피스 코스트 2026년 2분기 보고서는 서울을 런던, 싱가포르와 함께 ‘우량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가 나타나는 도시로 언급했습니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한 서울 프라임 오피스 점유비용은 2026년 2분기 전 분기 대비 약 4% 상승했습니다.

국내 지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서울에는 G1 서울, 르네스퀘어 등 대형 오피스 준공으로 약 9만9,000평의 신규 공급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오른 7.3%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공급 증가가 우량 자산의 임대료 약세로 곧바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CBD 대형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했고, 강남권역(GBD)의 초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0.3%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지표는 공급 확대 국면에서도 자산의 규모와 품질, 입지에 따라 임차 수요와 임대 성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빌스코리아도 2026년 전망에서 신축 및 리모델링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런던과 서울은 공급 구조와 임대차 관행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두 시장 모두에서 시장 전체의 방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산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오피스의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기준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런던 본사 찾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많은 사무실이 비어 있는데도 글로벌 기업이 원하는 건물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현재 오피스 시장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업에게 오피스는 단순한 고정비용이 아니라 인재와 생산성, 조직 경험을 뒷받침하는 경영 인프라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자산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입지와 접근성뿐 아니라 편의시설, 에너지 효율, 디지털 인프라, 전력과 냉방 성능, 공간 운영 역량까지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변화는 기존 자산에도 다른 과제를 던집니다. 과거에는 입지와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변화한 임차 기준에 맞춰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리노베이션과 리포지셔닝, 경우에 따라 용도 전환까지 밸류업 전략이 중요해지는 배경입니다.

앞으로는 ‘오피스 수요가 늘었는가, 줄었는가’보다 어떤 공간에 수요가 모이고 있으며,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런던과 서울에서 관찰되는 최근의 흐름은 오피스 시장의 핵심이 단순한 수요의 증감보다 ‘어떤 자산이 선택받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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