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런던 기반 사회적 기업 하이파 스튜디오는 빈 상업 공간을 예술가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환 모델’을 실험 중입니다.

  • 지난 4년간 영국 전역 70여 곳에서 2,000명 이상의 예술가와 협업하며, 공실을 ‘실패의 증거’가 아닌 ‘실험의 기회’로 재정의했습니다.

  • 창립자 카밀라 콜은 인터뷰를 통해 장기적으로 건물주·예술가·문화기관을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 일종의 ‘아트 에어비앤비(Art Airbnb)’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이파 스튜디오(Hypha Studios)는 영국 전역의 비어 있는 상업 공간을 예술가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팬데믹 시기, 전통적인 미술 시장 바깥에 있는 창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은 결국 공간”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큐레이터이자 창립자 카밀라 콜(Camilla Cole)이 만든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하이파 스튜디오는 공간을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대신,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개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하는 간단한 교환 모델을 통해 예술·커뮤니티·부동산 소유주가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어요. 최근 런던 시티의 랜드마크 빌딩 ‘원 폴트리(One Poultry)’ 1층 공간을 임시 갤러리로 운영하며, 유휴 공간을 사회적·문화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선보였고요.

이지스자산운용 유럽 법인은 이처럼 부동산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사회적 모델에 주목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유사한 사회공헌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언폴드(UNFOLD)는 이메일을 통해 하이파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카밀라 콜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그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에요.

하이파 스튜디오의 시작

반갑습니다. 먼저 하이파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카밀라 콜(이하 생략): 하이파 스튜디오는 큐레이터와 예술가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깨달으면서 시작됐어요. 저는 현대미술 분야에서 활동해왔어요. 컬렉터를 위한 작품 매입·판매를 돕거나 메이페어 갤러리를 운영하고 팝업 전시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전통적인 미술 세계가 가진 한계를 점점 더 뚜렷하게 보게 되었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단지 비용 문제 때문에 이 세계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이런 긴장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어느 날 이스트본(Eastbourne)에 비어 있는 상점을 하나 발견해, 호기심에 ‘혹시 이 공간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픈콜(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모집)을 올려봤어요. 며칠 만에 40명의 예술가가 지원했습니다.

이스트본에서 40명의 예술가가 지원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이게 되겠다’는 확신이 든 순간이 있었나요?
‘여기에는 분명한 수요가 있고, 이걸 채울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석사 2학년 학비로 모아둔 돈을 꺼내 초기 버전의 하이파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예술가에게는 무료 공간을 제공하고, 대신 그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무언가를 돌려준다. 그러면 예술가도, 시민도, 건물주도 모두 이득을 본다.” 제가 하이파를 시작하게 된 건, 기존 미술계의 ‘게이트키핑’ 문화를 바꾸고, 비어 있는 상업 공간을 진짜 기회의 장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Hypha’라는 이름에 담긴 이미지

‘하이파(Hypha)’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Hypha’는 버섯을 이루는 균사 조직, 그러니까 미세한 흰색 실 같은 뿌리 구조를 말합니다. 이 이미지를 좋아했던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비유해 주기 때문이에요. 균사는 죽은 물질을 분해하고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 역시 비어 있고 죽어 있던 상업 공간을 다시 살아 있는 장소로 되돌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하이파의 네트워크라는 개념도 우리 철학과 잘 맞아요. 우리는 ‘예술이 이래야 한다’고 위에서 지시하는 중앙집중식 기관이 아닙니다. 예술가, 커뮤니티, 건물주가 엮여 있는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에 가깝죠. 각 공간은 그 네트워크 안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실선이고, 이들이 모여 전체로서 훨씬 큰 효과를 냅니다.

하이파는 조용하지만 지능적으로, 그리고 협력적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현재 하이파 스튜디오의 조직 구성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이파는 처음 2년 정도는 사실상 저 혼자 운영했어요. 이후 펀드레이징 매니저와 아티스트 팀 어시스턴트가 합류했고, 지금은 상근 인력이 3명인 작은 조직입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서의 ‘팀’은 언제나 공간을 쓰는 예술가들로 구성돼요. 어떤 곳에는 1~2명만 있을 때도 있고, 어떤 곳에는 60명 가까운 예술가들이 함께 활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든 약 800명 정도가 하이파 네트워크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셈이죠.

지금까지 영국 전역 70곳이 넘는 장소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현재도 십여 개의 공간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00명이 넘는 예술가와 협업했고, 약 3,000건의 무료 공개 프로그램을 열었으며, 누적 방문객은 45,000명을 넘었습니다.

70개가 넘는 장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공간의 규모나 성격은 얼마나 다양한가요?
작은 로드숍부터 비어 있는 오피스, 옛 영화관, 활용도가 떨어진 대형 리테일 유닛까지, 공간의 규모와 성격은 매우 다양합니다.

프로젝트의 핵심 구조는 늘 같아요. 예술가는 무료 공간을 제공받고, 그 대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이 단순한 교환 모델을 통해 예술가의 작업은 지속 가능해지고, 우리는 각 지역의 ‘창의적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방정부나 개발사, 문화 기관에 자문을 제공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원 폴트리 프로젝트, 랜드마크 빌딩에서의 실험

최근에는 ‘원 폴트리(One Poultry)’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셨죠.
원 폴트리처럼 상징성이 큰 건물에서 공간을 여는 일이 항상 흥미로운 이유는, 그 대비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 건물을 금융, 상업, 건축적 위상과 연결해서 기억하죠. 그런 곳에 젊은 창작자와 실험적인 전시를 들여오는 건, 도심의 상징 공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무엇보다 이 일대에는 우리가 운영하는 형태의 갤러리가 거의 없어서, 관객들의 반응이 특히 강했습니다. 동시에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왜 예술을 도시 변두리가 아니라, 실제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 한가운데에서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셈이죠. 오프닝 날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은행원, 건축가, 건물주부터 젊은 예술가, 디자이너, 아트 팬들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인 흥미로운 장면이었어요.

이런 공간에서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건, 예술이 ‘보너스’나 장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예술이 공간에 들어오면, 건물은 새로운 의미와 가시성, 유동 인구, 커뮤니티를 얻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계약부터 오프닝까지 약 2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상징적인 장소에 예술가들을 초대하면, 사람들은 건물과 창작 커뮤니티를 모두 전혀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우리가 새로운 공간과 일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언제나 로컬 생태계입니다. 외부에서 문화를 통째로 들여와서 낙하산처럼 내려놓고 싶지 않아요. 대신, 공개 모집을 통해 누가 이 근처에 살고 있는지, 어떤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이미 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이미 존재하는 창의성을 공간에 드러나게 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다음에는 건물이 줄 수 있는 조건을 꼼꼼히 봅니다. 전시와 스튜디오, 워크숍 중 무엇에 적합한지, 혹은 이들을 섞는 것이 더 좋은지, 우리가 이 공간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건물주의 목표는 무엇인지 등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예술가들이 이 공간을 통해 대중에게 어떤 의미 있는 것을 돌려줄 수 있을까?”입니다.

결국 모든 프로젝트는 예술가, 건물주,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그 장소가 가진 문화적 특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이 네 가지 축을 진정성 있게, 그리고 너그러운 방식으로 정렬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빈 공간을 다시 보게 만드는 순간들

하이파 스튜디오의 개입이 공간과 커뮤니티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고 느끼시나요?
가장 많이 목격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예요. 빈 점포를 몇 달 동안이나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공간이 예술가, 워크숍, 각종 활동으로 가득 찬 것을 보게 되죠. 그 순간 “이곳이 이렇게 흥미로운 장소가 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런 발견의 순간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는 동네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줍니다.

예술가에게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그들은 실험을 감행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을 시도하고, 평소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업을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펀딩을 받거나, 장기적인 협업 파트너를 찾거나, 이후 커리어에 중요한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아요.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건물주의 관점에서도 인식이 바뀝니다. 문제나 비용으로만 보던 공실을 이제는 커뮤니티 가치를 만들고 자산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기간’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다음 상업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그 건물이 동네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죠.

공실을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공실은 실패의 증거처럼 취급됩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로 읽히죠.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전혀 다르게 봅니다. 공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빈 유닛을 문화 공간으로 전환하면 여러 층위에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거리로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고, 지역의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드러나며, 건물주는 실제 커뮤니티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ESG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넓게 보면, 이런 프로젝트는 도시가 의미 있는 문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새 건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이미 존재하는 건물을 더 똑똑하고(more intelligently), 더 너그러운(more generously)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공간 관련 트렌드도 있을까요?
저는 요즘 ‘기능이 섞인 공간(the blending of functions)’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공간은 전시장이고, 어떤 곳은 작업실이며, 또 다른 곳은 커뮤니티 센터여야 한다고 나누기보다는, 한 장소 안에서 만들고, 보여주고, 모이고, 나누고, 배우는 활동이 모두 일어나는 형식이죠. 하이브리드 문화 공간, 임시 활용(meanwhile use), 커뮤니티 주도형 활성화, 유연한 임대 모델 같은 키워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보는 지점은, 문화 활동이 장소를 위한 연구·개발(R&D)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켄티시타운(Kentish Town)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임시 예술 공간을 통해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활동을 원하고,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줬어요. 이런 데이터와 경험은 이후 장기적인 재개발 방향을 설정할 때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공실의 에어비앤비를 꿈꾸다

하이파 스튜디오가 나아갈 방향도 소개해 주세요.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 초기 목표였던 ‘영국 전역에서의 운영’을 어느 정도 이뤄냈습니다. 예술가들이 주로 사는 대도시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작은 마을의 소규모 유닛부터 2만 제곱피트 규모의 대형 창고까지, 사실 모든 공실에는 나름의 창의적 해법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최근 론칭한 하이파큐레이츠 플랫폼에 대해 좀 더 들려주세요. 어떤 구조로 운영되나요?
하이파큐레이츠(Hypha Curates)는 하이파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에요. 우리는 수천 명의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고, 그중에는 이후 거물급 스타가 된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매출의 30%를 다시 예술가들을 위한 무료 공간 제공에 쓰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 모델을 ‘목적 있는 컬렉팅(collecting with purpose)’이라고 부릅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모델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앞으로는 건물주와 디벨로퍼와의 협업을 더 선제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들이 막 자산을 매입하고, 계획 인허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에게 연락을 주는 구조를 상상하고 있어요. 그 기간 동안 임시로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역 커뮤니티를 지지하려는 의지를 지방정부에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리테일 유닛에 20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는 하이파 스페이스(Hypha Spaces) 모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커뮤니티에는 자신들의 공간을, 예술가에게는 안정성을, 건물주에게는 공실에 대한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윈윈윈’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을 넘어 다른 나라로 진출할 계획도 있나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미국과 호주 등 해외로도 나가보고 싶어요. 예술가 교류, 재정 지원, 컨설팅 모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자 합니다. 가장 장기적인 비전은 디지털 플랫폼, 일종의 ‘아트 에어비앤비(Art Airbnb)’에 가깝습니다. 건물주, 예술가, 문화 기관이 서로를 찾아 연결하고,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 모델은 훨씬 더 자동화되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스메이킹은 숨겨진 관객을 드러내는 일

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창의적 플레이스메이킹’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영국은 문화가 단순한 장식이나 막판 PR 도구로 취급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플레이스메이킹은 이미 그 지역에 살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공개 모집 방식이 중요해요. 그 지역에 실제로 존재하는 예술가들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해주니까요.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우리의 프로젝트가 종종 기존 문화 기관을 놀라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더비(Derby)에서 진행한 오픈콜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상당히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그런데 지역 박물관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존재 자체를 모르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죠. 플레이스메이킹은 이런 현실을 드러내는 일이 되어야지, 겉으로 보기 좋은 그림만 덧칠하는 작업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하이파 스튜디오 Photography Credit: Hypha Studios / Carlo Zambon

마지막 질문이에요. 하이파 스튜디오의 모델이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물론이죠. 이 모델이 작동하는 이유는 구조가 단순하고, 가볍고, 잘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는 비슷한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상업 공간, 높아지는 생활비, 그리고 지원이 절실한 활기찬 창작 커뮤니티 말이죠.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각 나라의 정책, 부동산 구조, 문화적 기대에 맞게 조정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공실을 너그러움, 창의성,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핵심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보편적입니다. 문화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역동적인 도시 환경을 가진 한국 같은 곳에서는 이런 모델이 특히 잘 작동할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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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5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