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2025년을 맞아 KKR은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그 지분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비전형적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 KKR이 노리는 건 수익을 다각화하면서 안전성을 높이는 겁니다. 또한 자체 자본 활용도를 극대화하고요. 이를 통해 장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다만 이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주로 선택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거든요. 이번 KKR의 도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자본시장은 지난 몇 년 간 침체 국면에 있었습니다. 도전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거래 활동은 위축됐고 기관들 역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돈이 돌지 않으니 아무리 날고 기는 큰 손이라고 해도 도리가 없었던 거죠.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 친화적인 성향인 데다 각종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죠. 이런 인물이 대통령에 오르자 시장에는 자연스레 기대감이 퍼졌고, 실제로 2024년말에는 경직돼 있던 자금 흐름이 다소 원활해지면서 거래량도 전년 대비 증가했습니다. 기관들도 오랜만에 한숨 돌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그리고 2025년, 잠시 주춤했던 기관들은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3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소 아쉬웠던 마무리

KKR은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회계연도 2024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아쉬웠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였습니다.

우선 사모펀드의 퍼포먼스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운용자산(AUM)입니다. KKR의 회계연도 2024년 AUM은 638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15% 증가한 규모죠. 또 실제 수익과 직결된 수수료 부과 운용자산(FPAUM)은 5120억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15% 증가한 규모예요.

KKR 운용자산 및 자본 구조 변화
KKR 운용자산 및 자본 구조 변화 (출처: KKR Investor Relations)

하지만 이는 월스트리트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6434억 달러의 AUM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이러한 현상은 수수료수입(FRE)에서도 나타났습니다. KKR의 회계연도 2024년 FRE은 8억 43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이 수치는 전년 대비 무려 25% 증가한 규모예요. 그런데도 시장의 기대치였던 8억 5280만 달러에는 소폭 못 미쳤죠.

KKR 2024 회계연도 주요 재무 지표
KKR 2024 회계연도 주요 재무 지표 (출처: KKR Investor Relations)

즉, KKR의 퍼포먼스가 부진한 건 아니었지만 KKR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너무 높았던 셈입니다. 수치로만 보면 어닝 미스가 된 거죠. 그러나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KKR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도 있어요.

실제로 KKR의 성적표에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어요. 그중 하나는 인프라 부문의 성과입니다.

KKR의 인프라 부문 총수익률은 회계연도 2024년에 14%를 기록했습니다. 4분기만 떼어놓고 봐도 2%에 달하죠. 상승 폭은 물론 꾸준한 추세도 다른 부문에 비해 두드러집니다. 로이터는 “인프라 부문이 KKR의 자본시장 사업을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KKR 실물 자산 포트폴리오 수익률
KKR 실물 자산 포트폴리오 수익률 (출처: KKR Investor Relations)

KKR이 지난 몇 년 사이 인프라 부문 강화에 힘을 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과는 분명 고무적입니다.성공적인 베팅이었다는 의미니까요. KKR의 인프라 사업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70억 달러로, 5년 사이 6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KKR의 승부수

KKR의 지난 한 해를 평가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의 높은 눈높이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여지를 남겼다고요.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더 큰 기대를 하게 했으니까요.

KKR는 올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재정비하고 있는데요. KKR이 준비한 무기 중 하나는 이례적인 직접 투자 전략입니다.

KKR은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USI 보험 서비스, 1-800 콘택트, 하트랜드덴탈 등 3개 기업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규모는 총 11억 달러, 한화로 1조 6000억 원이 넘습니다. KKR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스콧 너클은“이번 직접 투자는 우리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표시”라며“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어요.

출처: WSJ

즉, 앞으로도 직접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시사한 건데요. 이를 흔히 비전형적 직접 투자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전통적인 방식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인 셈이죠. 이 전략의 특징은 자체 자본을 활용하여 기업 지분을 직접 인수하고, 이를 오랜 시간 보유해 기업의 성장과 배당 증가에 따른 장기 수익 창출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존 사모펀드의 사업 전략과는 차이가 있죠? 사모펀드는 본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수료 및 성과보수 등을 통해 수익을 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반환해야 하므로 신속한 회수가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수익 실현까지의 투자 기간도 통상 5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

이처럼 비전형적 직접 투자 방식은 KKR에게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달리 말하면 승부수인 셈이죠. KKR은 이를 위해 지난해 스트래티직홀딩스라는 투자 부문을 신설했어요. 스트래티직홀딩스는 현재 18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콧 너클의 발언대로 앞으로 직접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입니다.

KKR이 노리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시도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KKR처럼 기존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 그렇죠. 그런데도 공격적으로 나서다니. 이유가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죠. 그럼 KKR의 노림수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수익 다각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모펀드의 주요 수익원은 운용 수수료와 성과 보수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큽니다. 가령 자본시장이 경색되거나 경기침체가 오면 엑시트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일어났던 상황이고요.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원을 따로 둔다면,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겠죠.

또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KKR은 최근 개인 투자자 유치와 자산관리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를 위해 고액 자산가를 비롯한 리테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늘리는 추세예요. 스트래티직 홀딩스 역시 이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사모펀드와 달리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니까요.

버크셔 해서웨이 따라하기

KKR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찬찬히 뜯어보니,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역시 이런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거든요.

잠시 버크셔 해서웨이를 살펴봅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실제 소유하고 운영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요 자회사로는 게이코,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철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데어리 퀸 아이스크림, 프리시전캐스트파츠 등이 있습니다. 보험사부터 철도, 에너지, 패스트푸드, 항공 부품 제조 등 업종도 다양하죠.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및 관계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및 관계사 (출처: berkshirehathaway.com)

흥미로운 점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실제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율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버크셔 해서웨이는 기업을 인수한 후에도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를 통해서 기업이 흔들림 없이 장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물론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완전한 지주회사입니다. 즉, 직접 기업을 소유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사모펀드 운용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는 KKR과는 다르죠.

다만, 이런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KKR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방식을 일부 받아들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KKR의 스트래티직 홀딩스 설립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기 성장 전략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KKR

KKR의 이런 행보는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와는 확실히 차별화됩니다. 대부분 사모펀드 운용사는 전통적인 사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KKR과 함께 글로벌 3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불리는 블랙스톤이나 칼라일 그룹은 물론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CVC 캐피탈파트너스, 베인 캐피털, TPG 캐피털 등이죠. 이들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KKR처럼 비전형적 직접 투자를 하지는 않아요.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단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직접 투자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이 아니라 자체 자본을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즉, 자기 곳간이 가득 차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의미인데요. KKR처럼 수십년동안 자본을 축적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대규모 자본이 부족합니다. 대부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거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규제 문제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특정한 프레임워크 안에서 운영돼요. 그리고 사모펀드라는 모델을 기반으로 한 계약에 묶여있죠. 이 때문에 기존과 다른 형태의 투자를 시도했을 때 규제와 충돌할 수 있어요. KKR은 이를 고려하여 스트래티직홀딩스를 중심으로 별도 투자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즉, KKR처럼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게 아니라면 걸림돌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기존 방식대로 돈을 잘 벌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라면 굳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도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본업에 집중해서 성과를 올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서 조금 변주를 주는 것만으로도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고요. 이런 이유에서 KKR의 비전형적 직접 투자가 더욱 눈길을 끕니다.

새로운 도전, 그 결과는?

결론적으로, KKR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베팅을 한 셈인데요.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결과를 논하기에도 이른 시점이고요.

다만 KKR은 이러한 비전형적 직접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합니다. 스콧 너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지분 확대 소식을 알리면서 “이를 통해 스트래티직홀딩스의 수익이 5000만 달러 증가하여 내년에는 3억 5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어요.

만약 이를 시작으로 스트래티직홀딩스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KKR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었다는 뜻이겠죠. 만약 KKR이 선구자가 되어 이러한 전략을 입증한다면,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KKR의 뒤를 따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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